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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여름 Jun 19. 2024

상담사와 피아니스트, 우리의 첫 만남

대학원 수업이 없는 낮 시간을 잘 활용하기 위해,

한 학기에 500이 넘는 학비를 벌기 위해 대학원 입학과 동시에 시작한 직장 생활.

교사로 있었던 첫 직장에서의 일을 마무리하고, 두 번째 직장도 국제학교를 선택했다.

이번엔 교사가 아닌 Admin으로.


국제학교를 선택한 이유는 청소년을 만나고, 영어 실력을 향상하기 위함이고,

Admin의 일을 선택한 이유는 창의적 사고를 개발하고, 여러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스스로 정한 목적을 달성해 가며 보낸 3년,


3년 간 한 자리를 지킬 동안 내 옆의 사람은 참 많이도 바뀌었다.

아마 6명인가? 그래 6명이다.

정확한 수를 세기 위해선 그분들의 이름 하나하나를 읊어야 할 정도다.

과장을 조금 보태 나에겐 유토피아와도 같은 이곳을 그만둔 그분들의 이유는 가지각색이겠으나 정확한 연유를 모르니 그저 직장과의 Fit이 맞지 않았구나 정도로 생각할 뿐이다.


그렇게 만난 나의 6번째 동료.


이제 더 이상 새로운 사람에 대한 기대도 없었다. 계속 바뀌는 환경에 지쳤고, 그저 새로 들어오는 사람이 일을 잘하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런데, 이런...! 새로 들어오는 분은 내가 바라는 그런 동료가 아닌 것 같았다.

다른 거 다 필요 없고, 일 하나만 잘하길 바랐을 뿐인데 직장 생활은 한 번도 한 적 없고 지금까지 피아노만 쳤다고 한다.


도대체 왜? 교장 선생님은 왜 이 분을 뽑은 걸까?


아마 성품일 것 같았다. 밝은 에너지, 그리고 성장 가능성일 것 같았다.

밝고 긍정적인 우리 학교의 분위기와 잘 어울릴 거라 생각하신 것 같다.


교장 선생님을 신뢰하니 그분의 안목도 믿는다.

그런데, 힘쓰고 싶지 않다. 3년 동안 마음 쏟아가며 교육한 사람만 도대체 몇 명인지.

'내 직무가 뭐 신입 교육 담당인가?‘

아직 그분의 전임자가 있으니 전임자에게 맡기자.


그렇게 마음 쓰지 않기를 다짐하다 나누게 된 대화

'어? 나랑 분야는 다른데 비슷하다.'

 

10년 간 상담만을 전공하며 보지 못했던 세상,

어느 순간 보게 된 더 큰 세상을 향해 뛰쳐나가려는 나.


그리고, 20년 간 피아노만을 전공하며 고전, 낭만주의 시대에 살다

현대로 뛰쳐나오려는 나의 새로운 동료.


우린 오랜 시간 동안 손에 꽉 쥐고 있던 것을 놓고 새로운 곳을 향해 가려하고 있었다.


더 이상 기대하지 않으려 했는데,

어쩌면 쉽게 마음을 열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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