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이 이루어졌다.
어릴 적부터 꿈꿔왔던 내 소원은 '언니'를 갖는 것. 내 소꿉친구 은숙이는 언니가 셋에다 여동생도 있어 언제나 내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언니의 좋은 점은 너무너무 많다. 가끔 싸우기도 하지만 정말 필요한 순간 같은 편이 되어주고, 부모나 친구에게 말 못 하는 일들도 척척 해결해주며, 동생 친구들이 놀러 오면 맛있는 것도 많이 만들어줬다. 내게도 언니가 있으면 엄청 좋아하고 시키는 대로 잘할 텐데 하는 마음이었으니 은숙이네 놀러 가면 언니들은 자기 동생보다 날 더 이뻐해 주었다. 그런들. 그 언니들이랑 함께 옷을 나눠 입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내게 언니가 있다면 제일 해보고 싶은 것 중 하나가 언니의 이쁜 옷을 함께 공유하는 것이었다. 친구들이 유행을 선도하는 이쁜 옷을 입고 나왔을 땐 대부분 언니들 옷이었다. 내겐 시커먼 남동생 둘이 전부였고 그 녀석들과 나눠 입을 수 있는 옷은 애당초 없었다. 가끔 엄마, 아버지가 새 옷을 사 오시면 입어 보았으나 함께 공유할만한 옷이 되지 못하여 매번 실망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런 기대를 했다는 자체가 우습다.
그런 나에게 드디어 소원이 이루어졌다. 딸을 낳았을 때만 해도 생각지 못했던 일이다. 두 딸들은 어릴 때도 옷을 물려주고 물려받으며 자랐기 때문에 옷을 공유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도 이 옷 같이 입어."
라고 말했다.
"엉? 나도? 나도 입어도 돼?"
"응. 같이 입자."
"엄마, 그렇게 입으니 젊어 보이네~"
아이들이 나만큼 자랐던 것이다. 기분이 좋았다. 내 옷이 갑자기 두배로 늘어난 것이다. 옷 부자가 되었다.
내 옷도 같이 입자고 했으나 입을만한 옷이 없단다. 아줌마 스타일이라 그렇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아직도 갖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 물으면 나는 당연히 '언니'다. 가능하면 여유 있는 부자 언니면 더 좋겠다. 시누들만 보아도 자매끼리 여행도 다니고 자주 만나 맛있는 것도 먹고 선물도 주고받으며 지내는 모습이 너무 보기가 좋았다. 이제 내게도 옷을 공유해주는 언니 같은 딸들이 있다. 노숙해 보이는 언니 옷 말고, 캐주얼한 젊은 옷을 나눠줄 딸이 둘이나 있는 것이다. 정녕 감사한 일 아닐 수 없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