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와 일본(4) 긴급사태 발령 첫날

돌다리도 그만큼 두드리면 깨집니다.

by 선데이수

코로나 바이러스와 일본, 긴급사태 발령 첫 날 소식을 전한다.





하나도 긴급하지 않게 다가온 긴급사태


저번 글을 올린 시점이 3월27일. 그 사이 주말이 두 번 있었다. 주말을 앞두고 아베 총리와 코이케 도지사가 바톤을 넘겨가며 기자회견을 벌였고, 긴급사태 선언이라는 패를 손에 쥐고 국가가 결단을 내려야 도에서도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느니, 반대로 도지사의 외출자제 요청에 귀 기울여 달라느니 하는 핑퐁을 반복했다.


그 사이에 주요 언론에서는 긴급사태 선언이 구체적으로 어떤 절차를 밟아 발령되는지, 발령된 후 생활에는 어떤 변화가 있는지 등에 대해 그림과 도표를 덧붙여가며 친절하게 안내했다.


개인적으로는 4월의 첫 주말을 앞두고 발령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기왕이면 새로운 달이 시작되는 4월1일에 발표하면 좋지 않겠는가, 라는 생각이었고, 기자들도 그 생각을 공유했는지 3월 말 경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에게 4월1일에 발표하느냐고 물었다. 이 때 "4월1일은 아니다"라는 이상한 답변이 나왔다.


국민들이랑 밀당하는 것도 아니고 이거 참.


그래도 너른 마음으로 이해해주기로 했다. 그래, 중요한 정책인데 만우절에 발표하는 게 좀 어색할 수 있지, 그럼 4월3일 금요일에는 발표하려나? 웬걸, 4월3일도 조용히 넘어갔다. 그게 지난 주 주말의 일인데, 마침 도쿄 시내 벚꽃이 만개해 마음이 불안한 와중에도 시민들이 벚꽃 주위에 삼삼오오 모여 휴식을 즐기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KakaoTalk_20200408_133859394_13.jpg 지난 주말은 하필 날씨도 화창했다. 인간들의 고뇌 따위 난 잘 모르겠다는 듯 벚꽃이 얄궂게 만개했다.


그렇게 불안한 주말을 보내고 4월6일 월요일, 아침부터 닛케이 등 주요 언론이 "오늘은 진짜로 긴급사태 선언을 한다"고 정보를 흘리기 시작했고 아니나 다를까 저녁 기자회견을 통해 긴급사태 선언을 했다. 아, 정확히는 긴급사태 선언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는 발표였다. 손에 쥐고 만지작거리다 닳게 생긴 그 선언은 다음날인 4월7일 정식으로 발표되어, 4월8일 0시부로 시행되었다.


KakaoTalk_20200408_133859394_19.jpg 해질녘의 텅 빈 놀이터.



긴급사태 발령의 의미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일본이 생각보다 지방자치가 강한 나라라는 걸 깨닫고 있다. 이번 긴급사태는 국가 전체가 아니라 7개 지자체만을 대상으로 내려졌다. 수도권 4(도쿄, 사이타마, 치바, 카나가와), 관서지방 2(오사카, 효고), 그리고 후쿠오카다. 긴급사태 선언에 기초하여 각 지자체장이 보다 강하게 외출자제, 시설 등의 휴업 등을 요청할 수 있다는 게 골자다.


기간은 4월8일에서 5월6일까지. 코로나 사태가 생각보다 빨리 진정이 되면 그 기간 중이라도 중단할 수 있다는 속 편한 소리도 나오고 있다. 반대로 5월6일까지 사태가 나아지지 않을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구체적으로 어떤 지침이 내려질지는 지자체마다 다르겠지만, 핵심은 강제성이 없다는 데 있다. 강제성은 없지만, 강하게 요청할 수는 있다는 것 정도?


그래도 기업들은 별다른 이유가 없는 한 정부 방침에 따를 확률이 높다. 일본에서 기업활동을 하려면 관(官)의 뜻을 거스르지 않는 편이 좋기 때문이다. 이미 미츠코시 같은 대형 백화점 체인,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등에서 5월6일까지 임시휴업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큰 기업들이 앞장섰으니 작은 기업들도 괜히 튀지 않도록 따라 갈 것으로 보인다.


