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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독 바다청년 Nov 28. 2023

계속 이곳에서 살 수 있을까?

이방인으로서의 삶


독일에서의 두 학기가 마무리가 된 시점. 내겐 참으로 큰 변화였고 많이 성장할 수 있었다. 첫 학기만 하더라도 현실 세계에서는 그나마 이상적인 사회에 가깝다고 생각했던 독일에 정착하고 싶다고 생각하다가 며칠 사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독일. 좋은 나라다. 학비 없고,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보장하는 일자리와 안정된 사회, 정치 시스템. 물가도 저렴한 편. 정치인은 친환경적인 정책을 펼치고, 사람들도 상대적으로 자연 친화적이고 올바른 가치관을 가진 이들이 대부분. 이게 전반적인 독일의 총평이다. 그렇다면 그 이면에는 무엇이 있는가.


먼저 현실적인 생각을 한다. 독일에 머물렀을 때 외국인으로서 올라갈 수 있는 한계가 매우 명확하다는 점인데, 일례로, BMW 임원 모두가 독일 남성이고, 외국인이 독일 대학의 교수로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또 독일인들의 문제점이라면 본인들 나라를 너무나도 사랑한다는 점이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꼭 그런 것 같지만은 않지만…) 사실 이게 꼭 나쁜 건 아니다. 본인의 나라를 사랑하는 게 얼마나 좋은 것이냐. 하지만 어떤 부분이 문제점이냐면, 그런 이유로 결핍의 욕구를 못 느끼고, 시스템의 문제점을 개선하지 않으려고 하는 점이다.


일례로 수없이 많고 불필요한 행정업무를 떠올려 보자. 나로선 지금에야 급한 불은 껐다고 하지만 외국인으로서 그 진입장벽은 굉장히 높다.


이런 이유로 이 경직된 사회구조가 이 나라에서 외국인으로서 살아가는 어려움이자 한계일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한다. 어쩌면 이런 점에서 혹자는 독일, 그리고 유럽이 다시 세계의 중심이 되기보다는 이미 병들었고 다시는 패권을 갖지 못할 것인데 반해, 미국은 인재를 받아들이고 그 인재가 주류 사회에서 활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이 가진 수많은 문제에도 그 패권을 유지해 나간다는 이야기를 한다.




언젠가 두 명의 젊은 독일 친구와 꽤 오랜 시간을 나누며 했던 이야기를 되짚어본다. 사회 전반의 시스템부터.


합리적이고 모든 시스템이 잘 돌아갈 거라는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너무나도 많은 문제가 있다. 이를 너무 쉽게 보여주는 것이 그들의 철도 DB. 너무 많이 말썽을 부려 이젠 놀랍지도 않다. 독일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느끼게 한다. 친구는 대대적인 변화, 개혁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까지 한다. 디지털화는 거리가 멀고, 체계적이지 않고 문제가 많은 독일 사회를 볼 때 과연 그들이 정말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게 맞는가 싶은 의구심을 갖게 된다.


다른 하나는 폐쇄적인 독일 사회. 친구는 우리 학교가 독일 최고의 대학보다는 마케팅을 잘하는 것 아니냐는 화두를 던졌다. 독일인이 봐도 불만이 많은 듯했다. 나는 잘해도 못 해도 BMW를 간다는 이야기도 해줬는데, 이에 거들며 막말로 북부 독일은 다 Volkswagen가고, 남서부는 벤츠, 바이에른은 BMW를 간다며 이게 독일의 지금까지의 경제성장을 견인한 것도 맞는데 이게 지금 시대에도 맞는 교육의 방향이자 비즈니스 모델인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인상 깊었던 건 서두에 언급한 폐쇄적인 독일 사회의 모습, 인재가 부족한 건 홀로코스트의 여파로부터 아직 자유롭지 못하다고 이야기한다. 인재가 모두 미국, 영국으로 가버렸기 때문. 나는 그것도 맞지만, 한편으론 그런 역사가 있기에 독일이 미국, 영국과 같이 단순한 경제성장뿐만 아니라 환경이나 사회보장제도가 더 발전할 수 있는 것 아니었겠냐고 덧붙였다. 모든 일에는 양면이 있는 거니까.


두 친구 모두 독일에 계속 머물 생각 있냐고 물었다. 반년 전만 해도 그런 생각이 강했는데 이젠 모르겠다고 하니 본인은 앞으로 질 좋은 노동력이 부족해질 것이기 때문에 지금처럼 모든 임원이 백인 남성인 사회에서 다양해질 거라고 한다. 또 독일의 공용어도 점차 독일어에서 영어로 변화하지 않겠냐는 이야기도 덧붙인다.




삶은 어떻게 흘러갈지 모른다. 이미 서른 가까이 산 곳에서 떠났는데, 고작 1년 남짓 산 곳을 떠나지 못할 이유는 무엇이란 말인가.


하지만 앞서 언급한 독일의 문제점을 그 모든 것을 상쇄하는 독일의 좋은 점이 있다. 이는 바로 약자가 보장받고, 하고자 하면 기회를 주는 사회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학교가 학비가 무료이자 아프면 거의 무료로 해결해주는 의료 시스템 등등.


그런 이유로 다양한 삶의 방식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독일에서 태어나 대학에 다니다가 대학원생으로 온 이들도 있지만, 누군가는 아프간 전쟁에 참여하고 다치고 전역해서 공부하다가 머나먼 독일까지 온 이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온 사람들도 사연이 무궁무진하다. 제일 큰 공통점은 시간이 오래 걸려도, 혹은 늦었어도 자기 꿈을 찾으려고 하는 사람이 꽤 많다는 점이다. 그게 독일이라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매력이 아닐까 싶다.


꿈을 꾸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 이전의 어떤 대학을 나오고, 돈을 많이 벌던 것과는 별개로. 그래서 나도 꿈을 계속 꾸기로 했다. 내가 좋아하는 걸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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