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영단어: augur, inaugurate, sortilege
동서양을 막론하고 점augur은 가장 오래된 문화중 하나다. 과학을 맹신하고 합리적인 이성을 숭배하는 현대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점을 친다. 다만 그 이름과 명칭이 통계나 수치, 과학, 그리고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빅데이터big data 등으로 바뀌었을 뿐, 인류는 여전히 점의 세계를 살고 있다.
호모 아구란스(Homo Augurans)라는 말은 점치는 인간이라는 뜻으로 종종 쓰인다. 점은 인간과 떼어놓을 수 없는 정신적 본질중 하나다. 한국어로 “미래를 점치다”는 표현은 매우 일상적이다. 정말 점구를 놓고 점을 친다는 본래의 주술적 의미는 탈각되었기 때문에 단순히 미래를 예측한다는 정도의 의미로 사용된다.
매 순간 가깝게든 멀게든 미래를 예측하지 않으면 인간은 현재를 안정적으로 영위하기 힘들다. 지금 타고가는 버스가 사고나 나지 않을 거라는 예측 혹은 믿음, 지금 식당에서 먹고 있는 음식이 안전할 것이라는 믿음. 하지만 딱히 확실한 근거는 없다. 지루할 정도로 반복되는 일상은 언제 예외상태가 될지 누구도 알 수 없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일상이 언제까지 그대로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의 일상을 지탱해주는 그러한 믿음은 따지고 들면 대부분 근거가 없다. 20세기 미국의 현대시인 월러스 스티븐스Wallace Stevens는 일상의 모든 의심을 믿음으로 바꿔주는 그 근원을 최상의 허구supreme fiction라고 불렀다. 궁극의 믿음은 허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생각은 참으로 역설적이다.
인간의 존재론에서 허구는 필연적inevitable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augur은 늘 과학과 합리적 이성으로부터 비과학적이고 전근대적이라는 비판을 듣는다.
Augur의 aug-는 증가하다는 뜻이 있다. 증강현실은 Augmented Reality다. 여러명의 입찰자가 참여해서 가격을 올리는 경매auction에도 aug-의 형태가 보인다. 가격이 올라갈 수 밖에 없다. 8월은 어거스트August다. 로마의 황제 아우구스투스Augustus를 기리기 위해 원래자리의 옥토버October를 10번째 자리로 밀어내고 달력의 8번째 자리를 차지했다. August는 형용사로 쓰일 땐, 존경스럽고venerable, 위엄있고majestic, 고귀하며noble, 장대하다magnificent는 뜻을 갖고 있다. 점으로 신성하게 선택되었기 때문이다.
높은 공직에 취임하다는 뜻으로 inaugurate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점augur이라는 단어가 들어있다. 아마도 먼 옛날, 인류는 누군가에게 중요한 직책을 맡기기 전, 그런 책임을 맡겨도 좋을지를 점쳤을 것이다. 어떤 면에서 본다면 현대도 역시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미리 예상하여 후보를 정하고 누구를 선택할지 결정한다.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생각하지만, 결정이 미시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합리적으로 설명하기 쉽지 않다.
취임하다는 뜻의 영어단어 inaugurate은 원래 점으로 신성하게하다는 뜻에서 유래했다. 옛날에는 종교와 관련된 직책을 수행할 사람을 뽑는데 점을 쳤던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종교적으로 신성한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에, 점의 의미로는 divination 이라는 단어가 사용되기도 한다. Divine은 신성, 혹은 신과 같다는 뜻이다. 여신을 지칭할 때는 디바diva라고 말한다. 노래 잘 부르는 여성을 부르는 말로도 사용된다.
대통령과 같은 고위직책을 맡게 된 사람들은 업무를 시작하기에 앞서 취임연설inaugural speech를 한다. 형용사형인 inaugural은 명사로도 쓴다. 명사로 사용될 때에는 그 자체로 취임식이라는 뜻도 있다.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다는 뜻으로, to attend the presidential inaugural이라고 쓸 수 있다.
현대에는 슈퍼컴퓨터가 점을 친다. 일기예보다. 한국의 기상청 슈퍼컴퓨터는 500억이 넘는다고 한다. 하지만 일기예보가 항상 맞는 것은 아니다. 과거 점을 통해 알아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정보는 기상에 관한 것이었다.
점과 비슷한 제비뽑기는 Sortilege라고 한다. 크기가 다른 막대를 섞어서 누가 제일 긴 막대를 뽑는지draw, 혹은 짧은 막대를 뽑는지를 가려서 일을 결정한다. 때로 복잡한 의사결정은 아주 짧은 시간에 단순하게 내리는 것이 결과적으로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결정을 내리기까지 걸린 시간의 길이와 결과의 효과가 비례하는 것만은 아니다.
1998년작 영화 <아마게돈Armageddon>에는 주인공들의 생사를 가르는 결정을 돕기 위해 제비뽑기가 등장한다. 6개의 전선가닥을 뽑아 그중 짧은 것을 선택하면 당첨된다. 운명을 거부하는 것은 때로 극적이다. 브루스 윌리스는 제비뽑기에 걸린 딸의 남자친구를 대신해서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난다.
Sortilege는 라틴어 sortilegus에서 유래하는데, 운명을 점친다, 미래를 점친다는 뜻이 있다. 과거엔 막대를 뽑는게 아니라, 주사위를 던져서 운명을 점치기도 했다.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어쨌거나 인간은 늘 미래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요즘은 더욱 그렇다.
Sortilege는 마법witchcraft, 마술magic, 주문enchantment을 의미하는 sorcery와도 관계가 있다. Sorcery의 어원에 해당하는 sort-는 엑셀에서 많이 쓰는 편리한 기능의 이름이기도 하다.
sort는 분류하고 나누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이 속한 계층, 인종, 성별은 고스란히 운명이기도 하다. 그래서, sort는 자체로도 운명fate, lot, destiny의 의미를 갖는다. 제비뽑기Sortilege는 분명 좋은 운명과 나쁜 운명을 나누고 분류한다는 의미에서 운명적이다.
캬라멜, 사탕, 아이스크림에는 다양한assorted맛이 있다. assorted는 대상을 일련의 그룹으로 분류sorted 해 놓은 것이다. 여러 그룹으로 분류되니, 결과적으로 다양하다various는 뜻이 된다.
점과 운명destiny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에는 아직 많은 오해와 비판이 공존한다. 100여년 전 프로이트Freud의 정신분석학psychoanalysis이 처음 등장했을 때도 그랬다. 정신분석학은 엄격한 도덕을 중시하던 19세기 사람들에겐 과도하게 성중심적 pansexual이었고, 무의식unconsciousness의 개념은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런 이유로 세간의 비판과 비난을 받고 있을 때, 프로이트는 자서전적인 기록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나는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그것은 내가 인류의 문명과 지식에 새로운 작은 길을 하나 열었다는 것입니다.
I can, however, express a hope that I have opened up a pathway for an important advance in our knowled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