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아들이 방문을 열고 나오면서, 의미심장하게 묻는다.
아들: “엄마는 무슨 재미로 살아?”
나: (갑자기 ?) 너희들 키우고 자라는 거 보는 기쁨으로 살아 (진심이다)
아들: 엄마는 친구도 안 만나고 늘 회사-집-회사 밖에 모르쟎아. 나는 축구 보는 재미로 살아.
나: 엄마 보이는 모습과는 달리 “I”야. 낯 가리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거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야.
아들: 엄마는 그냥 누가 봐도 “I”야.
아이와의 짧은 대화가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대치동 한복판에서 아이 셋을 키우느라 남편과 나는 경주마처럼 앞만보고 내달리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첫째가 고등학생이 되면서, 진정한 사교육의 세계와 입시의 세계에 던져졌지만, 여전히 어설픈 대치동 엄마다. 그러면서도 착하고 건강하게 자라는 아이들을 보며, 귀여운 행동 하나에, 부모에게 보여주는 기특한 행동 하나에, 한번씩 가져오는 성취에 이것이 행복이라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감사히 보내고 있다.
기말고사가 코 앞인데 준비가 영 부족하여 시간이 부족하다고, 아이는 여간 예민한 게 아니다. 한참 사춘기 절정이였던 작년 이맘때의 모습이 한번씩 겹쳐지기도 한다. 아직 기말고사는 시작도 안 했건만 동네 특성 상 방학 학원 시간표를 짜느라 아이랑 한바탕 하고, 오전 내내 전화를 돌려댔다. 아이의 변심으로 일정이 바뀌게 된 것이다.
학기 중에는 내신과 학교 생활에 매진하느라 수능 공부를 따로 할 수 없기 때문에 방학기간에는 모든 고등학생들이 수능공부에 매진한다. 더군다나 방학기간에는 대치동 아이들 뿐 아니라 타학군 아이들, 심지어 지방에서 온 아이들까지 대치동 학원을 이용하기에 유명 강사의 수업은 중간고사 끝나자마자 수업 신청을 해도 대기로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
이 중 나의 마음을 가장 불편하게 한 건 팀수업을 하기로 팀을 꾸렸으나 팀에서 하차하겠다는 통보를 한 일이다. 아이와 충분히 상의해서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마음을 바꿨다. 일주일 넘게 설득을 하고 아이의 눈빛과 얼굴은 팀수업을 해보겠다는 것으로 이해한 건 내 희망였나보다. 아이는 오늘 아침 하차를 재확인 해주었다. 어찌나 친구들과 어머님들께 미안하던지… 그저 죄송한 내 진심이 닿기를 바랄 뿐이다.
내 일이라면 대기번호가 뒷 순서라서 안달복달 하지 않고, 깔끔히 포기 할 것이다. 어떡하면 팀수업 그룹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이번 합류로 우리 아이나 내가 친구들과 어머님들과의 관계에서 행여 멀어지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에 새벽에 한참을 잠을 못 이루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머리로는 충분히 이해하고 인지한다. 장기적인 면에서 본다면, 나를 위한 친구들과의 교재, 지속적인 취미 생활을 영위하는 것이 결국은 나와 가족을 위하는 길이라고. 그런데 아직 가슴으로는 그게 안된다. 내 일상에 “나”는 아이들보다 우선이 된 적이 거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