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da가 한국에 올 때까지 우리 관계에 위기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거짓말일 것입니다. 딱 한 차례 큰 위기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열고 나가기만 하면 서로 남남이 되어버리는 이별의 문 바로 앞까지 갔습니다. 당시의 이야기를 조금 들려드리겠습니다.
저의 가장 친한 친구 중 한 명이 Magda와의 관계를 부정적인 시선에서 바라봤습니다. 제가 이상주의자라면 이 친구는 엄청난 현실주의자입니다. 지금부터 이 친구를 A라고 하겠습니다. A는 제게서 늘 최선의 모습을 이끌어내는 멋진 친구입니다. 어느날 A와 밥을 먹고 있었는데 A가 제게 다섯 가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1. 나는 왜 사랑에 빠졌는가?
2. 왜 꼭 Magda여야만 하는가?
3. Magda가 내게서 무언가를 얻어내기 위한 사기꾼일 가능성?
4. 내게 한 사람을 부양할 수 있는 능력과 책임감이 있는가?
5. 왜 Magda는 나를 선택한 것인가?
A와 밥을 먹으며 이 다섯 가지 질문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뭔가 부족했습니다. 저는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컴퓨터를 켜고 먼저 이 질문들을 컴퓨터에 옮겨 적었습니다. 그리고는 각 질문에 대한 답변을 타이핑하기 시작했습니다. 누구에게 말할 것도 아니고, 누가 볼 수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저는 저의 깊은 의식 속에 들어가 날 것의 진실들을 건져낸 뒤에 그것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기록했습니다. 당시에 기록했던 답변들을 여러분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표현만 조금 수정하여 이곳에 그대로 옮겨볼까 합니다. 저는 Magda와 저의 이야기가 동화처럼 아름답길 바라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우리 이야기를 멋지게 포장하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저는 사람들이 현실을 봤으면 좋겠고, 그 현실에도 여전히 아름다운 조각들이 있음을 보여주고 싶을 뿐입니다.
1. 나는 왜 사랑에 빠졌는가?
- 나 스스로에게도 수도 없이 던진 질문이다. Magda와 사랑에 빠진 데에는 일단 나의 기질적인 부분이 크게 작용했다. 나는 외적으로 나의 기준을 넘어선 여성이 나에게 적극적이면 쉽게 마음을 연다. 내가 여성에게 먼저 다가가지 못하는데 먼저 다가와주니 나로서는 고마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단 마음을 내주면 '후광효과'*가 작용하여 상대방에 대해 아직 잘 알지도 못함에도 긍정적인 상을 만드는 실수를 한다.(물론 실제로 긍정적인 경우도 있다.) Magda도 마찬가지였다. 남미 여자답게 굉장히 개방적이고,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모습에 쉽게 마음을 내주었다. 그러나 사랑에 빠진 건 한참 뒤였다. 대화를 하면 할수록 좋은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여기에 후광효과가 작용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Magda에게는 누가 봐도 느낄만한 긍정적인 면들이 많이 있었다. Magda의 미소와 적극성에 매료된 나는 Magda의 성격 때문에 사랑에 빠졌다.
* '후광효과'란 어떤 대상의 특정한 특징이나 인상이 전체적인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인지 편향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한 가지 긍정적인(또는 부정적인) 요소 때문에 그 사람이나 사물의 다른 요소까지 좋게(혹은 나쁘게) 평가하는 현상입니다.
2. 왜 꼭 Magda여야만 하는가?
- A가 물었다. "Magda처럼 예쁘고 성격이 좋은 사람은 한국 사람 중에도 많을 텐데 왜 이런 위험을 감수하려고 해?" 나는 A의 생각과는 달리 우리나라 사람 중에 Magda처럼 생각이 제대로 박힌 사람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없다고 하면 당연히 거짓말이겠지만 사막에서 바늘 찾기를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A는 해보지도 않고 왜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냐고 되물었지만 주변에 결혼해서 살고 있는 친구들을 살펴보면 답이 나온다. 다들 사랑을 받기보다는 주면서 살아가고 있다. 남자는 여자로부터 사랑을 받고, 그에 대한 대가로 가족을 보호하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나는 Magda와 내가 그런 관계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3. Magda가 내게서 무언가를 얻어내려고 하는 사기꾼일 가능성은?
