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와 일본(3) 꽃놀이는 포기못해

꽃놀이 하러 나갈 때가 아닙니다.

by 선데이수

코로나 바이러스와 일본, 세 번째 소식을 전한다.





도쿄올림픽 연기


3월24일 밤, 드디어 IOC와 일본 정부가 올림픽을 연기하는 데 합의했다는 기사가 떴다. 최종 결정이 내려지기 전 며칠 간 IOC, WHO, 일본 정부 사이에서 올림픽 연기를 시사하는 코멘트들이 오갔다. 캐나다, 뉴질랜드, 호주 등 여러 국가에서 차례로 올림픽에 자국 선수단을 파견하지 않겠다는 발표도 이어졌다. 사실상 올림픽은 연기를 피하기 어려운 분위기로 흘러갔다. 남은 건 이 전대미문의 결정을 누가 언제 그리고 어떻게 발표할지 정도였다.


IOC는 올림픽 연기 결정에 대해 2월에는 5월 말 경, 3월에는 4월 말 경 결정할 일이라고 줄곧 타이밍을 늦추려는 입장이었고, 일본 정부도 자국 정부에 미칠 정치경제적 영향을 고려해서 조금이라도 늦게 결정됐으면 하는 눈치였다. 어쩌면 조금 더 시간을 끌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기사가 떠서 놀랐다.


아마 더 버티기에는 전 세계 상황이 점점 더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어, 다른 선택지가 없었던 게 아니었을까.



도쿄 봉쇄 가능성?


코이케 도쿄 도지사가 23일 기자회견에서 '도시봉쇄'라는 단어를 언급해 화제가 되었다. 인구밀도가 높은 대도시 도쿄에서 감염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경우 도시봉쇄 같은 강력한 조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맥락이었다.


다음 날 언론에는 그녀가 '도시봉쇄'라는 말을 법률적 근거도 없이 언급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사실 틀린말은 아니다. '도시봉쇄'는 3월13일 일본 의회에서 개정된 '특별조치법' 상 명시된 '비상사태 선언'이 선행되어야 취할 수 있는 조치며, '비상사태 선언'의 주체가 되는 '대책본부'는 3월26일에야 정식 설치되어 첫 회의를 열었다. 과거에도 정부 관련부처를 모아 대책본부를 설치하고 회의를 진행했지만 과거와 달리 특별조치법에 근거한 대책본부라서 차이가 있다고 한다.


아, 이게 다 무슨 얘긴지. 알쏭달쏭하다.


오늘자 NHK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현 시점에서는 아직 비상사태 선언을 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는 한다. (관련기사 클릭)


그럼에도 비상사태 선언을 위한 법률적, 조직적 준비가 거진 다 갖춰진 상황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감염자 수 추이에 따라 비상사태 선언 및 도시 봉쇄도 얼마든지 가능한 시나리오가 되었다.



외출 자제를 요청드립니다


법적 근거 없이 '도시봉쇄'를 언급했다는 이유로 뭇매를 맞은 코이케 도지사는 25일 밤에 다시 기자회견을 열었다. 평일에는 가능한 범위에서 재택근무를 '요청'하며, 주말에는 불필요한 외출을 '자제' 해 달라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도쿄 인근 지자체에도 협조를 요청했다. 나리타 공항이 위치한 치바현, 요코하마가 위치한 카나가와현을 포함해 인근 4개 지자체에 도쿄로의 이동을 자제해달라고 한 것. 인근 지자체에 거주하면서 도쿄 도심으로 출퇴근 하는 사례가 많은 것을 고려하면 이 이동 자제 요청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사실 사람들의 이동을 막기 위해 제일 좋은 방법은 재택근무를 적극 장려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재택근무는 얼마나 실행이 되고 있을까?


이전 포스트에서 2월 말 닛케이 설문조사 결과 대상기업의 약 50% 이상이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다는 기사를 소개한 적이 있다. 당시 조사대상은 기업 인사담당자였다.


3월23일 파솔 종합연구소가 새롭게 실시한 조사에서는 기업이 아닌 직원 본인에게 재택근무 실시 여부를 물었다. 도쿄 지역의 경우 정규직 직원의 약 19.6%가 재택근무를 실시한 적이 있다고 답변했다. (관련기사 클릭) 두 수치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 기업 분위기상 주변의 눈치를 보느라 재택근무 신청이 어려운 경우, 업무 성격상 재택근무가 어려운 경우 등등. 이유를 찾으면 끝도 없다. 어쨌든 이 수치를 보면 과연 실제 현장에서 재택근무가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그 와중에 히타치는 5만명, 소니는 2만명 전 직원을 재택근무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한국도 어느정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지만, 재택근무 시행을 위해서는 사내 시스템이 어느정도 갖춰져야 하는 만큼, 중소기업에서 당장 재택근무를 도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듯 하다.



