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인과 함께 맥주
벌써 저번 주말이다. 그동안 매번 시간을 같이 보내던 친구들이 아니라 다른 그룹과 함께 축제를 간다. 석사 같은 프로그램을 하면서도 서로 따로 노는 게 눈에 띌 정도긴 하지만, 워낙 좋은 친구들이라 크게 걱정은 하지 않으면서도, 불편할까봐 걱정도 했다.
이 모든 것의 시발점은 강가에서 같이 배구를 마치고, 내가 우리 집에서 저녁 먹지 않겠냐고 제안한 것부터 시작됐다. 다소 의도가 다분히 담긴 제안이었다. 10명이나 와서 쉽진 않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이 친구들과 어떤 공감대를 쌓을 일이나 명분이 없겠다고 생각한 전략적인 움직임이었달까. 굳이 먹은 걸 돈으로 부쳐주겠다길래, 평소 내가 밥 해줬는데 밥값 받는 게 이상하다고 느낀 나는 쪼들리는 나의 경제 상황에도 따로 받지 않았다. 이런 모습에 부채 의식을 느껴서인지 그 다음주 식사에 초대받았다. 새로운 그룹에 가니 또다른 새로운 친구들도 만나고 더욱 폭넓은 주제, 새로운 인식을 접한다. 대부분은 독일인. 독일인들 모임 사이에 끼면 이질감도 느끼지만, 외국인이 섞인 모임에서 볼 수 없는 그들의 더욱 편한, 그들의 본모습을 볼 때가 있다. 빗장이 풀린 느낌이랄까.
맥주 축제. 말로만 들었는데, 맥주를 시키니 1L가 나온다. 전날에도 술을 진창 마셨는데 12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술이 들어가니 알코올 분해가 잘 안 된다. 분위기를 맞춰주고 싶어서 마시는데 끝내 3L까지 마신다. 맥주로도 취할 수가 있단 걸 깨닫는다. 잔도 무척 무거운데, 핸드폰에 스쳤더니 액정필름이 순식간에 깨졌다. 그렇게 술 마시고 카드놀이를 하다보니, 어느새 저녁. 저녁부턴 공연이 시작된다. 어느 순간 의자 위에 올라서서 노래 부르고 춤추고 난리도 아니다. 옥토버페스트가 이런거겠거니 싶다. 굳이 돈 많이 쓰면서까지 갈 필요가 없겠단 생각을 해본다. 독일인 남자애들은 다 쫙 달라붙는 가죽 반바지를 입고 왔는데, 나보고 꼭 하나 사라고 강권한다. 그래서 우리 동네에서 축제하는 8월에 나도 하나 사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나저나 독일어를 1년 배웠다고 하지만 그들과의 대화는 거의 불가능하다. 가끔씩 알아듣는 날 기특해하면서, 몇가지 현지 구어체를 알려준다.
Mei das schmeckt aber gut
맥주 먹을 때마다 맛있다고 외치라고 한다. 다른 건 몰라도 맥주만큼은 맛있다. 독일을 떠나게 되는 날이 오게 되면, 이 맥주가 그립지 않겠는가.
더 오랜 기간 머문다고 완전히 그들과 동화되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난 내 나름의 방식대로 그들을 더 폭넓게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가끔은 정없고 지들밖에 모르는 것처럼 행동하기도 하지만, 독일인들을 보면서 배우는 점도 많고, 가끔은 우리보다 정서 표현이 남다른 남부유럽, 남미 친구들을 보다가 독일인들을 보면 그들과 더 정서적으로 가깝다는 생각도 한다. 내 성격이 그럴 수도 있고.
날씨가 계속 좋다 못해 덥다. 날씨가 좋으니 야외에서 축구, 배구뿐만 아니라 도나우강에서 카누, 카약도 한다. 겨울과는 참 다른 모습에 나 또한 이 도시가 예전보다 훨씬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