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읽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대칠 자까 Dec 20. 2023

황인숙의 '우울' 읽기

유대칠의 시 읽기


우울

황인숙     


나는 지금

알 수 없는 영역에 있다

깍지 낀 두 손을 턱 밑에 괴고     


짐짓 눈을 치켜떠보고

가늘게도 떠보고

끔벅끔벅, 골똘해보지만

부팅이 되지 않는다     


풍경이 없다

소리도 없다     


전혀 틈이 없는

알 수 없는 영역을

내 몸이 부풀며 채운다     


알 수 없는 영역에

하염없이 뚱뚱한 나

덩그러니 붙박여 있다     


유대칠의 어설픈 주관적 감상문

‘우울’이란 조금도 알지 못하는 곳으로부터 나를 찾아와 나를 가둔다. 그러니 우울한 “나는 지금 알 수 없는 영역에 있다”라고 밖에 할 수 없다. 그러니 나는 그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 어딘지 모르는 곳에서 출구도 입구도 찾을 수 없다. “짐짓 눈을 치켜떠보고 가늘게도 떠보고 끔벅끔벅, 골똘해보지만, 도무지 부팅이 되지 않는다.” 우울한 나는 그럴 수밖에 없다.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나는 “풍경도 없”고 “소리도 없”는 곳에 버려진 아픔이다. 무슨 풍경이라도 보이고 무슨 말이라도 들린다면 여기가 어딘지 짐작이라도 할 것을. 그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무슨 말을 해도 어떤 풍경이 전개되어도 나는 나조차 만나지 못하는 그 알 수 없는 영역에 버려져 우울 그 자체가 되어갈 뿐이다. “전혀 틈이 없는 알 수 없는 영역을 내 몸이 부풀며 채운다.” 공포 그 자체다. 그 알 수 없는 우울이란 공간에서 애써 한 걸음씩 도주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우울이란 그 알 수 없는 공간을 내 몸이 채우고 있다. 내 온몸이 무력하게 알 수 없는 우울 그 자체가 되어 버리는 거다. 그렇게 “알 수 없는 영역에 하염없이 뚱뚱한 나”는 “덩그러니 붙박여 있”을 뿐이다.      

우울, 그 알 수 없는 공간에서 나는 나조차 만나지 못한다. 다른 길 없이 우울 그 자체가 되어 버린다. 나가지도 못한 채, 그냥 우울이 되어 버린다. 참 아프고 힘든 괴로움이다.      


유대칠 읽고 씀


[부디 황인숙 시인의 시집 <못다 한 사랑이 너무 많아서>(문학과 지성사)를 구하셔서 직접 읽어주세요. 각자의 시선이 보는 각자의 생각이 보일 겁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희덕의 '밀랍의 경우' 읽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