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딸아이 방에 들어갔더니 교보문고에서 풍기던 특유의 향이 나는 거 있죠?
아이에게 '너 교보문고 다녀왔어?'하고 물으니, '아니, 교보문고 시그니처 디퓨저를 선물 받았어'라고 말하네요. 그 이후로 디퓨저가 생명을 다할 때까지 저희 아이 방에만 들어가면 교보문고가 떠오르곤 했답니다.
이처럼 향기는 고객에게 브랜드에 대한 기분 좋은 인상이나 기억을 남기는데 매우 강력한 마케팅 수단이기도 한데요. 공간이 주는 시각적 경험과 향기라는 후각이 결합하면 '강력한 각인 효과'가 발휘되기 때문이에요.
바람 솔솔 불어 감성에 젖게 되는 가을, 기분 좋은 향으로 고객들을 유혹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어요.
향기를 통해 브랜드를 떠올리게 하는 기분 좋은 향기 마케팅 사례를 정리해 봤습니다.
교보문고에 가면 나는 특유의 향은 바로 '책향(The Scent of Page)'인데요.
교보문고는 매장을 찾는 고객들에게 좋은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자체 향기를 개발해 2017년 ‘책향(The Scent of Page)’ 디퓨저·차량용 방향제 등 다양한 상품을 전국 매장에서 선보였어요.
결과는 대성공!
현재도 '교보문고' 연관검색어로 가장 많이 등장하는 키워드가 '교보문고 향기'일만큼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이러한 '책향' 때문에 교보문고에 가면 사람들이 더욱 편안함을 느끼고, 책향을 맡으면 교보문고를 방문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중고차 거래 플랫폼 헤이딜러와 뷰티 브랜드 아모레퍼시픽이 콜라보하여 ‘내차조향소’ 팝업스토어를 오픈해 운영 중인데요. 헤이딜러는 차량에 대한 분석을, 아모레퍼시픽은 시그니처향 개발을 맡았다고 해요.
"(타고 계신 차량은) 2010년식 '소나타'네요. 어울리는 디퓨저 향은 'OOO입니다"
‘내차조향소’는 방문자가 차량 번호를 입력하면 AI자판기에서 내 차만을 위한 카디퓨저를 받을 수 있는 프로젝트인데요. 사전 예약 없이 현장 등록 후 참여 가능하며 카디퓨저는 1인당 1개씩 제공된다고 해요.
내차조향소는 지난달 제주도를 시작으로 현재 제주 ‘글라스하우스’, 제주 카페 ‘애월당’, 핫플레이스 성수동에 위치한 ‘에스팩토리’, 강남의 중심 코엑스 ‘밀레니엄 광장’ 등 전국 7개 도시에서 11월까지 진행하고 있어요.
헤이딜러 측은 프로젝트 취지에 대해 “고객들이 나만의 카디퓨저로 차에서 기분 좋은 경험 하시면 좋겠다”며 “나중에 차와 이별해야 할 때 꽂혀 있는 카디퓨저를 보고 헤이딜러를 떠올렸으면 한다”라고 강조했는데요. 매일 운전할 때마다 헤이딜러 디퓨저의 향 때문에 차와 이별할 때 헤이딜러를 떠올리며, 헤이딜러 사이트에 접속하고 있지 않을까 싶네요.
현대건설은 지난 2019년 국내 아파트 브랜드 최초로 시그니처 향인 'H플레이스'를 개발했는데요.
현대건설의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인 ‘디에이치’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스위스 융프라우의 대자연을 콘셉트로 개발된 향이라고 해요. 건설사뿐만 아니라 금융권도 향기 마케팅에 뛰어들었다.
금융업계에서 고객들에게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향기 마케팅에 주목하고 있어요.
'금융'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왠지 딱딱하고 보수적인 이미지가 연상되잖아요. 금융기관들은 이러한 이미지를 친근하게 풀고자 자사 브랜드만의 향기를 개발하고 있는 거예요.
증권사 최초로 향기 마케팅을 펼친 곳은 신한투자증권이에요.
신한투자증권은 향수 브랜드인 테일러센츠와의 협업을 통해 '신한브리즈'라는 시그니처 향을 개발했어요.
은은한 나무 향과 풀꽃향을 담은 신한브리즈는 증권사에 방문했을 때만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지점 방문 고객들에게 멀티퍼퓸 형태의 사은품으로 제공함으로써 어디서나 신한증권의 브랜드를 떠올릴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교보생명은 보험안내자료에 ‘향기’를 접목하는 기존에 없던 형태의 '향기나는 보험 안내자료'를 선보였는데요. 종이방향제 형식인 이 안내자료는 교보문고에 가면 나는 특유의 '책 향'으로 유명한 교보문고의 시그니처 향이 나도록 했어요.
다올저축은행은 돈 냄새를 구현한 향인 ‘머니퍼퓸’ 향수를 선보여 이슈가 되기도 했어요. 머니퍼퓸은 실제 돈의 향을 담은 향수로 지폐 성분 분석을 통해 새 지폐의 향기를 섬세하게 구현했다고 해요.
최근에는 미스터트롯 앵콜 콘서트, 샤롯데씨어터 등 공연, 전시, 콘서트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에 향기를 입혀 공연의 감동을 더해주고 있어요.
대표 사례로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하데스타운’의 색다른 향기마케팅을 들 수 있는데요.
극 중 지상과 지하를 넘나드는 하데스타운의 스토리를 두 가지 향기로 표현해 관객들의 후각을 사로잡고 있는 어요. 극 중 페르세포네가 지상에 올 때와 하데스타운으로 돌아갈 때의 계절 변화에서 영감을 얻어 두 가지 향기를 개발했다고 하는데요. 햇살을 가득 머금은 잎사귀의 푸릇함과 싱그러운 바이올렛, 라일락, 자스민의 플로럴 향은 봄과 여름을, 황량한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와 벽난로 앞에서 느끼는 따뜻한 느낌의 향을 가을과 겨울로 표현함으로써 공연을 관람하며 느낀 감동과 여운을 향기와 함께 기억하도록 하고 있어요.
1. 향기는 '강력한 기억의 매개체'
후각은 시각을 제외한 오감 중 가장 중요한 감각으로 꼽히는데요. 직관적 느낌과 평가의 70%는 후각에 의하여 결정된다고 해요.
또한 후각은 감정을 관할하는 우뇌와 밀접한 연관이 있어서 좋은 향기를 맡은 경우 40%가량 기분이 향상되고, 75%의 감정은 향에 의해 촉진된다고 하네요.
우리가 어떠한 장소에 갔을 때 어떤 향이 나느냐에 따라 장소에 대한 분위기와 이미지가 달라지는 걸 느낀 적 있으시죠? 매장에 갔을 때 좋은 향이 나면 고객들의 기분이 좋아지고, 매장에 머무는 시간이 증가해 구매율이 상승할 수 있어요. 또한 브랜드에 대한 인식도 좋아지겠죠.
2. 향기는 '매출 증가 효과 유발'
좋은 향기는 소비자에게 제품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어 제품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더 긍정적으로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해요. 다시 말해 향기마케팅은 소비자들의 심리적 반응을 조절하여 매출을 증가시키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