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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속의우주 Oct 26. 2024

외동아이 육아법

Episode 11.


우리 부부는 겨울에는 결혼기념일 겸 크리스마스를 챙기고, 여름에는 국내외 여행으로 장기간 휴가를 보낸다. 이번 여름휴가는 인천 파라다이스 시티 호텔에서 휴식하는 시간을 보냈다. 이 호텔은 하나의 커다란 테마파크 형식으로 지어져 있다. 다양한 레스토랑, 실내 수영장, 야외 미끄럼틀, 찜질방, 놀이공원까지 한 공간에 다 모여 있어, 이름 그대로 ‘천국’이 따로 없다. 이런 이유로 만삭으로 몸이 무거운 임산부가 태교 여행을 오거나 돌이 지나지 않은 아기를 데리고 와서 편히 쉬기 좋은 곳으로 유명하다.


당시 수영장 탈의실에 들어갔을 때 보았던 한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탈의실 내부는 진한 고동색 나무와 금빛 유리문이 조화를 이루었다. 이 천여 개의 나무 옷장들이 한 줄에 세로로 두 칸씩 놓여 있었다. 생명력을 가진 진짜 나무들이 발가벗은 모습을 감춰 주는 듯했다. 사람들이 지나다닐 수 있는 공간도 꽤나 여유로웠다. 옷장들 건너편에는 어른의 허리 높이만큼 되는 기다란 화장대가 놓여 있다. 그 위로는 한 벽면을 채우는 얇고 납작한 대형 거울이 있었다. 화장대와 거울 사이에는 금을 두른 메탈과 노란 간접 조명등이 우아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임신을 해서 배가 많이 부른 한 여성이 웨이브가 있는 짧은 머리를 말리고 있었다. 그런데 자기 앞의 거울을 통해서 매무새를 가꾸는 것이 아니라 자꾸만 오른쪽 발아래를 쳐다보았다. 뭐가 있는지 궁금해졌다. 얼굴에 로션을 바르다 그쪽으로 눈길을 돌리니, 한 살배기 꼬마 아이가 돗자리처럼 펼쳐진 하얀 수건 위에 앉아 있었다. 아이의 피부는 이미 물기가 말라 솜털같이 뽀송했다. 엄마 발가락 쪽에 손을 가져가 댔다가 자기 장난감을 만지작거리기를 반복하며 놀고 있었다. 낯선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고 헤어 드라이기 바람소리가 시끄러운데도, 사랑스러운 아이는 울거나 보채지 않고 얌전히 앉아 있었다. 둘째 아이를 임신한 엄마와 첫째 아이의 모습은 한 편의 그림 같았다. 마음이 포근해졌다.


"OO아, 엄마 뱃속에서 나올 때 문 열고 나왔어? 닫고 나왔어?"


출산을 경험한 친구 사이에서 한창 유행하던 말이다. 아이가 두 돌이 지나고 말을 알아듣고 조금씩 말을 시작할 때, 물어보면 신기하게도 대답을 해준다고 한다. 엄마 뱃속에서 나올 때 기억을 가지고 있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아이가 "문 열고 나왔어"라고 대답하면 동생이 생길 거라고 뜻이란다. 그 말을 듣고 둘째가 생길까 마음이 불안해진 친구도 있다. 산모에 따라 분만할 때 산통의 시간, 자연분만 또는 제왕절개 수술, 그리고 회복의 과정이 천차만별이다. 첫째를 낳을 때 고생을 많이 했다면 나라도 둘째를 낳는 것에 대해서 '미쳤냐? 난 다시 못해!'라고 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엄마들보다 아빠들이 둘째 아이를 원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요즘은 외동딸, 외동아들이 흔하다. 내가 어렸을 때는 외동인 가정이 전체 학년에서 2~3 가구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지금은 그와 반대로 형제자매가 있는 가정을 보기가 어렵다. 형제자매가 있으면 부모가 아이를 혼자두지 않아도 되니까 마음이 편안해질 텐데, 그걸 누가 모를까. 둘을 키우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육아에 대해서는 직접 경험한 바는 없지만, 맞벌이 생활로 한 아이만 키우기도 벅차 보인다. 어린이집 등하원을 위한 부모의 퇴근 전쟁, 비싼 사교육비를 지원하기 위한 고군분투, 선행 학습이 난무하는 학군지 교육열 등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하다.


외동아이에 대해서 '이기적이다'라거나 '사회성이 부족하다'거나 '외롭다'는 편견은 꽤나 공공연하다. 그렇다, 편견일 뿐이다. 학계에서는 부모가 너무 아이를 중심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과잉 보호하지 않도록 교육한다면, 외동아이라도 바르게 잘 커나갈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아이가 혼자 놀면서도 자기만의 사고 체계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고, 스스로를 좋은 친구로 여기게 된다고 한다. 친구들이 외동아이를 육아하는 모습에서도 이런 부분을 많이 신경 쓰고 있는 듯한 모습을 발견한다. 어린이집에 가지 않는 시간, 공휴일이나 주말이면 다들 문화센터 등 체험 학습장으로 향한다.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는 기회를 많이 제공하기 위해서다. 그러면서 아이가 서로 양보하는 법과 함께 노는 법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애완동물을 키우면서 외동아이가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정서적 안정감을 가질 수 있다. 여기에는 반대 의견도 많다. 애견인, 애묘인인 사람들조차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우선 강아지보다 고양이가 더 심한 경우인데, 털이 많이 빠지기 때문에 소파, 가구 등에 털이 붙고 공중에 날아다닌다. 그래서 아이에게 비염 등 건강상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또한 고양이는 집에 혼자 있기를 잘하고 밤에 활동성이 많은 반면, 강아지는 혼자 있을 때 외로움을 많이 타고 매일 산책을 시켜줘야 한다. 강아지가 외출이 많으니 자주 씻겨 줘야 한다. 심지어 아이는 커가면서 혼자 씻고 놀기가 가능하지만, 강아지는 그렇지 못하므로 더 손이 많이 가게 된다.


가족을 꾸리는 것에도, 아이를 육아하는 과정에도 한 가지 정답이 있는 건 아니다. 쌍둥이든, 외동아이든 무슨 상관인가. 부모를 꼭 닮은 아이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축복받아야 할 일인가. 다만, 부모가 자녀와 얼마만큼 대화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아이에게 맞는 환경을 만들어주는지는 중요한 문제다. 부모가 일시적인 유행과 주변의 조언에 쉽게 휩쓸려 다니면 자녀는 자아를 형성하는 시기에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한다. 흔들리는 뿌리에서는 허리가 굵은 나무가 자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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