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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내 May 04. 2020

갸루 언니가 되고싶었어.. 갸루 메이크업 흑역사의 시작

소내의 닉네임과 함께 탄생한 나의 갸루시절

                              

내가 블로그에서 현재 쓰고 있는 닉네임이 있는데 바로 "소내"다.


그래서 대부분이 나의 성이 '소'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소내는 일본시절 일본에서 같이 일했던 (전 편에 잠시 나왔었던) 프론트 담당 과장님이 지어주신 별명이다. 한국이름이 '선애'여서 그 발음 하기가 힘들었던 과장님은 나를 'ソネ 소내' 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그 뒤로 스케줄에 내 이름은 '소내'라고 찍혀 나오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일본에서 호텔식구들은 전부 나를 소내짱이라고 불렀다. 한국에 귀국하고 나서도 일본에서 든 겉멋이 빠지지 않아 굉장히 일본틱하게 옷을 입고 다녔는데 그래서 학교에서도 나를 일본사람 같다고 하여 나를 소내짱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것이 애칭이 되어 지금까지 쓰고 있는 나의 닉네임 '소내'. 내 본명인 선애보다 더 입에 척척 감겨서 우리 엄마도 나를 소내라고 부르는데 나도 이제는 소내가 편할 정도니 원- 내 닉네임을 지어준 과장님께 감사하다고 해야할지?


그렇게 '소내'라는 이름이 생김과 동시에 무슨 심경의 변화였는지 모르겠지만.. 일본 생활을 시작으로 스타일이 180도 달라졌다. 일본 가기전까지는 화장도 제대로 하고 다니지 않던 수수한 애였는데 일본 갸루언니들의 날개달린 속눈썹에 언제부터 매료가 되었는지 본격적인 나의 '갸루화'가 시작되었다. 그 화려하고 이색적인 갸루언니들의 특이한 스타일은 가끔보다보면 응? 아? 싶을 정도였는데 나는 그게 이상해 보였다기 보다는 그냥 자유로워 보였다. 내가 하고싶으면 하고 입고 싶으면 입는거지 남들이 시선따위는 신경안써! 라는듯한 메세지로 들려졌다. 그렇게 나도 자유로워지고 싶었다. 참 자유로워 지고 싶은 방식도 많이 있었을 텐데 꼭 이런 식의 자유로움을 택해야 했었는지.. 과거의 나에게 묻고싶다.


그래서 이런 구멍난 스타킹을 신고 다닌거야...?


구멍난 스타킹.. 꼬매주고 싶다..


 그리고 내가 '갸루소내'로 성장한 데 까지는 바로 잡지언니의 갸루언니들 덕이 컸다. 일본에서 생활을 하던 당시 나는 일본어를 공부한답시고 책은 읽기가 힘드니 잡지라도 읽어보자! 하는 마음에 매일 책방에 출석해서 마음에 드는 잡지를 자주 사서 읽었다. 그렇게 매달 읽게 된건 여성 패션 잡지, 논노며 젤리며 화려한 갸루언니들이 표지를 장식한 화려한 잡지들이었다. 요즘 유행하는 핫템과 패션 그리고 인기많은 화장품 등을 소개하고 있었는데 그때부터 갸루언니들의 패션을 하나 둘씩 따라하기 시작했다. 이번달은 이게 유행이라고 하면 그거를 사다 입었고 이 화장품이 좋다고 하면 똑같이 사서 화장법을 따라하기도 했다. 잡지책이 한두권씩 쌓여가면서 내 옷은 점점 더 화려해 지기 시작했고 내 아이라인이 점점 두꺼워 지고 속눈썹도 하나두개씩 달리기 시작했다.


일본 유명 패션 잡지, Jelly 그리고 Nonno


근데 그로 인해 얻은것도 있었다. 덕분에 일본어 실력이 많이 늘었다. 지루한 책보다는 사진도 많고 블링블링한 잡지가 더 읽기 쉬웠고 젊은 일본층이 쓰는 최신 단어들도 속속들이 배울 수 있었다. 언어를 배우는데 가장 중요한건 역시 흥미가 아닐까 싶다. 한손에는 잡지 다른 한손에는 전자사전을 들고 매일매일 잡지를 읽었다. 모르는 단어가 있으면 사전을 찾아보고 이런 유용한 단어가! 싶은 것들은 노트에다가 적어두었다. 그리고는 다음날 배웠던 그 단어를 꼭 써먹으면서 프론트 언니들과 수다 떠는것을 참 좋아했다. 확실히 일본어가 많이 늘었다. 그래서 이 때부터 나는 외국어를 배울 때 흥미를 먼저 가지려고 노력했다. 뭐든 재미가 없으면 열심히 하지 않는 성격이어서도 그랬다. 지금 현재 나는 일본어, 영어, 중국어를 구사하는데 이 외국어들을 공부할때 제일 재미있게 공부했던 언어는 단연코 일본어이다. 갸루언니들과 재밌게 공부를 할 수 있었으니!


나는 이 잡지 때문에 괴상한 일본패션(그 당시에는 굉장히 이뻤던)을 하고 다녔지만 일본어가 많이 늘었으니 그걸로 만족하는 걸로.. 당시의 챙피했던 갸루패션은 사진이 남았지만 그 갸루시절은 흑역사로 남기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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