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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다니엘 Feb 14. 2023

튀르키예, 시리아 지진에 대한 단상.



2월 6일 새벽 터키(튀르키예) 동남부, 시리아에서 진도 7.8의 지진이 났다. 잘 몰랐는데 이곳도 워낙 지진이 자주 나는 지역이었다. 이런 이유로 20년간 터키 정부에선 지진세를 징수했는데 불분명한 용처를 놓고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이곳에 워낙 터키 이민자도 많고, 터키 출신 학생도 많은지라 오가며 이야기를 듣곤 했는데, 대부분은 터키 정치 상황에 대단히 비관적이었다. 공부한 사람들은 대부분 떠나고 싶어 한다고.


현재까지 최소 4만 명이 사망한 재난에 국제사회의 많은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 누군가는 개인 신분으로 이에 대한 후원금을 보내기도 한다. 인터넷의 보급, 소셜 미디어의 확산 덕에 이런 국제사회의 후원이 쉬워지는 듯하다.


하지만 최근에 다소 의아한 부분이 있었다. 이는 한 대학의 소셜 미디어에 많은 터키, 시리아 출신 학생들이 이에 대한 불만 섞인 글을 올린 점이다.


그 댓글에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메일을 보내야 이 재난에 대한 애도를 표하고 후원을 요청하는 글을 올릴 것인가.’

‘매번 랭킹 따지더니 다른 메이저한 대학은 이미 며칠 전에 발이 빠르게 게시물 올렸는데 닷새가 지나서야 이걸 올리냐. 그러고도 이 대학이 다양성을 표방하는 학교가 맞냐.’

‘우크라이나 전쟁 났을 때는 그렇게 발빨르게 포스팅하더니 왜 그보다 훨씬 큰 재앙에는 이렇게 행보가 느리냐. 터키는 유럽이 아닌거냐.’ 등등.


대학이 어떤 성명을 내고 애도를 표하고 후원 모금을 할 수도 있다. 그건 어디까지나 그들의 선의가 아니겠는가. 지구촌의 모든 비극에 대해 다 애도를 표현해야 하는 건 아니지 않는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건 사람이 한 인재로 마땅히 비난받아야 했고, 유럽이라는 지리, 역사적인 공통점에 그런 성명을 낸 건 아니었을까.


유난히 특정 학교 소셜 미디어에서 비난이 심했다. 물론 터키인 입장에서 어마어마한 재난에 본인이 다니는 학교가 입장 표현을 하지 않은 게 서운할 수도 있다. 근데 이곳이 터키도 아닌데다가 국가기관도 아닌 대학교에 이런 애도 성명을 요구하고 성명했는데, 늦었다고 비난을 하는 터키 출신 학생들을 공감하기 쉽지 않았다.


우리가 보이지 않는 일상적인 비극에 대해선 무어라 말할 것인가. 빌 게이츠는 자기가 다른 건 몰라도 전세계에서 소아마비 하나만큼은 퇴치하겠다고 나섰지만 수많은 돈과 역량을 쏟아부어도 그 목표를 이룰 수 없었다. 그만큼 우리는 곁에서 볼 수는 없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비극은 일어나고 있고, 단순한 후원만으로 이 모든 비극이 끝나지 않을 것임을 의미한다.


그래도 후원하는 건 중요하다. 그보다도 실제로 그곳에 파견해 일하는 분은 더욱 존경스러운 일을 하는 셈이다. 하지만 그걸 하지 않는다고, 어떤 공식기관이 애도하지 않는다고 비난받아야 하는 건 아니다. 이것 말고도 불행과 비극은 계속 이어지고 있으니까.



그래도 덧붙이자면 터키 학생들이 매번 유럽에서 일어나는 비극에만 관심을 가지는 이 나라의 전반적인 태도에 불만을 가졌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2015년에 파리에서 테러가 일어났을 때 국제사회가 추모했던 것과 달리 훨씬 많은 사상자가 낸 시리아 내전에는 별다른 관심을 주지 않았던 예처럼.


나는 그런 입장에서 마음이 무거웠다. 앞으로 내가 할 분야에 있어 사회에 도움이 되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터키와 시리아가 지진의 피해를 복구하고 빨리 회복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아이티가 2010년 지진 이후에 지금까지도 이를 복구하지 못하고 시스템이 완전히 붕괴한 걸 보면 그런 생각도 든다. 물론 터키나 시리아의 상황이 아이티와는 분명 다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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