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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동산 디즈니랜드

LA 폭염 속에서도 우리의 원더랜드는 빛났다.

by 별빛


LA 한인타운을 떠나 디즈니랜드가 있는 애너하임으로 이동하는 날이다.

오전 시간을 이용해 근처의 자연사 박물관을 찾았다.

괌에선 볼 수 없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최대한 많이 보여주고 싶었다.

동물에 관심이 많은 둘째 아이가 좋아할 줄 알았는데 살아있는 동물이 아닌 박물관은 아이들의 흥미를 끌지 못했다.



LA 자연사 박물관





전 세계 아이들의 원더랜드, 디즈니랜드가 있는 애너하임까지는 40분 정도의 거리이다.

마침 바로 앞 하얏트 호텔에서 프로모션을 하고 있어서, 킹사이즈 베드 1개와 2층 침대가 들어있는 키즈 스위트룸을 반값에 예약할 수 있었다. 그래도 비교적 미국의 호텔들은 침대가 큰 편이라 그동안 묵었던 2개의 퀸침대가 있는 방들이 크게 불편하진 않았지만, 오래간만에 넓은 공간에서 편하게 지낼 생각을 하니 왠지 벌써 피로가 풀리는 느낌이다.



우린 이곳에서 3일간 묵으며 디즈니 랜드와 캘리포니아 어드벤쳐를 하루씩 방문할 예정이다.

사실, 이런 놀이기구를 타는 비슷비슷한 놀이동산을 굳이 이렇게 많이 가야 할까 많이 망설였었다.

이미 유니버설 스튜디오도 다녀왔고, 샌디에이고에 가면 레고랜드에도 묵을 예정인데,

일본에서도 갔었던 디즈니랜드는 그냥 건너뛸까도 싶었다.

만만치 않은 놀이공원 입장료도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놀이동산 하나 없는 작은 섬에서 오로지 바다 하나만 놀이터로 자라온 아이들이 지금 이 시절 아니면 맛볼 수 없을 놀이동산의 재미를 놓치면 안 될 것 같았다.

한국에 살았다면 연간 회원권을 끊어 에버랜드나 롯데월드를 한 달이 멀다 하고 다녔을지도 모를 일이다.

매년 오는 여행도 아니고 이제 언제 다시 올지도 모르는데 ( 그땐 우리가 매해 캘리포니아를 가게 될 줄 몰랐었다.) 기회가 될 때 즐기자! YOLO를 외치며 스케줄을 완성했다.




우리가 지냈던 하얏트 호텔. 아들이 들고 있는 분무기 선풍기는 폭염속 디즈니랜드에서 필수품이었다.



호텔에 도착했다.

방을 들어서자 기대했던 것 이상의 넓은 공간이 눈앞에 펼쳐졌다.

아이들이 기대했던 2층 침대는, 아래층은 2인용 위층은 1인용의 3인용 침대이고,

남편과 내가 쓸 킹 침대와 화장실을 사이에 두고 공간이 분리되어 마치 아이들 방이 따로 있는 것처럼 아늑하게 되어있다.

요 며칠 심상찮은 폭염으로 매일 뉴스에 LA 폭염! 이란 제목으로 뉴스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아직 6월인데 섭씨 42-3도의 무더위는 괌에 살던 우리에게도 힘들 정도였다.

더위를 식힐 겸 호텔 풀장에 내려갔는데,

하야트 리젠시의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 아담한 사이즈의 미니 풀장이 하나 있었다.

디즈니랜드 바로 옆에 위치한 특성상, 대부분 호텔 수영장을 이용하기보단 디즈니랜드 안에서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풀장은 신경 쓰지 않는 모양이다.

특별한 일정이 없었던 우리는 그 작은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하며 느긋한 하루를 보냈다.




꿈의 동산, 디즈니 랜드 입성!

오늘 날씨가 심상치 않다. 42도로 나와있지만, 실제 느껴지는 체감온도는 50도를 육박한다.

미리 얼려둔 생수를 6병이나 챙겨갔는데, 일찌감치 동이 나고,

끊임없이 물과 콜라, 아이스크림을 먹어가며 미친 더위를 견뎌야 했다.

다들 분무기 선풍기를 들고 다니며 물을 뿌리길래, 우리도 당장 하나를 구입해 수도가 보일 때마다 찬물을 채워 쉴 새 없이 뿌려댔다.

