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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독 바다청년 Nov 21. 2023

외국인은 한식을 좋아할까?

한식의 세계화


짧은 시간에 친해진 친구들끼리 돌아가며 모국의 음식을 요리하기로 했다. 첫 타자는 이태리 커플. 까르보나라를 만들었다. 그렇게 첫 번째 요리가 성공적이었던 이유로, 그다음 타자에게는 많은 부담이 있었다. 매도 빨리 맞는 게 낫다는 생각에 다음에 한식을 먹기로 했다.


이를 위해 독일에 있는 한국 온라인 시장으로부터 많은 양의 음식을 주문했다. 된장, 고추장은 물론이고, 두부, 무말랭이, 꼬막무침, 닭갈비, 막국수, 칼국수, 막걸리와 소주 등.

한화로 20만원이 넘는 돈을 쓰고,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이를 계획했다. 누군가를 초대해서 많은 양의 음식을 해본 적이 없기에 걱정도 됐지만, 닭갈비는 완제품이었으니 못해도 중간은 가지 않겠느냐는 생각이었다.


메뉴는 전형적인 한국 음식, 삼겹살과 찌개. 고추장으로 삼겹살을 만드니, 찌개는 고추장이 아니라 된장을 쓰기로 했다. 그리고 반찬으로는, 온갖 김치와 꼬막무침. 고추장 삼겹살과 꼬막무침, 김치를 먹더니 맵다고 물 달라고 하고, 벌컥벌컥 마신다. 한국인의 매운맛을 보여주었다. 그들은 매운맛을 그냥 ‘Spicy’라는 단어로밖에 이해하지 못했을 테다.


또, 막걸리와 소주를 맛보게 한다. 막걸리는 맛있다며 벌컥벌컥 마시는데, 소주는 이에 비해 인기가 덜하다. 어쩌면 전날 과음해서 그런지도 모른다. 그래도 한국식 건배를 알려줬다. 서툰 발음이지만 ‘위하여’를 하는 모습이 아주 대견하다.


식사를 어느 정도 정리하고, 한국 보드게임을 알려주기로 했다. 공기는 숙달이 필요하기에 제일 쉬운 윷놀이부터 알려줬다. 재밌다고 한다. 상대편 말을 잡고, 다시 한번 윷을 던질 때 특히 즐거워했다.

다음엔 화투짝을 들고, 고스톱을 소개한다. 일단 그림 맞추는 걸 설명하는데, 본인이 들고 있는 패를 무슨 훌라처럼 등록하겠다길래 그런 게 아니고 짝이 있어야지만 네 것으로 할 수 있는 거라고 여러 번 설명해야 한다. 특히 뻑, 쪽, 싹쓸이 등 특수한 규칙에선 이해시키는 데 조금 애를 먹었지만, 결국 그냥 하다 보니 재밌어한다. 사실 돈을 걸고 해야 재밌다고 하며, 이거 하다가 너희 돈 다 잃을 수도 있다며 겁도 줬다.




이후에도 워낙 외식 가격이 비싸다 보니 집에서 많이 해 먹게 된다. 된장찌개와 떡볶이, 삼겹살, 그리고 갖가지 김치로 사람들을 몇 차례 대접했는데, 매번 똑같은 음식만 할 수도 없는 노릇. 하루는 ‘냉장고를 부탁해’처럼 남은 밥과 고기, 채소를 처리하기 위해 새로운 메뉴 개발에 눈을 떴다. 이는 미역국과 김치찌개.


물론, 한국에서 해봤기에 대충 이렇게 하면 되겠거니 싶었지만, 독일 식재료로도 그 맛을 낼 수 있을 것이라 장담하지 못했기에 따로 초대는 하지 않고, 옆집 사는 친구들 상대로 실험을 했다. 어떤 친구는 지금까지 먹어본 것 중에 제일 맛있단다. 이탈리안은 미역국에 밥 두 공기를 말아먹었고, 김치찌개 반응이 정말 좋았다.


시작하기에 앞서 걱정도 많이 했지만, 모두들 행복하게 한식을 먹을 수 있어 참 다행이다. 코로나 덕에 집밥을 을 꽤 오래 한 게 이렇게 도움이 되는구나 싶다. 멀고도 먼 타지 땅에 한국의 맛을 알렸다.


독일 시골에서 한식의 세계화를 실천하고 있다. 우스갯소리로 친구들에게 공부 그만두고 한식당을 열어볼까 했는데, 나는 몰라도 누구든지 오기만 하면, 독점이기에 수익성이 있을 듯하다. 대부분 외국인이 한식을 잘 먹더라.



에필로그


대부분의 외국인이 한식을 맛있게 먹고, 어떤 이는 한식이 그 어떤 식단보다 훌륭하다고도 이야기한다. 조금 아쉬운 점이라면 유럽 젊은이 사이에서 유행하는 환경 및 생명보호 입장의 베지터리언 및 비건 움직임이 맞춰 고기를 완전히 제외하고 맛을 내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들은 멸치육수를 낸 국물, 새우젓이 들어간 김치도 원칙적으로는 먹지 않으니 그 선택지가 굉장히 좁아진다. 개인적으로 몇몇 친한 이들에게 융통성을 가져보는 건 어떠냐고 이야기도 해봤지만, 신념을 가지고 먹으려고 하지 않으니 별로 소용이 없다. 그런 이들은 제대로 한식을 접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김치에 새우젓을 빼고, 찌개를 낼 때 육수를 아예 빼고 내거나 다른 것으로 맛을 내는 게 진정으로 올바른 식문화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이에 대한 나의 명확한 해답은 없다.


적어도 많은 사람에게 한식을 더 널리 알리기 위해선 기존의 고기 위주의 메뉴에서 다른 메뉴 개발을 하는 것도 한식의 외연 확장에 도움이 되겠다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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