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두 만들기
겨울 만두 만들기
우리 집은 겨울이면 만두를 자주 만들었다. 고기를 싫어하는 엄마 입맛대로 우리 집 만두에는 고기가 들어가지 않았다. 잘게 다진 김장김치와 으깬 두부, 삶은 당면, 숙주 등, 정말 단순하고 담백한 재료가 들어갔다. 밀가루 반죽을 홍두깨로 밀어서 만두피도 직접 만들었다. 만들기가 번거로운 탓인지 한 번 만들 때마다 많은 양을 만들었고, 나는 오랜 시간 다리가 저리도록 앉아 만두를 만드는 일이 너무 싫었다.
‘떡 먹자는 송편이고 소 먹자는 만두’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우리 집 만두는 피를 두껍게 밀었다. 밀기도 쉽지만 엄마가 두꺼운 피를 좋아했다. 푹 끓였을 때 느껴지는 밀가루의 부드러운 식감과 구수한 냄새가 좋다고 했다. 우리 집에서는 입맛조차도 엄마에게 모든 권한이 있었다.
“우리 고향에서는 만두를 많이 만들어 먹거든~ 겨울이믄 김장김치 넣은 만두, 여름이믄 여름대루 애호박 썰어넣구 호박 만두두 만들어 먹구~ 처음 시집와서 옛날 생각해서 만두를 만들었더니 경자 아부지가 만두소가 똑 음식 토해놓은 거 같다믄서 안 먹더라구~ 공주 촌구석에서 만두나 만들어 먹어 봤것어? 그러거나 말거나 내가 좋아하니께 겨우내 만들어 먹었지. 그랬더니 지금은 나보다 더 만두를 찾는다니께~”
엄마가 홍두깨로 밀어서 던져주는 피에 소를 넣어 모양을 만드는 것은 나의 일이었다. 만두는 피의 크기가 일정해야 만들어 놓은 만두의 크기도 일정하다. 내가 만두를 만드는 것은 피를 미는 일이 만두를 만드는 것보다 어려운 까닭이었다. 우리 집 만두는 피에 적당한 양의 소를 넣고 그것이 터져 나오지 않도록 꼭꼭 누른 다음 양쪽 끝을 오므려 붙이는 흔한 모양이었다.
만두소를 넣는 것도 요령이 필요하다. 소를 너무 적게 넣으면 만들어 놓은 만두가 납작해서 볼품이 없고, 너무 많이 넣으면 밖으로 삐져나와 피를 붙이기도 힘들뿐더러 소의 양념이 피에 묻어서 만두가 깔끔하지 않다. 적당한 양의 소를 넣어 만들면 양쪽 끝은 오므렸을 때 만두의 배가 볼록하게 솟아올라 예쁜 모양의 만두가 된다.
그렇게 만든 만두는 바닥에 붙지 않도록 아래쪽에 마른 밀가루를 묻힌 다음, 커다란 양은 쟁반이나 싸리로 만든 채반에 나란히 놓았다. 만든 만두가 채반과 쟁반에 가득 차면 그것을 장독대에 있는 커다란 항아리 뚜껑 위로 가져다 놓는다.
만두를 다 만든 후 뒷설거지까지 끝내고 나면 장독대에 내다 놓은 쟁반 위의 만두는 달그락 소리가 나도록 딱딱하게 얼어있다. 그렇게 언 만두는 깨끗하게 씻어 미리 준비해 놓은 작은 빈 항아리 안에 차곡차곡 넣었다. 지금보다 추웠던 그 무렵 겨울에는 달그락거리도록 언 상태의 만두가 장독의 항아리 안에서 한동안 유지되었다.
만들어 놓은 만두는 맹물에 장독에서 퍼 온 간장만으로 간을 해서 끓여도 맛있었다. 처마 아래 매달아 놓은 마늘 접에서 마늘이나 한 통 까서 다져 넣거나, 김장 때 남은 파를 심어놓은 모서리 깨진 화분에서 연둣빛으로 올라온 움파나 몇 개 뜯어 썰어 넣었다. 넉넉하게 넣은 만둣국에서 터지지 않은 것은 따로 건져 두었다가 찐만두처럼 나중에 먹기도 했다.
나는 만두를 잘 만들었다. 자주 만들었던 탓도 있지만, 내가 기억하는 엄마로부터 받은 몇 안 되는 칭찬 중 하나가 만두를 잘 만든다는 것이었다.
겨울이 깊어 김장김치가 잘 익었을 때쯤, 그날도 만두를 만들었다. 장독대에 내놓았던 만두를 항아리에 넣어 놓고 빈 쟁반을 가지고 들어가려는데 방 안에서 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 ‘뚝배기보다 장 맛’이라더니 경자 저것이 만두는 곧 잘 빚는 다니께~ 다른 일은 죽은 게발 놀리듯 하믄서..”
칭찬에 인색한 엄마의 드문 칭찬으로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내가 들어가면서 칭찬은 끊어졌지만 그때부터 나는 만두 만드는 날을 기다렸다. 그리고 한 번 더 칭찬을 듣기 위해 더 열심히, 그리고 예쁘게 만두를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