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1번 2악장

by somewhere

간신히 지각하지 않게 골인한 아침,

검은 커피를 내려놓고 창 밖을 보며 숨을 가듬는다.

산은 참 가지런히 누워있다.

아무일도 없다는 것처럼.

어젯밤 달이 사라지다 붉어지다 한 것도 다 봤을텐데..

그저 허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그 속에서 나무들이 뒤채고 색깔을 바꾸며 잎을 떨어뜨리는데

그냥 무심히 드러누워있다.


늦가을이다.

11월인 것이다.

11월은 하루 하루가 가는 것이 아깝다.

하루 한 장씩 찢어내던 그 얇은 종이 달력처럼 아깝다.


부다페스트에서 늦가을을 날 거라고 떠났다는 어떤 시인과

낮술 마시러 광장엘 나갔다는 ..뭐... 그런 글을 읽고 문득,

학교때 책에서 보았던 ...낡은 화폐 어쩌고 저쩌고 했던 도시는 어디였나.

사라예보였나...


산처럼 나는 우두거니 서있는데 속에서,

백지가 되어버린 화폐가 부다페스트가

찢어진 달력의 하루처럼 흩어져 날린다.


산속에 있는 집 하얀 벽면에 볕이 드는 것을 보며

그 단정한 지붕처럼

짝을 이룬 두개의 반듯한 창틀처럼


나는

내가 살아야 할 현실쪽으로 돌아서며

마지막 커피 한모금을 마신다.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1번 2악장이

낙엽처럼 아름다운 날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Zi6MQcN6_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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