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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summersea Feb 17. 2020

대학원생이 요가할 시간도 있나요?

내 삶도 필요해요.

"뭐하냐?"

"요가. 말 시키지 마."     


  요가를 처음 접했을 때 언니와 오가던 대화다. 지금 요가라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연예인은 이효리씨 일 수 있지만, 언니가 대학생이 될 당시에는 옥주현씨였다. 언니는 물통과 수건을 옆에 두고 매트 위에서 옥주현씨의 자세를 똑같이 따라 하며 힘들어했었다. 식단 조절도 열심히 하더니 10kg 정도 감량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나도 수능 이후 물통과 수건을 옆에 두고 매트 위에서 옥주현씨의 자세를 똑같이 따라 했었다. 다이어트는 성공적이었다. 이렇듯 나에게 요가란 다이어트 수단으로만 그쳤다.      


  대학원 생활은 몸이 망가지기 쉬운 시스템이었다. 당시 연구실 규칙은 아침 8시 30분 출근 그리고 저녁 9시 퇴근이었다. 정형외과, 한의원, 그리고 피부과를 하루가 멀다 하고 들락날락거렸다. 더는 이렇게 살 수 없다. 아니,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운동이 필요하다고 몸이 반응하고 있었다. 대학교에 다닐 때 나는 다양한 운동을 접했었다. 수영, 킥복싱, 헬스, PT, 그리고 스피닝. 하지만 모두 격한 운동이라 체력이 바닥을 찍은 나로서는 거부감이 들었었다. 조용하고 편안한 분위기의 운동이 필요했다. 다행히 밤늦은 시간까지 수업이 있는 요가원이 원룸 근처에 있었고 옛날 옥주현씨를 따라 하던 나를 기억하며 요가원을 등록했다. 후회하지 않는 선택이었다.     


  차분한 선생님. 나는 선생님 덕분에 요가원을 1년 넘게 다녔다. 차분한 목소리로 명상을 유도하다 강력한 목소리로 아사나(자세)를 이끌어가셨다. 처음에는 균형 아사나마다 흔들리는 자신이 부끄러워 뒷줄에 자리를 잡았었지만 나중에는 선생님이 좋아 첫 줄에 매트를 펼쳤다. 선생님의 아사나를 따라 하고 차분한 성격을 본받고 싶어 부단히 노력했다. 덕분에 병원을 가지 않아도 될 정도는 아니지만, 그 횟수가 줄어들었다. 수업이 마친 후, 선생님이 아사나가 좋아졌다고 칭찬해주시면 수줍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고, 집에 가는 길에 남자 친구에게 신나서 재잘재잘 자랑을 했었다.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드라마 미생에 나왔던 대사이다.

   "이루고 싶은 게 있거든 체력을 먼저 길러라. 네가 후반에 종종 무너지는 이유. 대미지를 입은 후에 회복이 더딘 이유. 실수한 후 복구가 더딘 이유. 다 체력의 한계 때문이야. 체력이 약하면 빨리 편안함을 찾게 되고. 그러면 인내심이 떨어지고. 그리고 그 피로감을 견디지 못하면 승부 따위는 상관없는 지경에 이르지. 이기고 싶다면 네 고민을 충분히 견뎌줄 몸을 먼저 만들어. 정신력은 체력의 보호 없이는 구호밖에 안돼."


  연구자도 비슷하다. 오래 연구하고 싶다면 체력이 필요하다. 내 체력은 생각보다 약하다. 내 몸을 과대평가하지 말자. 나는 지금도 퇴근 후 매트 위에서 요가를 한다. 그리고 희망한다. 포기하지 않고 한 번 더 고민할 수 있는 체력이 나에게 존재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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