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12. 에필로그
기억은 노력하지 않으면 쉽게 잊힌다. 대학교에 들어가면서 학창 시절의 꿈을 잊었다. 회사를 다니면서 대학시절의 배움을 잊었다. 육아를 하면 아이에 대한 간절함이나 지금 하고 있는 생각들을 잊어버리겠지? 그래서 몇 년 간 덮어 두었던 일기장을 다시 펼쳤다. 난임에 대한 에세이를 연재하면서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나중에 육아로 힘들 때면 내 초심을 찾기 위한 글이 되고자 노력했다.
기록에는 힘이 있다고 믿는다. 과거의 기억들이 쌓이고 쌓여서 현재의 나를 완성하지 않는가. 과거 나의 난임과 육아에 대해서 고민하는 마음은 현재의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의 경험으로 연결된다. 그리고 우리의 생각들이 모여서 가까운 미래 사회의 변화에도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다. 그래서 에세이를 쓸 때, 개인적인 감정을 보편적이고 사회적인 문제로 확장해 보기 위해 애를 썼다. 내가 꼽은 주제들이 독자분들에게 새로운 화두로 다가갔으면 한다. 한 번쯤은 공감이 되었거나 고민해 볼 수 있었다면 그것만으로도 더없이 기쁘다.
나의 경험만으로는 에세이를 연재하기에 부족함이 많았다. 그래서 학술지도 읽어 보고, 기사와 통계자료를 찾아가며 정보를 얻기 위해 노력했다. 초등학생이 쓰는 그림 일기장처럼 몇 날, 몇 시에 어디에서 무얼 했는지로 글을 채우면 연재를 늘려서 더 많은 내용을 담았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명확하지 않을 때는 과감히 콘텐츠들을 포기했다. 특히 육아에 대한 이야기를 쓸 때는 친구 은혜와 하리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고, 조언을 구해 가면서 글을 고치고 또 수정했다.
밤낮없이 책상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들기면서도 남편에게는 어떤 책을 쓰고 있는지 비밀로 했다. 에세이 한 권이 다 완성되고 나서 공개할 것이다. 그에게 선물이 되었으면 해서다. 남편에게 못다 한 말을 전하려 한다. "언제 끝날지 모를 어둡고 지난한 터널을 함께 걸어 줘서, 그리고 '미완성의 보금자리'가 차갑고 외롭지 않게 나를 보듬어 줘서 정말 고마워."
끝으로, 에세이를 쓰면서 브런치 독자분들로부터 많은 응원을 얻은 것 같다. 하루하루 조회수가 올라가고 라이킷 수가 많아지면서 보람을 느꼈다. 내 글을 통해 독자분들도 위로받는 시간이었기를 바라며, 앞으로도 오랜 기억을 꺼내보거나 새로움을 기억에 남기는 작가가 되기 위해 노력할 테다. 내 작가 인생에 있어 1호 팬인 새롬이와 "글을 쓸 때 가장 너답다"라고 응원을 아끼지 않는 주희 선배에게도 감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