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부동산 - 스페인 아파트
마드리드에는 마드리드시가 있고 마드리드 주가 있다. 딱 똑같지는 않지만 서울과 수도권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마드리드 시를 둘러싸고 있는 타원형의 고속도로는 M30이라고 부르며 그 안이 시내에 사는 거라고 할 수 있다. 그 바깥에도 원형 고속도로가 있는데 그것은 M40이라고 부른다. 어쨌든 M40안에 살아도 마드리드에 사는 거라고 할 수 있지만 마드리드 시내에 사는 것은 아니고 외곽 위성도시에 사는 셈이다. 내가 사는 이곳은 마드리스 시 밖의 위성 도시인데, 우리나라로 치면 분당 느낌이다. 새로 지어 반듯반듯한 길과 커다란 쇼핑몰 덕에 살기엔 아주 좋다. 그래도 나 유럽에 산다 ~ 하는 느낌을 주는 고풍스러운 건물이 가득한 시내에 살아보는 것이 나의 로망이다. 물론 시내에 가면 보통 건물이 오래되어서 대부분의 아파트에 바닥 난방이 없거니와 커뮤니티 시설 등이 없어서 아쉬움이 생길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겪어보지 못한 일에 대한 환상은 누구나 있다.
신도시에 살다 보니 신축 아파트가 하루가 다르게 지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고층은 아니지만 5층 정도가 보통인 것 같고, 영국처럼 1층이 0층이다. 스페인어 꼬꼬마 초보인 나는 생활에서 스페인어를 들었으면 좋겠는데 기회가 적어 아쉬워하던 찰나 지나가다가 본 아파트 모델 하우스를 방문해보기로 했다. 원래는 예약을 해야 하는 것 같은데 지나가는 길이니 그냥 띵똥 벨을 눌러본다. 아무도 받지 않아 전화를 해본다. 짧은 스페인어 말해본다. 저 안에 구경해볼 수 있나요? 잠시 기다리니 세일즈 우먼 포스의 여자분이 정원으로 나와 문을 열어주었다. 아하 단체로 많은 인원이 들어가는 한국의 모델하우스와는 달리 여긴 예약을 하고 한 팀씩만 구경하고 상담해주는 시스템이다.
나름 춥지 않은 나라라 그런지 집 짓는 모양새나 내부 마감이 아쉽다고 느꼈었는데, 이 곳의 방 두 칸짜리 모델하우스는 상당이 멋졌다. (사진보다 실물이 낫기도 하다.) 요즘 짓는 스페인 아파트답게 바닥난방은 다 되는데 에어컨은 천장 매립형이 아니라 벽 쪽 라디에이터 모양으로 생겼다. 마드리드 시내가 아니라서 과연 이런 곳도 집이 잘 팔릴까 했는데, 1단지는 완판에 입주 끝, 2단지는 내년 입주인데 70프로 분양 완료, 3단지는 아직 한창 짓고 있는 중이다. 1층은 테라스가 있어 방하나 정도 더 있는 셈으로 가격이 올라간다. 1층 마당이 있는 방 두 개짜리 세대와 위층 방 세 개짜리 세대의 가격의 거의 비슷하다. 방 두 개짜리 집이어도 거실과 부엌이 모두 넓어서 조금 놀랐다. (나중에 스페인어 선생님께 물어보니 해당 단지 브랜드가 스페인에서는 좋은 축에 속한다고 말해주었다.)
스페인 경기 침체로 집값이 폭락했었는데, 2-3년 전부터는 집값 자체는 회복 중이라고 한다. 스페인의 각종 부동산 거래 비용의 10프로 수준이라고 한다. 이 집의 가격? 방 두 개짜리가 7억 정도, 세 개짜리는 8억 그리고 물어보지도 않았지만 당연히 펜트 하우스는 더 비쌀 것이다. 집 구경은 참 재밌는 것 같다. 인테리어도 뭔가 한국에서 본 모델하우스와 달라서 잡지 보는 느낌이었다.
한국이나 스페인이나 집 값이 비싸 쉽게 구매하기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근사하게 꾸며 놓은 아파트 모델 하우스는 나도 이곳에 살고 싶다는 마음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이 곳은 1, 2년 전까지만 해도 든든한 직장만 있다면 100프로 모기지도 가능하다고 들었지만 요즘에는 집값의 20-30%가 준비되어야 집을 살 수 있다고 한다. 2020년 기준으로는 그래도 한국보다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비율이 높은 셈이다. 그러나 여기저기 아파트 매물 광고가 쏟아지는 것을 봤을 때 과연 지금 아파트는 잘 팔리고 있나 싶은 의문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