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 Days Of Summer In Canada16

16장. 연하장

by 김지유

며칠 후, 늦은 밤.
나는 침대 옆 스탠드 불빛 아래에서 조심스럽게 연하장을 꺼내 들었다.


2020년의 모든 어려움을 공유해준 사람들에게,
지구 반대편에서나마 진심을 전하고 싶었다.

***


상상해보지 못한 높고 깊은 파고 속에 한 해를 보내며,

상상도 해보지 못한 일들을 헤쳐온 2020년이었습니다.


12개월, 365일이라는 시간 체계가 무색했던 날들 속에서,

앞만 보고 달리던 삶을 잠시 내려놓는 법을 배웠습니다.


17시간 느린 지구 반대편에서 보내는 2020년의 마지막 날,


유난히 특별했던 이번 한 해 에도, 제 삶에 존재해 주신 모든 분들께 이렇게나마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던 해를 보내고 나니, 다가오는 2021년은 더욱 특별한 마음가짐으로 맞이해야 할 것 같습니다.


새로운 희망과 용기로 시작되는 2021년, COVID19 이전보다 더욱 건강하고 행복하시기를.


비대면이 아닌 따뜻한 포옹으로 다시 만나는 날이 오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20년 12월 31일,

CANADA에서

김지유 dream.


***


연하장을 다 쓰고 펜을 내려놓았을 때,
나는 처음으로 이 시간을 ‘고생’이라고만 말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티는 시간이었지만, 그 속에는 분명히 내가 자란 시간이 있었다.


그동안 나는 늘 ‘잘 버티는 사람’이었다.
유년 시절도, 학업도, 직장 생활도—
아프다고 말하지 않고, 힘들다고 내색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참고 견디는 사람.


그게 성숙이고,
어른스러움이라 믿었으니까.


하지만 이곳에서의 시간은,
내게 조금은 다른 어른이 되는 법을 가르쳐주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고,
내 약함을 받아들이고,
기댈 줄 아는 것.

그것도 용기라는 걸.



‘단단한 척’이 아니라,
진짜 단단해지기 위한 시간.


그래서 나는 지금,
조금은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살아보려 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스스로에게 허락하면서,
흔들리는 나조차 품을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
지금의 나처럼 길을 잃은 누군가에게
작은 등불 하나 건넬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


LMIA 절차는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그리고 두 달 뒤—
친언니처럼, 형부처럼 지내던
나의 유일한 한국인 클래스메이트 두 분이
한국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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