그럼에도 일상은 이어지고


사실 3월 말에서 4월 초로 이어지는 이 시기는 여러 의미에서 1년 중 가장 바쁜 시기이다. 업무면에서는 일본의 회계연도가 4월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대부분 기업이 결산 업무로 바쁘다. 생활면에서도 일본인이 사랑해 마지않는 벚꽃이 만개하는 게 바로 지금이다. 이유도 모르게 마음이 들뜨고 반드시 나들이를 나가고 싶은 때다.


그래서일까? 불과 지난주 주말인 21일과 22일, 우에노 공원을 비롯한 도쿄 각지의 벚꽃 명소들은 감염 위험에도 불구하고 벚꽃놀이를 나온 사람들로 성황을 이뤘다.


지난 주말, 우에노 공원에 꽃놀이를 나온 사람들 (출처 : 닛케이 신문)


이 모습에 나름대로 충격(?)을 받았던 건지 25일 도지사 기자회견 후 주요 시설들에서 속속 주말 임시휴업, 단축영업 등의 방침을 내놓고 있다. 당장 도쿄도부터 오늘(27일) 대책회의에서 주요 벚꽃명소인 우에노 공원, 요요기 공원을 포함한 도립 공원을 일부 폐쇄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어제 오늘 영화관, 백화점,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등이 차례로 주말 임시휴업 방침을 내놓고 있다. 어느 매장이 어떻게 휴업하는지를 일일이 적기에 너무 많을 정도다. 필자가 거의 매일 커피 사 먹으러 가는 스타벅스도 이번 주말 이틀 동안은 도쿄 시내 전 매장을 임시휴업 한다고 한다.



식료품 사재기의 시작


지난 2월24일 올린 글에서는 마스크 품귀현상을, 2월29일 올린 글에서 휴지 품귀현상을 각각 언급한 적이 있다. 마스크와 휴지는 여전히 구하기 어렵다. 거기에 이번주부터는 식료품에 대한 품귀현상도 시작되었다.


거주자로서 느끼기로는 3월23일 코이케 도지사가 '도시 봉쇄'라는 단어를 입에 올린 다음부터 슬금슬금 사재기가 시작됐던 것 같다. 쌀이나 파스타 면, 통조림 등 비교적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은 물론 양배추 같은 신선식품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나마 수요일까지는 슈퍼에서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줄어들고(예를 들면, 계란을 원래 20종류씩 두고 팔았는데 재고가 남은 게 5종류 이하라든지) 계산대까지 가는 줄이 길어진 정도였다. 올림픽 연기, 도지사의 외출자제 요청 등 심상치 않은 뉴스가 이어지면서 어제 저녁에는 상황이 좀 더 심각해졌다. 아마존 팬트리, 프레쉬, 라쿠텐 등 온라인 매장도 재고가 거의 동이 나 고를 수 있는 물건이 많지 않고, 그나마도 주문 후 도착까지 1주일 넘게 소요된다고 한다.



이 와중에, 라인의 똑똑한 행보


한국도 마찬가지겠지만, 일본에서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새로운 움직임이 발견된다. 집에 콕 틀어박혀서도 할 수 있는 종류의 소비가 늘어나는 것이다. 당장 한국의 '배달의 민족'과 유사한 배달 서비스 '데마에칸'은 2월 한달 간 주문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18%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신규 제휴문의도 2~3배 이상 급증했다고.


이런 와중에 어제(26일) 밤 라인이 데마에칸의 300억엔을 출자해 지분 60%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그간 일본의 배달시장은 데마에칸과 우버잇츠가 양분하는 구도였고, 두 플레이어 중에서는 데마에칸이 밀리는 쪽이었다.


앞으로의 경쟁구도는 예상하기 어렵다. 라인은 일본 최대 메신저 서비스일뿐 아니라 이미 라인페이 라는 캐쉬리스(Cashless) 전자화폐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어, 메신저(플랫폼) + 라인페이(결제) + 데마에칸(배달) 의 결합으로 상당한 시너지를 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





2월29일에 2편을 올리고 약 한 달 정도는 코로나와는 전혀 상관 없는 주제의 글들을 포스팅 했다.


사실 내 포스팅에 적은 내용 정도는 한국 언론에도 거의 실시간으로 보도가 되고 있다. 굳이 개인 블로그에까지 이야기를 더해야 하나 싶었다. 그러나 코로나가 우리 일상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이 곳에서 직접 보고 느끼는 일상의 변화에 대해 기록해 두는 것이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겠다 싶어 계속 해 보기로 했다.





1편(2020.2.24 게재)


2편(2020.2.29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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