- 나도 당연히 생각해본 부분이다. 나도 처음에는 어느 정도 의심했지만 어느 순간 의심을 완전히 거둘 수 있게 되었다. 이건 감각을 떠난 일이라 설명할 수 없다. 내 직감이 그리 말해준다. 나는 Magda에게 진실된 사랑을 느낀다. A는 말한다. 다들 그렇게 속는다고. A 말대로 이게 사기라고 하더라도 아직까지는 내게 실질적으로 끼친 악영향이 아무것도 없다. Magda는 돈을 요구하기는커녕, 자기에게 돈을 쓰지 말라고 한다. 만나기 전까지는 그 어떤 것도 확신할 수 없지만 나는 나를 향한 Magda의 감정이 실재한다고 굳게 믿는다.
4. 내게 한 사람을 부양할 수 있는 능력과 책임감이 있는가?
- 미래는 장담할 수 없다. 지금은 당장에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말할 수밖에 없다. 지금 나의 답변은 '그렇다'이다. 일단 벌이는 두 사람이 지내기에 충분하다.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변동이 생길 여지가 있지만 적어도 내년 한 해는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관계가 Magda만을 위한 관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Magda를 나의 팀으로 영입하는 것이다. 함께 성장하기 위해서.
5. 왜 Magda는 나를 선택한 것인가?
- 가장 마음에 걸리는 부분 중에 하나다. Magda가 온라인에서 만나는 모든 남자들에게 이렇게 쉽게 접근한 것이 아닐까. 나 또한 너무 쉽게 마음을 열어준 것이 아닐까. 가지기 어려운 걸 가졌을 때 가치 있는 법인데, 이 관계가 너무 연약한 지반 위에 세워진 건 아닐까. 나를 향한 Magda의 감정이 당장은 진심인 걸 알겠지만 Magda의 의식 깊숙한 곳에 있는, Magda 본인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무의식의 영역이 궁금하다. 이 관계를 운명으로 치부해 버리면 조금은 아름답게도 들릴 수도 있겠다. 그러나 운명이 아니라면 이 관계가 쉬웠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여기까지가 2022년 12월 24일에 작성한 글의 일부입니다. A가 던진 물음에 대한 답변을 다 작성하고도 저는 몹시 혼란스러웠습니다. 저는 무거운 마음으로 Magda에게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저는 A와 이야기 나눈 것을 Magda에게 진솔하게 이야기하고, 솔직히 겁이 난다고 말했습니다. Magda는 전혀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흔들리는 제 중심을 잡아주려고 노력했습니다. Magda는 모든 상황을 다 이해하기에 제가 어떠한 결정을 내리든 다 이해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다만, 우리의 관계가 위태로운 지금 그녀의 세계가 붕괴되는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저는 Magda와 한, 두 시간가량 이어진 대화 끝에 다시 평정심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평정심을 되찾고 나니 잠시나마 Magda를 힘들게 한 부분에 대한 죄책감이 밀려왔습니다. 죄책감 이후에는 저를 온전히 신뢰하는 Magda에 대한 고마움이 밀려와 죄책감을 씻어냈습니다. 죄책감이 사라진 그 자리에는 한층 더 깊어진 신뢰의 탑이 세워졌습니다. 이제는 주변에서 어떤 부정적인 말을 해도 흔들릴 것 같지 않았습니다. Magda와 저는 만나야 했습니다. 만나기 전까지는 그 어떤 것도 판단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물음을 던지는 사람들을 좋아합니다. 좋은 물음은 지식의 영역을 넘어 지혜의 영역에 닿게 해 줍니다. 그래서 제게 좋은 물음을 던진 A는 제게 정말 좋은 친구가 분명합니다. 이 친구가 저와 Magda와의 관계를 부정적으로 바라봤다고 너무 미워하지는 말아 주세요. A는 저희 관계가 진실됨을 확인하고 이제는 저희 가족을 열렬히 사랑해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