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살이 돋았다
11월, 엄마 아빠와의 캠핑카 여행에서 돌아온 날이었다.
캠핑을 떠나기 전보다 다녀온 후 캠핑카를 청소하고 잡다한 것들을 정리하는 일을 돕다가
원목으로 된 무엇에 아주 깊숙하고 빼내기 어려운 가시가 손가락에 박혔다.
원래 압정이 발바닥에 꽂혀도 무덤덤하게 빼낼 정도로 그런 사고(?)에 무덤덤했던 나는
무심히 그 일을 넘겼는데 손가락을 움직일 때마다, 어떤 사물에 닿을 때마다 아픔을 느껴
부모님에게 그 부분을 보였다.
"이건 지금 당장 뺄 수 있는 게 아니네. 약 발라놓고 반창고 붙이면
어떻게든 빠질 거야."
"...? 어떻게 가시가 자기가 알아서 빠져나와?"
"약을 발라놓으면 우리가 잊을 때쯤 새살이 돋아서, 그 새살이 가시를 밀어내게 돼서 자연스럽게 빠지더라고.
너무 걱정하지 마"
엄마와 용천사에서 발견한 세 잎 클로버.
엄마가 말했다. 네 잎 클로버는 '행운'을 의미하지만 세 잎 클로버는 '행복'을 의미한다고.
한 번쯤 기대할 수 있는 막연한 '행운'보다는 늘 함께하는 '행복'이 더 값진 게 아니겠냐고..
그리고 정말, 내 손가락의 가시가 박혔다는 걸 잊은 지 꽤나 된 오늘.
무심히 손가락 끝이 낯설어서 보게 된 그 자리엔 깨끗하게 새살이 가시를 밀어내고 '안녕?'이라는 듯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삶이라는 것, 아픔이라는 것, 시련과 고민도 다 이런 것일까.
그때 그 순간엔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아프고 쓰라리지만,
덤덤하게 곧 지나갈 것이라고.
자연스럽게 사라질 아픔이라고 인정하고 약을 발라두고 있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 아픔은 사라지고 새로운 행복과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고...
그렇다면 지금 나는 그저 약을 발라두고 조용히 자연스럽게 내 마음이 회복되기만을 기대하며
조금씩 예전 일들은 잊어버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