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신혼집 3

by 오늘을 살다

시골에서 자란 터라 결혼 후 첫 도시 생활은 나름 많이 생경했다. 그중 제일 힘든 일은 쓰레기 버리기였다. 재활용 쓰레기 분류하는 법도 몰랐고, 음식 쓰레기를 돈을 주고 산 봉지에 담아 버리는 것도 익숙지 않아 불편했다. 부피를 줄이기 위해 수박껍질은 매번 감자 깎는 칼로 얇게 저며야 했다. 남편이 음식 쓰레기는 말려서 버려야 한다고 해서 베란다에 쓰레기를 펼쳐놓고 말리는데 파리도 날아오고 악취도 났다. 이게 뭔가. 같은 아파트 옆 단지에 살고 있는 시누에게 물으니 말리지 말고 그냥 버리랬다.


시골엔 사람이 귀하다. 사람이 찾아오면 무조건 문을 열고 반갑게 맞이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남편은 자꾸만 사람이 찾아와도 문을 열어주지 말란다. 남편이 출근한 지 몇 분 채 되지 않아 다시 벨이 울렸다. 당연히 남편이겠거니 문을 열어주었다가 혼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여긴 결혼 전 내가 살 던 곳이랑 다르다고, 출근하면서 아무나 문 열어 주지 말라고 방금 말했는데 또 문을 여느냐고 아침부터 일장 연설을 했다. 아니나 다를까 남편의 걱정은 실제로 뉴스에 종종 보도되곤 했으니 괜한 잔소리는 아니었다. 남편 눈에 나는 방금 막 도시로 올라와 세상 물정 하나도 모르는 어리바리 풋내기 아줌마였다.


아파트 내를 걸으면 시골 우리 동네보다 더 나무도 많고 이쁜 꽃들도 많았다. 멀리서 보면 아파트를 가릴 만큼 울창한 메타쉐콰이어 나무와 갖가지 종류의 유실수들. 앵두도 따고, 살구도 따고, 가을이면 알밤도 주웠다.

꽃이 필 무렵이면 아파트 단지 내 곳곳이 꽃잔치다. 뒷골목 외진 곳이라도 다르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꽃가지를 뚝 분질렀더니 남편이 화들짝 놀랐다. 꽃을 왜 꺾느냐고 한다. "이쁘잖아. 집에 꽂아놓게.." 맘에 든다고 아무 꽃이나 그렇게 꺾어가면 안 된단다. 남편의 이야기를 들으니 다 맞는 말이다. 시골 우리 집 마당에 있는 동백꽃이며 장미꽃처럼 꺾어다 개인적으로 가져가면 안 되는 일이었다.


아이가 생기자 길 가다가 마주치면 인사하는 사람들도 생겼다. "어디가?" 물으면 자동적으로 "시내 나가요."라고 말했다. 내가 나고 자란 동네는 시골이라 물건을 사야 하거나 볼일이 있으면 꼭 '시내(예전엔 '읍'이었는데 지금은 '시'로 바뀌었다)'로 나가야 했다. 동네분들이 '어디가?' 물으면 당연히 '시내 나가요'라고 했던 것이다. "시내? ㅎㅎㅎ 보기보다 말 참 구수하게 한다."라는 말이 되돌아왔다. 여기서는 '시내'라는 단어가 많이 낯설다. 그럼 뭐라고 대답해야 하지? 나는 또 한 번 문화의 차이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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