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나의 삶'을 연결짓는 글쓰기를 했다.
송승훈 샘의 독서교육 연수에서 배운 내용을 간략화해서 1-2차시는 시집을 읽고 제시해주는 대상과 어울리는 시 고르기 활동을, 3차시에는 자신의 삶과 연관되는 시 두편을 베껴쓰게 했다. 그리고 4차시에는 두 편의 시 중 한편을 고른 후 그 시와 자신의 삶을 연결짓는 글쓰기를 시킨 것이다.
진지하게 빚어낸 글, 숱한 사연 속 반짝이는 삶
또 글써요?
하면서 울상이던 아이들이, 예시글을 보여주자 진지하게 읽더니
이런 식으로 쓰면 되는 건가요?
하고 묻는다.
어떻게 써야하는지 알려주고 나니 또각또각 따닥따닥 글쓰는 소리만 들리고 교실은 순식간에 진지해진다.
이렇게 진지하게 차분하게 무엇엔가 몰두하는 아이들의 모습. 너무 사랑스럽다.
아이들이 쓴 글을 걷어와서 읽는데 그 어떤 글보다 재미있고 감동적이었으며 때론 피식 웃음이 났고, 또 가끔은 아이들이 처한 현실에 마음이 답답해지곤 했다.
시 한편에 풀어놓은 아이들의 삶은 모두가 다른 빛깔을 띄고 있었다.
사랑이야기, 친구이야기, 가족이야기, 진로이야기, 꿈이야기, 학원이야기, 인생이야기...
글을 읽다보니, 이 아이들을 마냥 어리게만 봤던 내모습을 반성하게 되었다. 글 속의 아이들은 겨우 열네 살밖에 되지 않아 보호와 지도가 필요한 '어린 학생들'이 아닌, 자신의 삶과 인생에 대해 고민할 줄 아는 '독립적인 인격체'였던 것이다.
아이들의 글 한 편 한 편이 얼마나 예쁘고 따스하게 빛나던지.
소중한 ‘글’에 대한 보답, ‘댓글 쪽지’
그런가하면 용기를 주느 말, 위로의 말, 혹은 토닥여주는 한마디가 필요해 보이는 아이들의 글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이 아이들에게 뭘 해줄 수 있을까 생각하다, 짧은 쪽지 한장 써서 건네주면 좋겠다 싶어 쪽지를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쓰다보니, 누구는 받고 누구는 못받으면 섭섭할것 같아 모두에게 쓰기로 마음먹고 쪽지를 썼다. 한 반에 25명 정도. 7개반이면 대략 180여병.
'그래! 해보자! 할 수 있을 거야!' 스스로를 다독이며 한 반을 다 써갈 무렵 어깨도 뭉치고 손가락도 아파오니 후회가 밀려왔다.
괜히 시작했나....
아이고..내가 미쳤지.....
하지만 시작했으니 끝은 봐야지...
총 읽곱반 중, 네반에게 썼다.
남은 세 반은 주말에 천천히 글 읽으며 쓰면 되리라.
몸은 피곤할지라도,
녀석들이 솔직하게 꺼내놓고 보여준 그들의 삶의 이야기에 대한 보답으로 작은 쪽지 한장은 어쩌면 너무 가벼운 것일지도 모른다.
작은 쪽지 한 장에 감동받는 아이들
글쓰기 수업을 마치고 들어가는 첫 시간. 이 쪽지를 어떻게 나누어주어야 하나 고민하다가, 혼자서 괜히 멋쩍어서는 학습활동을 시켜두고 아이들의 책상에 한 장씩 올려주었다.
열심히 학습활동을 하다가, ‘이게 웬 쪽지?’하며 당황해 하던 아이들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그리고 조금씩 소란스러워진다.
선생님! 이거 선생님이 진짜 다 쓰신 거예요?
저희 반을 다요?
저도 있어요?
아이들은 짝의 쪽지와 비교해보면서 누구의 글이 너 길고 짧은지를 두고 선생님의 애정의 많고 적음이 글로 드러나는 것이라며 논쟁을 벌인다.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다
그 다음 반.
첫 시간의 쑥스러움은 좀 사라져서, 오버를 한다.
글을 엄~청 잘 쓴 아이들한테만
쌤이 답글을 썼어! 기대해!
이렇게 말하고선 아이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쪽지를 나누어주니, 자신이 과연 쪽지를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 긴장하며 바라보는 눈망울이 간절하면서도 사랑스럽다.
쌤! 당연히 제 건 있죠?
저는요? 저는요!!!
결국. 모두 다 받게 된 것을 알게 되자, 한 녀석이 말한다.
와! 얘들아!
쌤이 이 많은 걸 다 쓰셨나봐!
쌤께 박수 한 번 쳐드리자!
짝짝짝짝!!!!!!!
갑작스러운 박수에 멋쩍고 부끄러워진다. 박수받자고 한 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칭찬해주니 기분이 좋아진다.
아이들의 팍팍하고 지친 삶에, 살포시 따스한 말 한마디로 덮어주는 것. 자주해줘야 할 일이란 생각을 한다. 따스함이 더 필요한 계절이 오고 있다.
2017.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