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함께하는 점심
해주와 얼굴을 마주 보고 김밥을 먹는 건,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었다.
“선호 씨, 왜 그렇게 작게 씹어요?” “……네?” “김밥. 한 입에 하나씩만 먹잖아요.”
선호는 젓가락 끝에 걸린 김밥 한 점을 내려다봤다. 정말이었다. 자기도 모르게 조각내서 먹고 있었다.
“원래 이렇게 먹어요.” “거짓말.”
해주가 피식 웃었다. 눈이 가늘어지면서 웃는 모습이 유난히 따뜻해 보였다. 선호의 귀가 달아올랐다.
도서관 1층 휴게실. 점심시간이면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이지만, 구석 자리에 앉으면 꽤 조용했다. 해주가 먼저 제안했다. 같이 밥 먹자고. 그 한마디에 선호는 새벽부터 김밥을 말았다. 삶은 당근이 없어서 편의점을 세 군데나 돌았고, 단무지를 썰다가 손가락을 베었다.
“맛있다.”
해주가 김밥을 한 입 베어 물며 말했다. 선호는 자기 김밥통만 뚫어지게 쳐다봤다.
“어디서 사 온 거예요?” “……제가 쌌어요.”
순간 해주의 젓가락이 멈췄다.
“진짜요?” “네.” “선호 씨가?” “……네.”
해주가 김밥을 내려다보더니, 다시 한 입 크게 베어 물었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더 맛있다.”
선호는 고개를 숙였다. 웃음이 새어 나올 것 같아서.
“내일도 싸 올까요?”
물으려다 삼켰다. 너무 적극적으로 보일까 봐. 하지만 해주가 먼저 말했다.
“내일은 제가 싸 올게요.” “……네?” “내기해요. 누가 더 맛있게 싸 오나.”
해주가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선호는 멍하니 그 손을 바라보다가, 아주 천천히 자기 손가락을 걸었다.
차가운 손가락이었다. 해주는 차가운 음료를 싫어했다. 항상 따뜻한 것만 마셨다. 그런데 손은 왜 이렇게 차가울까.
“약속.”
해주가 말했다.
“약속.”
선호도 따라 말했다.
그날 오후, 선호는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았다. 당연했다. 내일 김밥 재료를 뭘로 해야 할지, 머릿속은 온통 그 생각뿐이었으니까.
*17화 이어서 보기
이 글의 행간에 다 담지 못한 더 많은 그림과 소박한 기록들은 저의 개인 블로그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언제든 편히 들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