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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옥수수 Apr 16. 2023

나는 얼마를 벌면 행복할까?

진짜 중요한 건 주어가 '나'라는 것이다

한 달 월급 기준으로 얼마를 벌면 행복할지 스스로에게 물어봤다.

살면서 이 질문을 꽤 던졌고 답도 내렸었다.

대학생 때는 100만 원, 취업 준비생 때는 300만 원.

직장인이 되고 나서는 500만 원? 700만 원. 1,000만 원이면? 와 좋겠다~

그렇다. 이렇게 건성으로 대답했던 게 문제였다.


어느 재테크 강의에서는 1강에서 본인의 목표 자산부터 계산해본다고 한다.

어떤 이는 10억, 어떤 이는 100억이 나오는데

본인 목표에 물가상승률까지 고려하여 역으로 계산한 뒤

년 단위, 한 달 단위, 일주일 단위로 쪼개어 행동하라고 한다고.

정말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목표 설정이라 감탄했다.


하지만 난 그 계산이 맞는 사람일까?

그래서 나를 먼저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과연 얼마를 벌어야 행복할까?"




내가 배우자를 만나기 전에도 적용했던 숫자 3의 법칙을 적용해 보기로 했다.

여기서 '3의 법칙'이란 나 혼자 사용하는 말인데,

절대 포기할 수 없는 3가지 혹은 꼭 필요한 3가지 조건이다.


배우자를 선택하는 건 신중하고 어려운 일인 만큼 세상에서 말하는 많은 기준 때문에 머릿속이 혼잡했다.

덜어내고 덜어내고 3가지를 추려보니 최종적으로 아래 3가지가 남았다.

맑고 밝은 사람일 것, 따뜻한 사람일 것,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일 것 딱 이거였다.

이를 통해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었다.

나에게는 경제력도 외모도 우선순위가 아니었던 것이다.


돈에 대한 목표 설정은 배우자를 찾는 과정만큼이나 중대하다는 걸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

돈은 내 삶을 윤택하고 행복하게 도와줄 최고의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파트너에 대해 고민하다 보니 3의 법칙을 적용하지 않을 수가 없었고,

'이런 배우자를 만나고 싶다'처럼 '돈에 대해 포기할 수 없는 3가지'를 정리해 보았다.


1. 얼마를 벌면 행복할지 보다 지금 버는 돈을 소중히 여기고 감사한 태도를 가질 것.

2. 돈을 버는 과정 자체에서 행복을 찾을 것.

3. 돈을 좇지 않고 돈이 저절로 쫓아오는 삶을 살 것.




통장에 1억도 없지만 10억이 우스워 보이는 세상이다.

월 1,000만 원 버는 사람은 주변에 드문데 온갖 콘텐츠의 제목은 000으로 월 1,000만 원 버는 법으로 다양하게 팔리고 있다.

그만큼 나의 3의 법칙에도 각종 숫자가 등장할 뻔했다.

월 1억 벌기, 50억 자산가, 500억 자산가 등등.


내가 정한 돈에 대해 포기할 수 없는 3가지에는 숫자가 들어가지 않는다.

그리고 오히려 강력했던 후보는 '내 집마련'이었다.

내 집마련에 대한 전제가 서울 아파트 매매여야 한다거나 최하 32평 이상이어야 한다거나의 조건이 붙지 않는 순수한 '내 집마련' 네 글자.

이 정도면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 설령 이루지 못하더라도 위의 3가지가 나에게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아쉽게도 나의 현주소가 이렇다.

작년보다 성장하고 발전한 나를 대견해하기보다 조금 더 잘했으면 하는 욕심으로 채찍질하기 바쁜 모습.

왜 애초에 얼마를 벌어야 행복하다는 물음으로 시작했을까.

지금 행복할 수도 있는 건데 꼭 얼. 마. 를. 벌. 어. 야 행복할 것이라는 조건을 붙였냐는 말이다.

지금 버는 돈을 소중히 여기기는커녕 불평불만에 돈을 버는 과정 자체는 스트레스라고 생각했다. 돈을 좇기에 바빴고 그럼으로써 행복과 멀어진 일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지난주 자궁 근종으로 복강경 수술을 하며 느낀 바가 컸다.

전신마취를 하고 배의 네 군데에 구멍을 내서 자궁 안의 근종을 없애는 수술을 한 당일, 연신 토를 했다.

독한 마취약에 수술 중에도 수술 후에도 구토를 한 것이다.

꼼짝도 못 한 첫날과 달리 수술 후 둘째 날은 밥도 꽤 잘 먹었다. 셋째 날은 보호자의 도움 없이도 화장실도 혼자 갈 수 있었다. 넷째 날은 옆으로 돌아누워 잘 수도 있었고, 다섯째 날은 밖에 나가 외식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매일 조금씩 나아졌다.

담당 간호사분이 말하셨다.

"하루가 다르게 나아질 거예요"

이 짧은 5일 동안도 조금씩 나아진 나인데 왜 나는 그런 나는 보지 못했을까.


월 100만 원을 꿈꾸던 대학생에서 그의 3,4배를 버는 직장인이 된 나를 뿌듯해한 적은 거의 없었다.

작년 이맘 때는 프리랜서로 월 100만 원도 벌지 못했는데 1년 사이에 그의 3,4배를 버는 사람이 된 성장에는 당연하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세상에 당연한 건 없고 어쩌면 이 평범함도 내가 이룬 발자취인데 말이다.




'돈'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로 어지럽기까지 했다.

경제적 자유를 왜 원하는지, 진정 원하는지 본인에게 묻지도 않고 경주마에 올라타기 바빴던 최근 2년.

마치 배우자를 선택할 때처럼 너무 많은 사람이 너무 많은 기준을 제시해서 STOP을 외쳤다.

역시나 3의 법칙대로 '나'와 '돈' 두 가지만 놓고 보니 한결 정리가 되었다.


남이야 얼마를 벌든 얼마를 가지든 무슨 상관인가.

내가 돈에 대해 포기할 수 없는 3가지는 그 사람들과 다른데.

휩쓸리지 말고  행복을 챙기며  돈을 챙기며 나아갈 것이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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