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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독 바다청년 Nov 15. 2021

독일에서의 성당

천주교 미사


이 조그만 도시에도, 600년 넘는 유구한 역사의 성당이 있다. 성당 크기가 제법 웅장하다. ‘Albrecht Dürer’라고 뉘른베르크 출신의 유명한 화가가 있는데, 그 사람이 그린 스테인드글라스도 있다. 제대 위에 있는 황금 조각상은 예전에 뉘른베르크 성당에 있었는데, 이 성당이 개신교 교회로 바뀌면서 슈트라우빙 성당 공동체가 샀다고 한다. 제법 흥미로운 역사다.

평생 우리말로만 미사를 보다가, 영어도 아니고, 독일어로 미사를 보려고 하니 쉽지 않지만, 가톨릭 미사 전례는 어딜 가나 똑같은지라, 대충 알아들을 수는 있다. 뭐 10% 정도?

현지 독일인 친구가 알려준 덕에, 독일어로 된 미사 전례를 찾을 수 있었다. 신부님이 미사 집전 중 조금씩 기도문을 바꿔서 말하는 덕에 가끔 헤매기도 했지만, 얼추 따라갈 수 있었다. 이렇게 몇 달이 지나고, 또 1년이 지날 땔 즈음엔 기도문이 없어도 따라갈 수 있겠지 싶다.

이곳에선 역시나 성당 가는 게 Old-fashioned한 일이기에, 젊은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물론 우리나라도 점점 그렇게 변해가고 있지만, 서양에선 이미 그런 과정을 수십 년간 걸쳐왔기에 그 경향이 뚜렷하다. 하지만, 성당 다니는 사람들이 으레 그렇듯, 내가 간다고 절대 옆 사람에게 같이 가자고 하진 않는다. 이곳에서도 마찬가지. 높은 확률로 나만 계속 성당에 갈 듯하다. 독일인 친구는 이런 나를 보며 신기하게 여긴다. 그럴 법도 하다.

말씀 전례가 시작할 때 귀를 쫑긋 열고 들으니, 다니엘과 마르코였는데, 우리나라 매일미사를 보니 동일하다. 미사 전례가 한 국가에서만 같은 줄 알았는데, 로마 가톨릭 전체가 똑같은 전례로 미사를 본다는 걸 오늘 깨달았다. 놀라운 사실이다.

또, 신부님은 강론 중에 오늘이 전례력으로 마지막 날이라고 이야기한 것 같았는데, 살펴보니 다음 주가 마지막이다. 연중이 마지막이라고 한 것이었을까. 어찌 됐든 유일하게 이해한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잘못 이해한 걸 보니 아직 갈 길이 멀다.

독일인 친구는 오늘이 전쟁에서 희생된 모든 사람들에 대해 기억하는 날, Volkstrauertag ("people's day of mourning")이라고 알려줬다. 우리로 따지면 현충일 정도 되지 않을까. 본인도 몰랐는데, 할머니가 알려줬다고.

그래서 성직자들이 마을에 와서 추모행사를 집전했다고 한다. 아마 성당에서도 보편지향기도로 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알아듣진 못했다. 역시나 갈 길이 멀다.

성당에 들어와서 파이프 오르간 소리를 들으니, 이곳 성당에 잘 찾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Dank sei Go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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