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커피 한 잔의 온도[7화]

7화. 사라진 은빛

by 선비천사

7화. 사라진 은빛


월요일.

선호는 평소보다 옷을 신경 써서 입었다. 검은 후드만 입다가 오늘은 파란색 맨투맨을 꺼냈다. 거울 앞에서 머리도 만졌다. 어차피 뭘 해도 그 모양이었지만.

바보 같아. 누가 보기라도 한다고.

하지만 발걸음은 가벼웠다. 도서관으로 가는 길이 평소보다 짧게 느껴졌다. 문을 열었다. 심장이 뛰었다. 있을까.

열람실로 들어갔다. 대각선 자리. 비어 있었다.

아직 안 온 건가. 시계를 봤다. 아홉 시 십 분. 그녀는 보통 열 시쯤 오니까. 아직 시간이 있다.

선호는 자기 자리에 앉았다. 책을 꺼냈지만 펴지 않았다. 그냥 문 쪽을 보고 있었다.

열 시. 문이 열렸다. 다른 사람이었다. 열 시 십 분. 또 문이 열렸다. 역시 다른 사람. 열 시 반.

그녀는 오지 않았다.

늦나 보다. 선호는 억지로 책을 폈다.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자꾸 문 쪽으로 눈이 갔다.

열한 시. 열두 시.

점심시간이 됐다. 그녀는 오지 않았다.


* * *


선호는 편의점에서 김밥을 샀지만 반도 못 먹었다.

왜 안 오지. 아픈 걸까. 급한 일이 있는 걸까. 아니면… 더 이상 도서관에 안 오는 걸까.

갑자기 불안해졌다. 설마, 토요일에 눈이 마주쳤던 게 부담스러웠나. 내가 너무 뻔히 쳐다봤나.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나.

선호는 머리를 흔들었다. 아니야. 그냥 오늘 일정이 있는 거야. 내일은 오겠지.


* * *


화요일. 그녀는 오지 않았다.


* * *


수요일. 역시 오지 않았다.

선호는 화장실에 다녀왔다. 책상 위는 비어 있었다. 캔커피가 없었다. 당연하지. 그녀가 안 왔으니까. 그녀가 주는 거니까.

선호는 빈 책상을 멍하니 바라봤다. 마치 뭔가 사라진 것 같았다. 실제로 사라진 건 캔커피 하나뿐인데. 마음 한구석이 텅 빈 것 같았다.


* * *


목요일. 금요일. 그다음 주 월요일.

그녀는 오지 않았다. 캔커피도 없었다.

선호는 매일 도서관에 갔다. 매일 같은 자리에 앉았다. 매일 문 쪽을 봤다. 매일 실망했다.

왜. 왜 안 오는 거야.

물어볼 곳도 없었다. 이름도 모르고, 연락처도 모르고, 아는 거라곤 긴 생머리와 밝은 옷뿐. 그게 전부였다.

그게 전부인데. 왜 이렇게 마음이 쓰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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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커피 한 잔의 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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