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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안드로이드는 사람의 아들이 되고 싶었네

알고리즘 영단어: android, idol, Anderson

by 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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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들리 스콧 감독의 1982년 영화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는 필립 K. 딕의 1968년 소설 <Do Android Dream of Electric Sheep?>을 원작으로 한다. 보통 <안드로이드도 전기양을 꿈꾸는가?>로 번역된다. 전기양을 꿈꾼다는 것은 잠이 오지 않을 때, 양을 세어보라는 조언과 관계있다. 아이가 쉽게 잠들지 못하면, 부모는 아이에게 말한다. 눈을 감고 한 마리부터 백 마리까지 세어보라고. 그럼 아이는 양을 세면서 천천히 잠이든다. 그럼, 안드로이드 역시 기계로 된 양을 셀 것인가?


화면 캡처 2023-02-17 114130.png

안드로이드라는 말은 andr-와 oid 의 조합이다. Andr-는 사람을 의미한다. -oid는 형태를 닮은, 형태와 비슷한 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eidos에서 왔다. Android는 사람을 닮은, 사람과 같은, 이런 의미로 사용된다. 사람의 형상은 종종 우상idol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종교적 맥락에서 거짓신a false god의 형상이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우상숭배는 idolatry라고 한다.


인류학은 anthropology 이다. 문화인류학은 앞에 cultural만 덧붙이면 된다. 마가렛 미드Margaret Mead는 1960년대 전후 사회문화적으로 큰 영향력을 갖고 있었던 미국의 문화인류학자anthropologist였다. 미드는 결혼을 3번 했었다. 하지만 자신은 3번의 결혼생활에서 단 한 번도 실패한적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사이보그는 Cyber와 Organism이 결합했다. 사이보그는 기계와 유기체의 합성이라고 할 수 있다. 사이버cyber는 사이버네틱스라는 말에서 따왔다. 사이버네틱스는 통신과 제어의 기술이론을 의미하는데, 1948년 미국의 수학자 노르베르트 위너가 만든 말이다. 생물의 자기 제어의 원리를 기계장치에 적용한 말이라고 하는데, 지금은 종종 인공두뇌연구를 의미하기도 한다. 위너는 그리스어 카이버네테스kybernetes 라는 말을 이용해서 이름을 만들었는데, 이 말은 조종하는 사람, 혹은 조타수steersman를 의미한다고 한다. 그래서, 안내guide하고, 통제control하고, 지배govern한다는 의미를 포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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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통해 살펴보면 개념의 차이는 훨씬 더 분명해진다. <블레이드 러너>에 등장하는 레플리컨트replicant(이 말은 감독이 만든 단어라고 한다)들은 기계적으로 인간과 거의 유사하게 만들어진 존재들이다. 처음부터 공학적 엔지니어링으로 만들어진 존재들이다.


그래픽한 폭력성으로 유명한 폴 버호벤 감독은 1987년 <로보캅Robocop>이라는 영화를 만들었다.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 머피는 범죄자들과의 총격전에서 심각한 부상을 입는다. 흉악범의 총탄에 성한 육체가 거의 남아나지 않았지만, 뇌의 일부분과 어느 정도의 생체조직이 남아있어서, 나머지 부분은 기계로 보충해 인간의 모습을 띠게 되었다. 머피는 안드로이드가 아니라 사이보그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육체는 기계로 구성되었지만, 인간이었을때의 뇌조직을 일정부분 갖고 있다. 덕분에 편린으로 남은 기억을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 알게 된다. 잃어버린 나를 찾은 것이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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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이드와 사이보그를 언급한 김에, 복제인간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복제인간은 보통clone이라고 한다. 그리스어klṓn에서 유래하는데, 나뭇가지를 의미한다. 나뭇가지는 모두 똑같이 보이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고, 한 가지에서 분화되었다는 의미로 사용했을 수도 있다.


2005년 영화 <아일랜드Island>는 이런 복제인간과 그로 인한 도덕적, 윤리적 문제를 다룬 영화다. 병이나 사고를 당했을 때, 혹시 모를 장기이식을 위해 일종의 보험처럼 자신의 복제인간을 만들어 복제인간들만을 따로 관리하는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어느 날 자신의 신장kidney에 문제가 생기면, 자신의 복제인간에게서 신장을 적출하여 이식수술을 하는 것이다. 자신의 복제인간이기에 면역체계의 교란과 같은 생물학적인 문제가 없는 것이다. 이 영화는 1979년 <The Clonus Horror>라는 원작이 있었다.


안드로이드, 사이보그, 복제인간 은 어떤 면에서 새로운 인류의 형상이다. 21세기의 사회문화현상은 여러면에서 포스트라는 접두어를 사용해왔다. 포스트워post-war, 포스트모더니즘post-modernism, 포스트투루스post-truth, 포스트코비드post-covid에 포스트휴먼post-human까지. 최근에는 Chat GPT까지 가세해, 그 양상이 복잡해졌다.


영화 <매트릭스The Matrix>에 등장하는 네오Neo의 또 다른 이름은 앤더슨Anderson이다. 앤더ander를 사람이라는 의미로 분석하면 ander+son, 즉, 앤더의 아들이라는 뜻이다. 앤더는 사람이므로, 곧 사람의 아들이 되겠다. 존슨, 데이빗슨, 니콜슨 등 son으로 끝나는 이름은 대부분 ~의 아들이라는 뜻으로 만든 이름이다. 스코틀랜드나 아일랜드에서 Mac-으로 아들을 표현하는 것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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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지니androgyny는 양성성을 의미한다. 남성을 의미하는andro- 여성을 의미하는gyny-의 결합으로 구성된 말이다. 남녀 자웅동체를 의미하는 또 다른 단어로는 hermaphrodite 가 있다. 헤르메스hermes와 아프로디테aphrodite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단어다.


성서적인 맥락에서 사람의 아들은 곧 예수Jesus를 의미한다. <매트릭스>의 복선이 기독교적인 구성과 비슷하다는 관점에서 사람의 아들이라는 이름의 앤더슨Anderson은 구세주를 상징하는 아주 효과적인 이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문열은 소설 <사람의 아들>을 1979년 출간한 바 있다. 종교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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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Neo라는 이름 역시, 구세주이자 유일자One라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네오Neo는 유일자, 하나라는 의미로 사용된 One의 아나그램anagram, 곧 스펠링의 순서를 재배치 한 것이다. 영화에서 네오가 쓰던 방은 101호였다. 나름 분명한 기억이었지만, 혹시나 해서 Chat gpt를 이용해 확인해 봤다. Chat gpt는 네오의 방 번호는 조지 오웰George Orwell의 <1984>에서 윈스턴 스미스가 끌려간 방의 번호를 차용한 것이라는 추가적인 정보를 알려줬다.


그리고, 삼위일체라는 뜻을 갖고 있는 이름의 여주인공, 트리티니Trinity는 303호를 이용했다. 네오가 처음 트리니티를 만났을 때, 그는 트리니티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난 당신이 남자인 줄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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