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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여름 Jul 03. 2024

진심 어린 사과를 진심으로 받는 경험

우리 모두는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서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발견하셨는지 교무부장 선생님과 나, 그리고 그 선생님과의 면담 자리가 마련됐다.

힘들어하는 직원, 혼자 해결하도록 그냥 둘 수도 있는 일인데 한 팀이기에 함께 해결하자며 자리를 마련해 주셨다.


세 명이 만난 그 자리에서는 업무 분담에 대한 이야기, 학교 내에서 지켜져야만 하는 규칙, 함께 일하는 상대를 위한 배려의 필요성, 그리고 그 선생님의 입장과 직무에 대한 어려움을 주제로 이야기가 오갔다. 

대화를 나누니 나도 선생님의 입장이 이해가 되더라.  


꼭 필요한 이야기라도 나를 향한 부정의 말은 아프다.

아프기에 상황에 맞는 반응을 억지로 보이려 해도 그게 참 쉽지가 않다.


하지만 그 선생님은 그 어려운 걸 해내더라.

꼭 필요로 한다지만, 부정일 수밖에 없는 본인을 향한 이야기들을 고개를 끄덕이며 묵묵히 듣는 그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얼굴을 붉히지 않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충분히 설명하며 사과를 건네는 그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세 명의 자리가 마무리되고,

새롭게 만들어진 두 명의 자리. 교무부장 선생님을 제외한 그 선생님과 나. 단 둘이 만난 그 자리.

불편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선생님은 나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건넸다.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고. 여태껏 살아왔던 환경과 달리 팀으로 일한 경험이 처음이라 너무 어려워서 그랬다고.


사과를 받은 하루 뒤, 진심으로 한 그 사과를 진심으로 받겠다는 내 마음을 전했다.

사과를 받으며 다짐했다. 이제 이전의 일들은 생각하지 않고, 앞으로의 일만 생각하겠다고.


우리 모두는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교장 선생님은 교장 선생님의 자리에서,

교무부장 선생님은 교무부장 선생님의 자리에서,

나의 새 동료는 본인의 그 자리에서.


내가 보는 교장 선생님의 최선은,

나의 새 동료에게는 기회를 주고 잘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시는 것.

교무부장 선생님과 나에게는 덜 힘들 수 있도록 새로운 동료를 불러 그분의 역할을 명확히 알려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신 것.


교무부장 선생님의 최선은,

힘들어하는 나에게 힘이 되어주는 것.

새 동료가 할 일을 명확히 알려주는 것.


새 동료의 최선은,

몰랐지만 알게 된 부분을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것.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려고 노력하는 것.

그리고, 나에게 미안한 마음을 담아 진심으로 사과한 것.


나의 최선은,

동료의 일을 대신해 주는 것이 아닌,

놓친 부분이 있을 때 그 부분을 커버할 수 있도록 감정을 빼고 정확히 짚어주는 것.

정말로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주는 것.


혼자 짐을 지고 있다 생각했는데,

모두 각자의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함께 좀 더 걸어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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