KakaoTalk_20200408_133859394_09.jpg 지유가오카의 거리. 지난 주말 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았고 거리도 한산했다. 사람이 아주 없지는 않았지만...



왜 문 닫으라는 말을 못하나요?


이 치열한 핑퐁의 현장에서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성수기에 무려 한 달이나 임대료를 쌩으로 내며 문 닫게 생긴 점포들에게 누가, 어떻게 보상을 해 주느냐는 것이다.


한국을 포함해서, 일본 말고 다른 나라에서 이 문제에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한국의 경우 코로나 시국으로 타격받은 자영업자를 지원하기 위해 여러 정책이 나오고 있다고는 들었다. 핀트가 조금 다르다. 보상과 지원. 보상은 기업의 수익 감소가 정부 책임이라는 전제에서 나오는 말이고, 지원이라고 말하면 책임소재가 좀 약해진다.


일본의 법 체계를 잘 모르다보니 왜 이런 상황에서 보상 이라는 말이 등장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보상에 대한 책임소재가 국가와 지자체 사이의 핑퐁 게임에 분명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


KakaoTalk_20200408_133859394_06.jpg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 앞. 주말 낮 시간이었으니 평소에라면 유동인구가 상당해야 하는데, 이번 주말에는 꽤나 한산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아베 : 철저한 외출자제를 요청하고, 2주 동안 지켜본 후 효과가 좋지 않으면 시설 휴업을 요청하는 것이 국가의 기본적인 방침이다. 결과적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접촉을 7~80% 이상 줄이는 것이 목표다.

코이케 : 시설 휴업 없이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접촉을 그만큼 줄일 수 없다. 휴업을 요청해야 한다.


이 문답에서 미묘한 줄다리기의 대상이 되는 건 그래서 휴업을 누가 요청하냐는 것이다. 아베 총리가 요청하면 국가가 나서서 보상을 해 줘야 하고, 코이케 지사가 요청하면 도쿄도가 나서서 보상을 해 줘야 한다는 것. 당장 전염병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와중에 이런 줄다리기가 다 무슨 의미랴 싶지만, 일본 정치인의 생각은 또 다른가보다.


도쿄도는 결국 내일, 즉 4월9일에 도 차원의 구체적인 방침을 발표하기로 했다. 도쿄도가 어떤 식으로 나올지 궁금해진다.


KakaoTalk_20200408_133859394_04.jpg



사재기는 그래도 조금은 진정세에 접어들었다.


긴급사태 선언에 대한 기자회견이 있고 바로 다음날인 4월7일, 퇴근 후 슈퍼마켓에 가니 아주 말도 아니었다. 갑자기 고구마가 먹고 싶어서 갔을뿐 식재료는 이미 갖출만큼 갖춰놨기 때문에 그 날은 그냥 돌아왔다.


하루 뒤인 오늘 4월8일, 역시 퇴근 후 시간에 다시 슈퍼마켓에 가니 전날에 비해 한결 안정된 모습이다. 심지어는 한동안 보기 힘들던 스파게티 면도 쌓여있고, 한 사람 당 하나만 구입할 수 있게 제한을 걸어놓기는 했지만 휴지도 있다. 티슈 말고 화장실에서 쓰는 롤 휴지. 얼마만에 슈퍼마켓에서 롤 휴지를 본 건지 모르겠다.


필자도 한동안 홀리듯 슈퍼마켓에 가서 꼭 필요하지도 않은 식재료를 쟁여오기를 몇 차례, 그러고 바로 다음 날 다시 가 보면 선반에 물건이 다시 든든하게 차 있는 걸 확인하고 마음의 안정을 찾길 반복했다. 아마 일본에서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도 다 비슷한 마음이 아니었을까?


그래도 여전히 파스타 코너, 쌀 코너 등에 물건이 드문드문 보이는 등 생필품 유통이 사재기 열풍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려면 조금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싶다.





3편(2020.3.27 게재)


2편(2020.2.29 게재)


1편(2020.2.24 게재)


keyword
이전 03화코로나 바이러스와 일본(3) 꽃놀이는 포기못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