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man 고난을 겪은 자의 눈

우리가 타인에게 친절해야 하는 이유

by Momanf

요즘에 사람들을 만나면 그런 생각이 든다. 사람이 내게로 오는 것은 그 사람의 시간과 역사, 고난과 이겨낸 역경, 지혜를 나누는 일이라는 걸. 한 권의 수필이나 자기 계발서를 읽는 것 같은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최근에 취미를 통해 한 언니를 만났다. 처음 만났을 때는 그저 친정,시댁에 돈이 많고 건물 몇 채를 가진 언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가까울 기회가 생겨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며 언니의 인생 스토리를 들었다. 언니의 이야기가 끝났을 때, 나는 한 편의 인생 드라마를 본 것처럼 한동안 여운이 가시지 않아 그날 밤까지 하루 종일 생각했다. 내가 알던 언니의 모습은 내 착각과 상상 속의 인물이었다. 꽤 부유하게 큰 친정과는 달리, 언니의 시댁은 가난했고 시집가서 고생을 많이 했으며 남편에게 생활비를 잘 받지 못해 언니가 아이 둘을 키우며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시댁의 언어폭력에 시달려 5살, 3살짜리 남매를 데리고 홀로 6만 원을 가지고 서울로 올라가 동네 교회의 도움을 받아 쌀 얻고 하며 살았던 사람이었다. 그 고생을 하고 살 궁리를 하면서 였을까? 언니가 부동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공부하고 직접 발로 뛰었던 덕분에 언니는 나름 부동산에서 돈을 좀 벌 수 있었던 사람이 되었다. 친정에서 밥도 잘 안 먹고 호리호리 한 이미지였던 언니가 여장부 같은 모습으로 변하는 걸 보고 남동생들도 많이 놀랐었다고 했다. 그렇게 언니는 힘겨운 결혼 생활을 15년 해오며 이제 겨우 조금씩 편안해지기 시작했다는 말을 했다.


언니의 얘기에서 두 가지를 생각했다.

첫째, 우리는 정말로 타인의 스토리를 다 알지 못하고 지극히 주관적으로 상대를 규정지어 버리는구나. 그저 하나의 행동이나 말, 사건만 보고서 그 사람을 판단하고 아무렇게나 그 사람을 생각하고 그 사람은 이런 성격의 소유자이구나 고정하고선 만난다. 그렇게 판단된 고정관념으로 그 사람을 더 알기도 전에 선을 그어버리거나 겉모습만으로 다가가려 애를 쓰는 사람도 있다. 타인의 스토리를 모른 채, 내 마음대로 생각해하는 행동이나 말을 조심할 필요가 있겠구나. 모두에게 보이지 않는 상처를 가진 마음이 있었구나. 내가 나 자신도 다 알지 못하는데 누군가를 잘 안다고 생각하는 건 정말로 오만한 생각이구나. 그러한 생각으로 내가 저 사람보다 우월하거나 열등하다고 생각하는 건 정말로 생각의 오류이며 무지에서 오는 유치한 행위구나를 깨달았다.


두 번째는, 사람의 세 유형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고난을 겪은 사람, 사랑을 받은 소소한 일상을 성실히 사는 사람, 태어날 때부터 많은 돈으로 쌓여 자신이 최고다고 생각하며 사는 사람.


고난은 사람을 강하게 만드는 수업 같은, 힘든 고시 시험에 패스하고 장밋빛 인생이 펼쳐지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고난을 겪은 사람만이 볼 수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이는 내 마음속 새로운 맑은 눈을 발견했다. 그리고 나는 내 마음속 그 눈으로 고난을 겪은 사람의 마음속 눈을 응시하니 그 사람과 내가 아주 깊이 이어지며 동질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때부터 그 사람의 인생을 나도 같이 살며 함께 느끼고 있었다.

그러면서 한편, 고난은 겪지 않은 무난한 생활을 하는 사람, 사랑을 많이 받은 사람은 그들대로 순수하게 배우고 얻은 사랑으로 상처 받은 타인을 사랑 어린 시선으로 대하며 이해하려 노력하는 끈기를 보인다. 세상은 그들과 상처받은 사람이 서로를 위로하고 인생을 나누며 사는 곳이구나 생각했다.

