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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죽음과 관계가 깊다. 사랑은 Love. 라틴어로는 Amor 라고 한다. 사랑은 곧 에로스Eros이기도 하다. 단어의 조합으로만 볼 때, 사랑을 의미하는 아모르amor는 죽음(mor)과, 그것을 부정(a-)하는 접두어로 구성되어 있다.

죽음을 부정할만큼 강한 사랑이라는 의미인가? 매우 낭만적이고 이상적인 생각이라 여길 수 있지만, 사실 생물학적으로 상당한 설득력이 있는 단어의 조합이다. 프로이트는 오르가즘을 “작은 죽음”petite mort이라고 표현 했었다.

후손을 낳는 생물학적인 과정은 개체의 입장에서 수명을 단축시키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사랑의 행위는 자손을 번식시키는 핵심이다. 개체로서의 죽음은 인류의 영속으로 극복된다. 그런 의미에서, 사랑은 생물학적으로 개체의 죽음을 극복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자신을 소진하면서 종족을 영속시킨다는 점에서 사랑이 죽음을 극복하는 방식은 매우 역설적이다.

Mor-는 죽음과 관련된 단어들에서 공통적으로 보인다. 장의사 mortician, 시체공시소 morgue 가 대표적이다. 에드거 앨런 포우Edgar Allan Poe의 <모르그가의 살인사건The Murders in the Rue Morgue>은 탐정이 등장하는 최초의 추리소설로 평가된다. 제목에서 이미 살인사건이 벌어진 장소의 의미를 말해준다.

19세기 유럽의 모르그는 일종의 대중적인 스펙터클의 장소였다. 사망한 사람들의 연고자를 찾기 위해 죽은 사람을 대중에게 공개하는 곳이었던 것이다. 당시 죽음은 일상의 일부였다. 모르그는 죽음에 대한 인식은 물론, 죽음의 과정과 부패, 죽음의 원인과 위생에 대한 교육의 장소이기도 했다. 심심해서 모르그를 찾는 사람도 있었다. 기괴한 문화였다. 19세기 말 모르그는 폐쇄되었고, 이후 죽음은 현대인의 일상에서 아주 예외적인 것이 되었다.

돈을 빌릴 때 맡기는 담보물은 mortgage 라고 한다. 모기지론 과 같은 금융광고에서 모기지라는 말로 그냥 사용된다. 모기지mortgage에는 죽음이라는 의미가 들어 있다. 돈을 빌리고 갚지 못하면 목숨을 내놓아야 했던 과거의 흔적이다.

mortal은 필연적으로 죽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명사로 사용되면 사람을 의미한다. 물론 불멸immortal의 존재인 신과 대비되는 맥락에서 사용된다. 제라드 버틀러가 주연했던 영화 <300>에는 임모털immortal(불멸이라는 뜻)이 등장하기도 했다.

현대에는 어모털(amortal)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제약기술과 성형의학의 발전으로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서도 예전처럼 쉽게 늙지 않는다. 심지어 나이가 들면서 더 젊어지는 기이한 현상들도 드물지 않다. 이렇게 세월을 거슬러 살아가는 사람들을 어모털(필멸을 부정하는)이라고 부른다. 성형수술과 보톡스가 낳은 새로운 현상이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는 죽음을 기억하라는 말이다. 중세 유럽에는 인간의 필멸적인 운명에 대한 각성이 널리 유행했었다. 당시의 많은 그림들에는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죽음을 환기시키는 도상들이 많이 등장한다. 해골은 물론, 모래시계, 꽃, 향수, 물방울, 악기는 삶의 덧없음을 보여주는 상징들이었다. 모리mori 라는 말은 라틴어로 죽음을 의미한다. mort-와 동일한 어원을 갖고 있다.

아마츄어amateur는 아마토amator라는 뭔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말에서 왔다. 아마츄어는 스포츠나, 예술, 학문을 단지 좋아서 하는 사람을 말한다. 돈을 목적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진정성에 있어서는 프로 못지 않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