그나마 다행인 건, 도쿄 디즈니랜드처럼 기다리는 시간이 길진 않았다는 거다.

대부분 20분 전후로 탈 수 있었고, 가장 길게 기다린 시간이 30분 정도였다.

여름 성수기 디즈니랜드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어마어마한 인파가 있었지만, 그만큼 큰 규모에 분산되어선지 다행히 기다림은 길지 않았다. 만약 어트랙션을 타기 위해 2시간씩 서있어야 했다면, 우린 진작에 일사병에 걸려 쓰러졌을지도 모른다.





LA 디즈니랜드의 첫인상은, 낡았다.

깔끔하고 아기자기한 도쿄의 디즈니랜드에 비해 모든 게 많이 낡아있었다.

기대했던 캐슬도 도쿄보다 못한 것 같다.

어트랙션도 어차피 비슷비슷한데, 괜히 온건가 싶기도 하고...

너무 더워서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였다.


땀으로 샤워를 하며 낮시간을 버티고,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기 시작하자, 비로소 숨을 쉬기 편해졌다.

하루 종일 걸어 다녀 다리는 끊어질 듯 아팠지만,

해가 내리쬐지 않으니 살 것 같았다.

이제야 주변이 눈에 들어온다.

알록달록 화려한 퍼레이드 무리가 신나는 음악과 함께 옆을 지나갔다.

더위가 한풀 꺾인 여름밤, 얼린 레모네이드를 하나씩 들고 우린 동화 속을 걷고 있었다.


디즈니랜드의 퍼레이드







다음 날, 캘리포니아 어드벤처로 향했다.

일본에 디즈니랜드와 디즈니씨가 있는 것처럼, 캘리포니아에는 디즈니랜드와 캘리포니아 어드밴쳐가 있다.

디즈니랜드에 비해 무서운 놀이기구가 많아 어린아이들보다 청소년과 성인들이 더 즐길 수 있을 거라고 알고 왔는데, 다행히 아이들이 탈만한 어트랙션도 꽤 있었다.

나중에 지어서인지 디즈니랜드에 비해 훨씬 깔끔하다.

다행히 오늘은 날도 좀 시원한 것 같다. 그래 봐야 38도 겠지만, 어제에 비함 시원한 거다.

평소라면 꺼려졌을 물이 튀기는 어트랙션을 낮시간 동안 다 골라 탔다.

물이라도 맞으면 시원했으니까...

홀딱 젖은 옷은 디즈니 샵에 들어가 갈아입었다.

나는 여행 중 기념품을 주로 티셔츠로 사곤 하는데, 그게 가장 활용도가 높고 그 옷을 입을 때마다 여행지를 추억할 수 있어 참 좋다.

이번 여행에서도 기념품은 대부분 티셔츠로 챙겨두었다.





커플티를 입히면 그렇게 사랑스럴수가 없다.



이틀간 쉬지 않고 걸은 결과, 어디 하나 안 아픈 데가 없었다.

발목, 종아리, 물집 잡힌 발가락까지 이미 감각을 잃은 지 오래다.

피부는 또 얼마나 까매졌는지, 티셔츠와 반바지 자국 그대로 팔과 다리에 선명한 라인이 생겼고,

얼굴은 이미 말도 못 할 경지에 이르렀다.

제 피부를 찾으려면 아마도 올 겨울은 돼야 할 것 같다.

내가 이렇게 힘들면 아이들은 얼마나 힘이 들까 싶은데, 신이 난 아이들 얼굴에선 빛이 나고 있었다.

힘든 줄도 모르고 그저 즐거워 보였다.




디즈니랜드의 낮과 밤




오늘도 해가지도록 아이들의 원더랜드를 걷고 또 걸었다.

불꽃놀이를 하는 시간에 맞춰 자리를 잡고 앉아 까만 밤하늘의 별을 보며 화려한 폭죽쇼를 기다렸다.

하늘을 수놓는 아름다운 불꽃의 향연-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은 여름밤의 행복감-

아이들이 이 시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많은 시간이 흐르고 어른이 된 뒤에도, 엄마 아빠와 함께했던 여름날의 긴 여행을 추억하고 그리워해 주면 좋겠다.

우리의 여름밤은 오늘도 아름다웠다.





마무리는 화려한 폭죽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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