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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독 바다청년 Nov 22. 2023

내가 마늘냄새가 나다니...

인종차별과 진실의 경계

마늘 냄새.

삼겹살 먹은 다음 날 훈련하던 도중 동료가 마늘 냄새난다고 하여 이단 옆차기를 날렸다는 박찬호부터, 뭐 많은 일화가 있다. 유학생 커뮤니티 등에도 심심찮게 등장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나 또한 마늘 냄새의 진위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도대체 무엇이 진실일까.


이제는 정말 친해졌다고 자부할 수 있는 유럽인들에게 수차례 물어봤다. 괜찮으니까 말해보라고. 나한테 마늘 냄새 나냐고. 몇 번이나 물어봤지만 아니라고 한다. 그들 중 한 명이 말하기를,


‘예의를 갖추려고 한 말은 아니다. 다만 네가 요리하면 통로에 한국 음식 냄새가 가득 찬다.’


내 몸으로부터는 아니고. 이후로, 사람에 따라 다를 수는 있고, 냄새가 아예 안 난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마늘 냄새난다는 것 자체가 인종차별이라는 생각을 어느 순간부터 하게 됐다.


사실 나는 이곳에서도 한식을 자주 먹는 편이다. 저번 학기보다는 물론 적지만, 마늘은 거의 모든 요리에 들어가는 편. 뭐 우리만 마늘 많이 먹는다고 생각하지만, 세계 대부분 음식에 마늘은 들어간다. 이태리, 멕시코 대륙을 가리지 않고. 독일인들이 마늘을 안 먹는다고? 그것도 틀린 말이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엄연히 독일 마트에 마늘을 많이 팔고, 독일인들도 꽤 많이 먹는다. 물론 우리만큼은 많이 안 먹지만.


그러던 어느 날 한국 지인은 내게 그런 냄새가 난다고 했다. 그리고 그 음식을 먹지 않으니 그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결국은 마늘 냄새가 나는 게 그 사실만큼은 인종 차별이 아니었던 셈이었다. 물론 그걸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인종차별이 될 수는 있지만, 마늘, 즉 모든 한국 음식을 먹는 것에 대해 전반적인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자각이 들었다고나 할까.


정말 앞으로 한국 음식을 먹지 말아야 할까. 그 지인처럼 평일에는 한국 음식 먹는 것을 줄여야 할까. 그런 생각을 하니, 나의 친구들은 정말 몰라서 그랬을까. 아니면 알면서도 모른 척한 걸까. 둔감해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지금 물어봐도 그들이 진실을 말해줄지는 모르겠다. 그런 면에서 그들이 내게 100퍼센트의 진실을 이야기하는지 생각을 해보게 됐다. 어쩌면 사람 간의 관계에서 100퍼센트 진실, 본인의 생각을 모두 이야기하는 건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정말 그렇다. 어쩌면 그들은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큼은 이야기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알 수 없다.


이런 걸 생각하면 혹자가 독일이 아무리 좋다고 이야기하더라도 한국 사람이 살아가는 데 불편함이 없는 건 아니다. 이외에도 대부분의 사람은 친절하지만, 이방인이기 때문에 느끼는 따가운 눈총, 생각 없는 10대에겐 중국인들을 향한 인종차별 중 하나인 ‘칭챙총’을 듣기도 한다.  또 어느 날은 버스를 타자마자 버스 기사가 니하오라고 하여, 독일어로 인사를 했더니, 다시금 니하오마라고 한다. 몇몇 이들은 묻지마 폭행도 당했으니 그런 것에 비하면 나는 굉장히 양호하다. 미국처럼 총은 안 쏴대지만, 일상에서 훨씬 더 만연한 이곳에서의 차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본다.




얼마 전까지 외국인을 안 받던 바이에른 주에는 특히 외국인이 많이 없어서, 익숙하지 않은 유색인종들에 대한 배타적인 인식이 있다고 몇몇은 말한다. 그러면서도 사람마다 다르고, 조금씩 살다보면 나아진다고는 한다. 독일에 오래 산 이들도 외국인으로서 받는 차별이 있다고 한다. 슬픈 일이다. 하지만, 우리라고 안 그러는가. 우리는 외국인들을 볼 때, 이상한 시선으로 보지 않는가.


잘 몰라서 하는 이야기도 있고, 가끔은 ‘이 새끼가 나를 엿 먹이려고 말하는 건가?’ 싶을 때도 있다. 앞에 언급한 것처럼 길 가다가 괜히 시비를 걸거나 불쾌한 경험도 여럿 있다. 너무나도 불쾌한 경험들이고, 보통은 반응을 잘 하지 않는 편이다. 내게 시비를 거는 이들에게 다 상대할 만큼 마음의 여유가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인종차별 문제에 관해 이야기할 때 독일인들이 그런 일이 있냐며 놀란 토끼눈으로 쳐다봤던 게 기억난다. 그렇게 둔감한 거다. 하지만 한국에서 만연한 차별을 생각하면 사실은 이 정도의 경험은 그리 심한 건 아닌지도 모른다.


한편, 이미 성인이 된 나는 그래도 이를 어떤 방향으로 해결하는데 나보다 훨씬 어린 친구들, 특히 학창 시절을 이곳에 보내는 사람들은 참 어렵겠다고 생각해본다. 물론 한국에서도 학창 시절 학교폭력부터 왕따, 뭐 문제가 적지 않았다. 학교 가기 싫다고 생각할 때도 꽤 있었으니. 한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생각하면 이곳에서 어릴 적부터 사는 게 더 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선뜻 그게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같은 언어를 쓰고 비슷한 생김새를 한 이들끼리 사는 게 더 편하지 않겠냐는 생각이다.


여러 가지의 많은 세상의 많은 문제처럼, 이도 시간이 지나면서 나아질지도 모른다. 그런 한편 그보다도 잘 변하지 않을 것 같다는 다소 비관적인 생각을 덧붙인다. 총기 사건이 훨씬 덜한 유럽이 미국 사회보다 안전한 것 같으면서도 일상에서의 차별과 편견은 이곳에서 훨씬 더 많지 않은가 싶은 생각을 다시금 해본다. 슬픈 일이다. 이방인으로 산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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