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장. 수업재개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ESL 수업은 금방 지루해졌다. 학생들도 점점 온라인 수업에 지쳐가는 듯했다.
아침 8시 30분.
알람이 울렸지만 나는 이불 안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일어나야지' 하면서도,
딱히 수업이 기다려지는 것도 아니었다.
참옷차림으로 듣는 수업.
씻을 필요도, 화장도 필요 없다.
그래서 8시 55분에 눈을 뜨고,
8시 59분에 로그인했다.
그러고도 출석은 되니까.
외국인 친구들과 즐거웠던 홈 파티도, 캠핑도, hanging out도, 여름이 떠나가면서 수그러들었다.
가을을 맞고 있는 캐나다 길가의 단풍은 화려했지만,
그 속에 내가 있을 자리가 있는지는 불 확실했다.
나는 점점 더 느슨해지고, 흐릿해지고 있었다.
어느 날 문득,
‘내가 지금 뭘 기다리고 있더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상 위 메모는
아직도 멈춰버린 테솔 시험일에 그대로 멈춰 있었고,
그 옆엔 장난처럼 적어놓은 ‘복권 당첨’ 낙서.
그 아래
작고 낡은 글씨 하나.
‘TESOL 수업 재개’
그건 거의 소망 같은 글씨였다.
온라인 수업이 끝나고 마트에 가려고 양치질을 하다가 문득 생각했다.
“나, 이러다 진짜 영어수업만 듣다가 한국 가는 거 아니야?”
지금 듣는 ESL 수업이 마지막 레벨이고,
다음 학기 TESOL2 가 열릴지 말지 아무도 모른다.
“아… 나 진짜 여기서 끝나는 거야?”
매일 아침
조용히 이메일을 열고, 학교 사이트에 들어가고,
작은 공지를 찾았다.
기약 없이 열어보는 이메일 함은
어쩌면 나 스스로에게 '아직 기다리고 있다'는 증표였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습관처럼 이메일을 열어본 아침.
“어차피 또 연기겠지” 하는 체념 반, 기대 반.
그런데—그 알림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공지] TESOL 2 수업 일정 안내
딱 그 제목 하나가
화면 한가운데에서 나를 멈춰 세웠다.
숨이 멎었다.
나는 천천히 손으로 입을 가렸다.
믿기지 않았다.
“됐다!!! 한국 안 가도 돼!!!
이번 학기 ESL 끝나면
바로 수업 들을 수 있어.”
'오 하나님 감사합니다'
'집에 갈 때 ESL최고 레벨성적표도 들고!'
내가 붙들고 있던 기다림이, 드디어 말을 걸어왔다.
노트북을 켜고 줌 링크를 클릭했다. 혼자지만, 더는 혼자가 아니었다.
나는 화면 너머의 강사에게, 그리고 내 미래에게 말했다.
“기다렸어요! “
기다림 끝에, 아주 작은 확신이 말을 걸었다.
TESOL2 수업이 온라인으로 재개되면서,
하루의 리듬은 조금씩 안정되기 시작했다.
여전히 미래는 안갯속 같았지만,
그 와중에도 삶은 조금씩 틈을 만들었다.
수업을 듣고, 커피를 내리고, 다시 책상 앞에 앉는 하루.
아주 작은 루틴이 내게 숨 쉴 틈을 만들어줬다.
여전히 불안은 있었지만,
뭔가를 다시 시작하고 있다는 사실이
내 안에 작게나마 '괜찮을지도 몰라'라는 감정을 틔우고 있었다.
—
그리고 그 무렵, 친구가 갑자기 ‘휘슬러 갈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