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내가 힘드네
남편이, 아이들 아빠가 집에서 지내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다행히 하루, 하루 지나갈수록 남편은 조금씩 더 좋아지고 있다. 시기적으로 빠른 회복보다는 올바른 방향으로 회복되길 원하는 간절한 마음이 있어서인지 나는 조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남편이 때때로 조급해 하기도 하였지만, 급할수록 천천히, 모든 건 하나부터 시작한다고 격려해주었다.
늘 새벽같이 출근하고, 일주일에 이틀 정도는 저녁 약속이 있었고, 봄 가을에는 주말 운동을 나가던 사람.
퇴근하고 와서는 저녁 운동을 하던 그의 루틴.
이런 루틴들이 새로운 일상으로 변화하며 통합하는 중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본인들의 일상에 아빠와
한 공간에 있는 변화된 사실이 편안하지만은 않은가 보다. 아침 화장실이 더 바빠진 것도 불편하고, 등교 전에 인사할 대상이 한 명 더 생긴 것도 부담스럽고, 가뜩이나 사춘기의 절정을 달리는 첫째와 둘째는 한번씩 듣는 아빠의 잔소리에 영혼 없는 “네” 로 대답을 일관하고 있다.
그동안 남편이 해오던 역할들의 일부분인 자연스레 나의 어깨로 자리를 옮겼다. 경제적인 부분을 제외하고는 가정에 기여하는 정도가 미미하다고 늘 불만이였지만, 막상 내 일이 되자 그렇지만은 않았다. 남편 역시 내가 해오던 일이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였는데, 본인이 집에서 지내면서 나의 일상을 막상 가까이 함께 지내게 되자, 그동안 본인이 보지 못했던 가사, 특히 아이들 케어에 대한 부분을 새삼 크게 느꼈다고 말했다. 기대하지 못한 소득이라고 할까? 어쨌든 우리는 이번 기회를 통해 서로를 더욱 잘 알게 되었다. 평상시 서로에 대해 더 세심히 관찰하고, 대화했다면 마음 상해가며 싸울 일은 없었을텐데.
여전히 출근하여 회사에서 나의 몫을 해내고, 가정을 운영하고 꾸려나가며 아이들을 돌보는 거에 추가적으로 남편도 케어하자니 주말이면 늘 기진맥진이다. 그나마 요즘은 남편의 수면패턴이 잡혀가고 있어서, 한동안 불면증으로 힘들던 나날들 보다는 조금 낫다. 그중 가장 힘든 건 나마저 아프면 안되기 때문에 몸도 마음도 건강히 지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이다.
남편은 아직도 소리에는 민감하게 반응한다. 출근하고 나면 가끔씩 잘 지내고 있나 궁금하기도 하지만, 본인이 연락하기 전에는 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카톡이 왔다.
내가 좋아하는 남편만의 말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