어떤 사람들은 물질에 쌓여 자신이 최고인 줄 알고 살지만 사실 그것을 부러워하거나 욕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그들은 내가 보는 것을 보지 못하고 내가 갖고 있는 진정한 지혜를 가지지 못했고, 인생에서 모든 고난을 헤쳐나갈 수 있는 강한 정신력을 가지지 못했으니 말이다. 나는 아무도 훔쳐갈 수 없고 아무것도 치장하거나 보여주지 않아도 내가 항상 장착하고 다니고 죽는 순간까지 가져갈 것들. 진정한 명품을 갖고 있다. 이것이 진짜 명품이고 이 명품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내가 가는 어디에도 내가 지니고 다니는 것이다.

그리고 나에겐 고난의 시간으로 얻은 내 마음속 눈과 명품이 정말로 많다. 사실 이 눈도 진짜 명품만을 감별할 수 있어 예전처럼 소위 물질의 하이브랜드가 내게는 더 이상 필요 없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내가 가진 이 진짜들을 내 아이들에게 전해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 그래서 이 명품을 전해줄 수 있는 내가 정말로 부자 엄마같다.


고난의 시간은 탄광 속으로 보이지 않는 손이 이끄는 것과 같다.

하지만 여기에 비밀이 있다.

이것은 명품을 얻고 명품을 감별할 진정한 눈을 얻을 기회다.

어두컴컴한 탄광 안에서 다이아몬드를 찾는 동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겠지만 주저앉지만 않는다면 온 몸의 세포와 감각으로 더듬어 다이아몬드를 찾아낼 수 있는 훈련의 시간이다. 그리고 터널을 나올 때는 물리적인 눈이 아닌 온몸으로 그 탄광 속을 속속히 알게 돼 제3의 눈으로, 혹은 온몸으로 그 길이 보여 나올 수 있게 된다. 그렇게 탄광 속에 나오는 순간에 나는 온몸을 단련시키고 감각들을 미묘하게 살려냈으며 무엇보다 정신력을 파장을 넓혔다. 그 후로 몇 번이고 탄광에 들어가 훈련을 거치는 동안 어떤 어둠 속에서도 내 온몸과 정신 눈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비밀을 갖고 나오게 된 것이다.

다이아몬드를 손에 넣었을 뿐만 아니라 나 자신의 몸과 정신 눈으로 단련시켰으니 나는 더 이상 탄광이 무섭지 않다. 그리고 다이아몬드를 찾는 시간도 점점 짧아지고 있다. 그게 어떤 유형의 탄광이든 말이다. 삶에서 그 가장 가치 있고 누구나 가지기 어려운 비밀을, 반지의 제왕의 반지처럼 획득하게 된 것이다. 이제 나는 갑옷을 입은냥, 내 온몸이 눈인 양 나는 자신감에 넘친다. 물질 다이아몬드까지 획득해 지금의 나는 너무나 평온하고 자유롭다.


사랑이 넘치고 행복한 사람들을 만나고, 고난으로 얻은 눈이 깊은 사람들과 계속 인연이 닿고 그것은 또 나에게 삶의 기쁨을 주고 있다. 좋은 책 한 권 읽듯 좋은 사람들의 스토리를 들으며 나는 이제 그들의 얘기를 통해 간접 경험하며 배우고 공부하고 깨닫고 있다. 나는 매일 그렇게 돈을 벌듯, 돈나무를 심은 듯 살고 있다. 아무도 훔쳐갈 수 없는 돈 나무가 넘치니 나는 진정 부자고 자유롭다.


보이는 피상적인 모습은 절대로 모른다. 멀리서 보면 보이지 않는다. 들여다보면 모든 좋은 것에는 이유가 있었고 아픔이 있었다. 마냥 좋아 보이긴 했지만 들여다보면 썩은 물 많이 고여 악취가 나는 것들이 포장되어 있는 것도 있다.

마음의 눈이 아닌 내 신체의 물리적인 눈의 한계를 분명히 알게 되지 않았는가?

더 이상 나를 흔들리게 할 건 없다. 그렇지만 사회적인 인간이기에 흔들릴 것도 안다.

하지만 금방 제자리로 돌아올 것도 안다.

내가 눈이 멀어도 내 온몸이 눈을 뜨고 있을 것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