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미사
이 조그만 도시에도, 600년 넘는 유구한 역사의 성당이 있다. 성당 크기가 제법 웅장하다. ‘Albrecht Dürer’라고 뉘른베르크 출신의 유명한 화가가 있는데, 그 사람이 그린 스테인드글라스도 있다. 제대 위에 있는 황금 조각상은 예전에 뉘른베르크 성당에 있었는데, 이 성당이 개신교 교회로 바뀌면서 슈트라우빙 성당 공동체가 샀다고 한다. 제법 흥미로운 역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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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우리말로만 미사를 보다가, 영어도 아니고, 독일어로 미사를 보려고 하니 쉽지 않지만, 가톨릭 미사 전례는 어딜 가나 똑같은지라, 대충 알아들을 수는 있다. 뭐 10%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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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독일인 친구가 알려준 덕에, 독일어로 된 미사 전례를 찾을 수 있었다. 신부님이 미사 집전 중 조금씩 기도문을 바꿔서 말하는 덕에 가끔 헤매기도 했지만, 얼추 따라갈 수 있었다. 이렇게 몇 달이 지나고, 또 1년이 지날 땔 즈음엔 기도문이 없어도 따라갈 수 있겠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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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선 역시나 성당 가는 게 Old-fashioned한 일이기에, 젊은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물론 우리나라도 점점 그렇게 변해가고 있지만, 서양에선 이미 그런 과정을 수십 년간 걸쳐왔기에 그 경향이 뚜렷하다. 하지만, 성당 다니는 사람들이 으레 그렇듯, 내가 간다고 절대 옆 사람에게 같이 가자고 하진 않는다. 이곳에서도 마찬가지. 높은 확률로 나만 계속 성당에 갈 듯하다. 독일인 친구는 이런 나를 보며 신기하게 여긴다. 그럴 법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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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 전례가 시작할 때 귀를 쫑긋 열고 들으니, 다니엘과 마르코였는데, 우리나라 매일미사를 보니 동일하다. 미사 전례가 한 국가에서만 같은 줄 알았는데, 로마 가톨릭 전체가 똑같은 전례로 미사를 본다는 걸 오늘 깨달았다. 놀라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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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신부님은 강론 중에 오늘이 전례력으로 마지막 날이라고 이야기한 것 같았는데, 살펴보니 다음 주가 마지막이다. 연중이 마지막이라고 한 것이었을까. 어찌 됐든 유일하게 이해한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잘못 이해한 걸 보니 아직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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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인 친구는 오늘이 전쟁에서 희생된 모든 사람들에 대해 기억하는 날, Volkstrauertag ("people's day of mourning")이라고 알려줬다. 우리로 따지면 현충일 정도 되지 않을까. 본인도 몰랐는데, 할머니가 알려줬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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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성직자들이 마을에 와서 추모행사를 집전했다고 한다. 아마 성당에서도 보편지향기도로 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알아듣진 못했다. 역시나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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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에 들어와서 파이프 오르간 소리를 들으니, 이곳 성당에 잘 찾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Dank sei Go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