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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독 바다청년 May 16. 2022

독일 맥주 축제

독일인과 함께 맥주



벌써 저번 주말이다. 그동안 매번 시간을 같이 보내던 친구들이 아니라 다른 그룹과 함께 축제를 간다. 석사 같은 프로그램을 하면서도 서로 따로 노는 게 눈에 띌 정도긴 하지만, 워낙 좋은 친구들이라 크게 걱정은 하지 않으면서도, 불편할까봐 걱정도 했다.


이 모든 것의 시발점은 강가에서 같이 배구를 마치고, 내가 우리 집에서 저녁 먹지 않겠냐고 제안한 것부터 시작됐다. 다소 의도가 다분히 담긴 제안이었다. 10명이나 와서 쉽진 않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이 친구들과 어떤 공감대를 쌓을 일이나 명분이 없겠다고 생각한 전략적인 움직임이었달까. 굳이 먹은 걸 돈으로 부쳐주겠다길래, 평소 내가 밥 해줬는데 밥값 받는 게 이상하다고 느낀 나는 쪼들리는 나의 경제 상황에도 따로 받지 않았다. 이런 모습에 부채 의식을 느껴서인지 그 다음주 식사에 초대받았다. 새로운 그룹에 가니 또다른 새로운 친구들도 만나고 더욱 폭넓은 주제, 새로운 인식을 접한다. 대부분은 독일인. 독일인들 모임 사이에 끼면 이질감도 느끼지만, 외국인이 섞인 모임에서 볼 수 없는 그들의 더욱 편한, 그들의 본모습을 볼 때가 있다. 빗장이 풀린 느낌이랄까.

맥주 축제. 말로만 들었는데, 맥주를 시키니 1L가 나온다. 전날에도 술을 진창 마셨는데 12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술이 들어가니 알코올 분해가 잘 안 된다. 분위기를 맞춰주고 싶어서 마시는데 끝내 3L까지 마신다. 맥주로도 취할 수가 있단 걸 깨닫는다. 잔도 무척 무거운데, 핸드폰에 스쳤더니 액정필름이 순식간에 깨졌다. 그렇게 술 마시고 카드놀이를 하다보니, 어느새 저녁. 저녁부턴 공연이 시작된다. 어느 순간 의자 위에 올라서서 노래 부르고 춤추고 난리도 아니다. 옥토버페스트가 이런거겠거니 싶다. 굳이 돈 많이 쓰면서까지 갈 필요가 없겠단 생각을 해본다. 독일인 남자애들은 다 쫙 달라붙는 가죽 반바지를 입고 왔는데, 나보고 꼭 하나 사라고 강권한다. 그래서 우리 동네에서 축제하는 8월에 나도 하나 사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나저나 독일어를 1년 배웠다고 하지만 그들과의 대화는 거의 불가능하다. 가끔씩 알아듣는 날 기특해하면서, 몇가지 현지 구어체를 알려준다.

Mei das schmeckt aber gut


맥주 먹을 때마다 맛있다고 외치라고 한다. 다른 건 몰라도 맥주만큼은 맛있다. 독일을 떠나게 되는 날이 오게 되면, 이 맥주가 그립지 않겠는가.


더 오랜 기간 머문다고 완전히 그들과 동화되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난 내 나름의 방식대로 그들을 더 폭넓게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가끔은 정없고 지들밖에 모르는 것처럼 행동하기도 하지만, 독일인들을 보면서 배우는 점도 많고, 가끔은 우리보다 정서 표현이 남다른 남부유럽, 남미 친구들을 보다가 독일인들을 보면 그들과 더 정서적으로 가깝다는 생각도 한다. 내 성격이 그럴 수도 있고.


날씨가 계속 좋다 못해 덥다. 날씨가 좋으니 야외에서 축구, 배구뿐만 아니라 도나우강에서 카누, 카약도 한다. 겨울과는 참 다른 모습에 나 또한 이 도시가 예전보다 훨씬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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