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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옥수수 Apr 21. 2022

내가 요리하는 세 가지 이유

그래서 자주 요리를 합니다

본가에서 물리적 독립을 하고 나서야 요리를 시작하게 되었다.

엄마 밥이 그리워서, 사 먹는  질려서 사부작사부작 시작한 요리.

멈추지 않고 5년째 요리하는 이유는 총 세 가지이다.


첫 번째 이유, 성취감

내겐 성취감이 매우 중요하다.

언어폭력으로 힘들었던 직장을 버틸 수 있던 원동력도 성취감이었다.

내가 세운 목표가 생각보다 금방 도달하게 되면 그렇게 기쁘고 힘이 날 수가 없었다.


성취감으로도 더 굴러갈 수 없는 몸 상태가 되어 회사는 그만두었지만, 쉰다고 마음먹으며 이사 온 집에서도 성취감을 느낄 무언가를 찾고 있는 나였다.

요리는 인풋과 아웃풋이 확실한 성공 경험을 안겨줬고, 그렇게 요리에 재미를 붙였다.

몸이 망가지지도 않았다.


가장 간편한 원푸드 요리부터!


두 번째 이유, 돈

외식과 배달, 밀키트로만 매일 지내본 적도 있다.

질리는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돈이 많이 들었다.

아무리 김밥 한 줄 사 먹는다고 해도 하루 이틀이었다. 여전히 해 먹는 것이 경제적이었다.


돈 때문에도 요리를 한다.

그래서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이유 중에 하나가 요리를 안 하고 싶어서도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하고 싶을 때만(성취감을 느끼는 정도로만) 하는 삶을 꿈꾼다.


친구는 요리하는 시간과 노동력, 뒤처리까지 생각하면 사 먹는 것이 훨씬 저렴하다고 주장했다.

동의하는 부분도 있지만 요리 앞에 ‘간단한’을 붙이면 차원이 달라진다.

토스트와 커피를 사 먹는 것과 ‘간단한’ 토스트와 집에서 커피머신으로 마시는 커피는 훨씬 경제적이다.


유튜브를 보고 따라한 초간단 토스트


세 번째 이유, 사랑

나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가장 행복하다.

성취감이 중요한 것도 돈을 아끼는 것이 중요한 것도 모두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위해서다.

요리를  가지라도   알면 , 쓸모 있는 인간이 된다면 관계 맺음과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사랑을 표현하려고 선물을 사지만 정성이 담긴 무언가가 부족해 보여 손편지를 추가한다.

요리를 시작하고나서부터는 요리에 손편지만큼 위대한 힘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 당신을 생각하며 나의 손 끝으로 정성도 한 스푼 넣은 선물.


모임 뒤풀이 때 각자 음식을 하나씩 가져오기로 했던 날이었다.

와인을 사 온 사람, 치즈와 크래커를 가져온 사람 등 다양했지만 요리를 해 간 사람은 나뿐이었다.

간단하고 함께 나눠 먹기 좋은 음식 라따뚜이와 과콰몰리로 준비했다.

요알못인 사람들은 귀찮음을 무릅쓰고 수고스러움을 더한 선물이라며 크게 감동했다.


하트 그릇에 담긴 heart(마음)


엄마는 독립한 자식들이 집에 간다고 하면 요리를 하신다. 배달시켜 먹거나 외식하면 미안해하신다.

시대가 바뀌었지만 엄마는 여전히 요리로 사랑을 표현하신다.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해주는 게 기쁨과 보람이라고 하신다.

음식을 만드는 건 생존을 해결해 주지만 결국 인생을 나누는 가까운 사람들과 더 행복하기 위한 수단 아닐까.

그래서 난 오늘도 요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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