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생채
매운맛이 강한 여름 무가 지나면 달큰한 가을 무가 등장을 합니다.
“여름 무가 맛없다고 해도 뭐 얼마나 맛없겠어?” 했는데 맛을 보니 정말 맵기도 맵고 단맛이 적어 무가 메인인 요리에는 도통 만들 수가 없더라고요.
제가 자주 가는 설렁탕집도 여름 무는 피하지 못하나 봅니다. 깍두기가 정말 맛있는 집인데도 여름엔 특유의 아린 맛을 피할 수 없더라고요. 하지만 무더운 여름을 넘기면 다시금 매콤 달콤한 깍두기로 제맛을 찾아옵니다.
요리에 대해 잘 몰랐을 때는 무의 초록 부분과 흰 부분이 늘 헷갈려 “아무렴 어때~“라며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만들었어요.
하루는 무생채를 만드는데 묘하게 아린 맛이 나는 겁니다. 이건 양념의 잘못이 아니라 무 자체에 단 맛이 없고 아린맛이 강한 맛이었어요!
양념으로 어찌 해결이 안 되니 참 난감하더라고요. 그때부터 확실하게 무는 구분을 해서 사용해야겠구나 싶었어요.
무 부위별 사용법
초록 부분: 줄기와 가까운 부분으로 햇빛을 받아 달큰하고 맵지 않아 생으로도 먹을 수 있어요.
생채, 무침 종류
흰 부분: 단맛과 매운맛이 어우러지고 조직이 단단해 익혀 먹는 것이 좋아요.
국, 찌개, 조림 종류
무는 더위에 약하고 서늘한 기후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가을 무, 겨울 무에 당분이 많아 맛있어요. 반면 여름 무는 단맛이 덜하고 쓴맛이 강한 편이라 조리할 때 단맛을 조금 더 추가해 주는 것이 좋답니다.
최근에 ‘생선은 없는데 생선맛이 나는 무조림’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있었어요. 홍철 없는 홍철팀도 아니고(웃음) 약간 당황스러웠지만 레시피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어머나 그런데 웬걸 너무 맛있지 뭐예요!
진짜 생선조림에 푹 익은 무조림의 맛이 나는 겁니다. 말캉하게 익은 무는 짭조름한 양념이 깊숙이 배여 밥생각이 절로 납니다.
따뜻하고 뽀얀 맨밥에 먹어도 맛있고, 양념과 무를 밥 위에 올려 발갛게 비벼진 밥과 함께 먹어도 정말 맛있어요.
이렇게 먹다 보면 한 그릇이 아쉬울 정도로 금방 사라진답니다.
무는 다시 국물을 낼 때도 사용될 만큼 익으면 참 맛있어지는데요. 왜 일본에서는 어묵전골의 무를 굉장히 좋아하잖아요. 국물을 가득 머금어 부드럽고 촉촉한 무가 살캉하게 씹히는데 그 속 깊숙한 곳에서 뜨거운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그 맛. 상상만 해도 몸이 절로 따듯해집니다.
우리가 자주 끓이는 국에 들어간 무는 구수한 육수를 우려낼 뿐 아니라 투명하게 익은 그 무가 어찌나 부드러운지 살짝만 씹어도 입안에서 부드럽게 뭉개져요.
따뜻한 무도 너무 맛있지만 빠질 수 없는 요리 무생채.
무가 달큰해질 때면 무생채를 정말 자주 만들어먹습니다. 2인가족이라 조금만 만들어도 되지만 반찬통으로 2통 넉넉하게 만들어둡니다.
고춧가루의 고운 색을 입히고 새콤달콤하게 무쳐내면 반찬으로도 좋고, 비빔밥으로도 매우 좋으니까요.
어릴 때는 어른들이 나물 반찬을 왜 그렇게 좋아하는지 몰랐는데 직접 나이를 한 두 살 먹다 보니 저절로 알아집니다. (맛있는 고기, 햄 반찬이 가득한데 나물이 젤 좋다는 말이 정말 이해가 안 갔거든요(웃음))
나물 반찬만큼 속을 편안하게 해 주고 든든하게 채워주는 게 없더라고요.
슴슴하게 무쳐낸 나물들 사이로 새콤달콤한 무생채가 자리를 차지하면 더할 나위 없이 근사한 밥상이 만들어집니다.
여기에 계란프라이 하나 올려 고추장과 참기름에 슥슥 비벼 먹으면 며칠을 먹어도 질리지도 않는 비빔밥이 됩니다.
쌀쌀해진 만큼 더욱 맛있어진 무로
무생채 꼭 만들어 보세요.
사라진 입맛이 금방 찾아올 거예요!
그럼 오늘도 맛있는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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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료
무 2/3
양념: 고춧가루 2T, 설탕 1T, 식초 1T, 멸치액젓 2T, 매실액 2T, 다진마늘 1T
• 레시피
1. 무는 얇게 채 썰어줍니다.
2. 고춧가루를 넣어 색을 입힌 후
3. 나머지 양념을 넣어 버무려주세요.
• tip
- 소금 대신 액젓을 넣으면 물이 덜 생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