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민의 481km 밖의 섬, 제주 정착기
프롤로그
여행객과 일상을 함께 한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낯선 곳, 공항에서의 시간은 그들에게 평범하지 않은 일상 밖의 일이다. 면세점에서 담배를 사기 위해 줄 서 있는 사람들, 롯데리아에서 햄버거를 먹는 사람들로 게이트 앞은 북적인다. 탑승시간의 기다림이 지루해도 이 순간과 장소는 그들에게 특별한 기억으로 남겨질 것이다.
나에게 공항과 비행기는 일상 밖의 공간이 아니다. 이 곳은 서울과 제주를 이어주는 중간지점, 나의 생활영역이다.
어디든 속하기도 하고,
어디에도 속하지 않기도 하다.
나는 서울, 제주 두 도시에 산다. 서울에서는 옷장에서 꺼내 입는 원피스, 샌들, 코트, 패딩으로 계절이 지나감을 느낀다. 반면 제주에서는 유채꽃, 벚꽃, 수국, 억새를 보며 계절이 지나감을 안다. 서울 집 창문을 열면 높은 건물이 보인다. 제주도 기숙사 창문을 열면 바다가 보인다.
재수가 끝난 스물한 살, 제주대학교에서 합격 통지를 받았다. 20년간 서울에서 벗어난 적 없던 나는 내가 어떤 생활을 할지 종잡을 수 없었다. 기숙사에서 떨어진 막내딸이 걱정된 아버지는 내가 살 집을 알아보겠다고 작은 배낭을 메고 혼자 제주로 내려가셨다. 아버지는 아라동의 신축 원룸을 구해주셨고, 곧이어 나는 제주로 내려와 개강을 맞았다.
어디에도 없는 스물 하나
나는 보통의 삶을 모른다. 이 곳은 서울만큼 치열하지 않다. 한 학기 등록금은 160만 원으로 학비 걱정이 없다. 취업 걱정, 미래에 대한 불안감 역시 서울에 있는 친구들보다 적다.
학창시절 따돌림 한 번 당하지 않은 나는 이곳의 철저한 외부인이다. 단지 서울특별시민이라는 이유다. 사람, 바다, 침대, 부엌, 아침 익숙한 것 하나 없는 제주에서 지독한 외로움으로 가득한 낮과 밤이 이어진다.
제주, 이 곳은 등 떠밀려 온 것이 아니다. 온전한 나의 선택이다. 여름 혹은 겨울은 어디에 머무를 것인지 끝없이 정한다. 예측할 수 없는 나의 생활이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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