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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황 May 18. 2022

2명 자리는 없다는 식당

시니컬하고 시시콜콜한 이야기

(발행 후 추가)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싶지 않습니다. 일상 속 감정 조각 정도로만 바라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시니콜콜한(시니컬하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비정기적으로 써가는 중입니다.

https://brunch.co.kr/magazine/cynicalbasic




간만에 재택근무가 겹친 아내와 함께 점심은 집 근처 맛집에서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재택근무를 하다 보면 점심은 때우고 넘어가기 일수다 보니, 맛집을 방문할 생각에 가슴이 콩닥콩닥. 부푼 기대를 안고 사람들이 몰리기 전에 유명한 중국집에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저희는 그 식당에서 식사하지 않았습니다. 기분이 상했기 때문입니다. 입구를 지키는 여사님께 2명이라고 야심차게 말하고도 결국 '다른 곳에서 먹을게요'라고 말한 채 돌아 나왔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나니 출근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 눈에 보입니다. 덕분에 식당들은 점심시간마다 북적이고, 대기줄이 생기기도 십상입니다. 하지만 남들보다 10분만 일찍 방문하면 대기줄 없이 자리를 차지할 수 있기에 우리부부는 조금 일찍 점심식사를 하러 나갔습니다.


신중하게 결정된 식사메뉴는 중국음식. 동네의 유명한 중국집으로 가벼운 발걸음을 했습니다. 다행히 식당은 빈 테이블이 많습니다. 일찍 오길 잘했다는 생각과 함께 2인 손님임을 밝혔지만, 카운터를 지키던 여사님은 메뉴판을 건네며 조금 기다려야 하니 메뉴를 먼저 주문하라 했습니다.


자리에 앉기 전에 메뉴부터 주문하라 재촉하는 서비스를 싫어합니다.


빈자리도 많은데 서서 메뉴를 고르라 하니 더욱 싫었습니다. 최대한 아쉬운 감정을 숨긴 채 자리에 앉아서 주문해도 되겠는지 정중하게 물었습니다. 자리에 앉아서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는 설렘의 시간을 갖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사님은 완고했습니다. 빈자리가 없으니 주문을 먼저 하면, 자리가 났을 때 빨리 먹을 수 있다는 논리였습니다. 재촉당하는 느낌과 함께 3분의 2 이상 비어있는 식당 테이블들이 다시 눈에 밟혔습니다. 자리를 먼저 안내해주십사 재차 물었으나, 2인 석은 따로 있어 안내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단체 손님을 받기 위해 소규모 손님을 차별하는 식당을 싫어합니다.


결국 비어있는 식당 테이블을 바라보며 잠시 대기를 했습니다. 첫째는 완고한 여사님을 설득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고, 둘째는 그들의 공간에 잠시 방문한 자로서 더한 주장을 해 봐야 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심리적 편안함을 가진 채 식사를 하고 싶다는 의지로 불편함을 감수하기로 결심하고, 어디에 붙어있는지도 모르겠는 2인석 자리가 나기를 기다렸습니다.


여사님은 메뉴판을 손에 든 채 고분고분 대기 중인 제게 다시 말을 건네십니다. 코로나 때문에 2인은 2인 석에만 앉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냐는 핀잔이 들려왔습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말도 안 되는 논리로, 마음을 비운 채 시간을 버리고 있는 제게 돌을 던지셨습니다. 그냥 가만 두셔도 될 텐데, 왜 그러셨을까요.


도 않는 논리로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려는 무식쟁이들을 싫어합니다.


그 자리에서 뒤로 돌아 식당을 나왔습니다. 그냥 그 근처 다른 중국집을 갔습니다. 그 식당을 방문하기에 2인 손님은 자격이 미달되나 봅니다. 제 기분이 상해 뒤로 돌았지만, 카운터를 지키는 여사님은 웃고 계셨을지도요. 어쩌면 가라고 하기 미안해서 돌려 깐 3번의 배려였을지도요.


예전에 참 좋은 기억을 만들어준 식당이지만 여사님 한분이 다신 가고 싶지 않은 식당으로 탈바꿈을 시켰습니다. 말이란 게 참 무섭지요, 미각보단 청각이 한 수 위인 것 같습니다.


한바탕 난동을 피우고 싶었지만 체면이라도 지키려 했던 그날은 그렇게 찝찝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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