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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는 씨를 뿌리고, 해석학은 에르메스 가방을 산다

알고리즘영단어: seminar, seed, season

by 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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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혹은 여러 학술단체나 기업, 여러 단체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세미나seminar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기획하고, 창출하기 위한 활동이다. 씨앗seed에서 새로운 싹이 돋아나는 것처럼, 정신적이고 창의적인 싹을 틔우고 싶은 바람이 이름으로 사용된 셈이다. 실제로 seminar는 seed에서 파생된 말이다. 어원적으로 se는 씨앗을 뿌린다는 의미가 있다.


계절season의 변화는 씨앗seed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일과 관계가 깊다. Season역시 se-의 어원과 관계가 있다. 당연히 계절은 씨seed를 뿌리는 일과 관계가 깊다. 하나의 뿌리에서 여러 가지가 함께 나온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시리즈series라고 부르는 것은 역시 한 가지에서 여러 갈래가 연속해서 이어지는 의미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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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자, 씨앗을 의미하는 sem은 생명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다. semen은 정액을 의미한다. Sem을 품고 있는 단어들은 대부분 새로운 창조, 생명의 의미를 갖는다. Se는 씨앗seed을 의미하기도 한다. 씨를 뿌린다는 말은 sow인데, 역시 느슨하게 se를 포함하고 있다.


여기저기 씨를 뿌린다는 의미에서 산종, 파종disseminate의 의미에도 포함된다. dis-는 먼 곳, 여기저기의 의미로 풀이된다. 한국어에 오미자, 결명자, 구기자와 같은 단어에 있는 자(子)는 생명의 근원의 의미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子)는 씨앗이기도, 물을 의미하기도 한다.


누군가가 닮았다면 그 원천인 씨앗이 아마 동일할 것이다. semblance는 그런 의미에서 비슷함, 닮음 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동사로는 resemble 이라는 말을 쓴다. 다시re 태어났다sem-는 의미가 결국은 닮았다는 의미로 확장된 것으로 보인다. 누군가의 환생이다 라는 표현은 대상이 갖고 있는 놀라운 유사성을 근거로 했을 때 가능한 표현이다. 누군가를 닮았다는 의미로take after를 쓰기도 한다. 의외로 Look after는 돌보거나, 돌봐주는 것을 의미한다.


얼핏 보면 관계있을 것 같은 기호학semiotics은 그리스어 세메이온semeion에서 유래한다. 세메이온은 표지mark, 징후symptoms를 의미한다. semeio는 기호, 변별적 표지, 전조와 같은 뜻이 있다. seminar와 기원이 다른 것이 아쉽다. 하지만, 하나의 기호가 다양한 의미로 해석되는 것은 하나의 뿌리에서 여러 가지가 뻗어나오는 것과 비슷하다. 근원이라는 의미에서 생명의 원천은 씨앗과 의미가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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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학hermeneutics는 그리스 신화의 헤르메스Hermes에서 유래한다. 헤르메스는 소식을 전하는 신, 전령의 신, 해석의 신이다. 같은 스펠링을 사용하는 프랑스 브랜드 에르메스는 설립자Thierry Hermès의 이름이기도 하다. 에르메스는 당시 말 안장saddle같은 마구용 가죽제품을 솜씨 있게 만드는 것으로 유명했다.


닮다는 뜻의 sem-의 형태가 sim-으로 변하면 simple이 된다. 단순하다는 것은 변화나 차이가 별로 없다는 뜻이다. 전체를 구성하는 요소가 제각각이 아니라 다 비슷하게 어우러져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맥락이 통할 수 있다. simple은 single과도 관계가 있다. 차이가 없다면 하나와 다를 바 없다. 둘 모두 sem을 근간으로 이어져 있다. 단순simple하다는 것과 하나single라는 것은 의미상 너무 분명하게 통한다.


비슷한 것은 similar라고 하고, 비슷한 것을 넘어 똑같으면 the same이라고 한다. 두 단어 공통 sim-은 sem-의 변형된 형태로 볼 수 있다. 대상을 비슷한 것과 비교하는 것을 직유simile라고 한다.


어떤 외양이 ~처럼 보인다고 할 때seem을 사용한다. 역시, 무엇과 닮았음을 환기하는 말이다. 외적인 유사성을 나타내는 포괄적인 의미가 있지만 대부분 주관적인 판단을 의미한다. 보다 객관적인 증거를 토대로 비슷하다고 말 할때는 appear를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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쟝 보드리야르는 점점 더 가상현실의 영향력이 강해지는 자본주의 현대사회에 관한 <시뮬라시옹>이라는 책을 썼다. 현실보다 더욱 현실 같은 가상현실은 삶의 현실성과 구체성을 점점 생활 속에서 밀어낸다. 시뮬레이션simulation은 현실은 아니지만 현실과 유사하게 본뜬 것을 말한다. 운전면허를 따려면 모의주행simulated driving도 필요하다. 어떤 일이 동시에 일어났다면 simultaneously라고 말한다.


있을법한 진실, 진실인 것 같은 것을 의미하는 말은 verisimilitude이다. 진실veri 과 비슷하게 보이는것similitude 정도의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서울대 로고에 쓰여진 veritas lux mea 는 “진리는 나의 빛” 이라는 의미다. veritas는 진리를 의미하고, 현대 영어로는 verity로 사용한다. 요즘 많은 사람들은 휴대폰에서 본인임을 인증verify해야 한다. 인증하는 것verify은 사실임을 증명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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