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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진 Oct 22. 2023

중요한 건 '앞으로의'

소중한 사람을 잃고 싶지 않은 이들을 위해 9


첫사랑이 세상을 떠난 지 7년이 지났고, 지나치게 착했던 여자친구와 헤어진 지도 2년이 지났다. 누군가는 말한다. "과거에 집착하면 여자친구 못 만난다.", "여자들은 그런 거 싫어해." 그럴 때마다 내가 하는 대답은 두 가지로 나뉜다. "그렇긴 하지"와 "니 연애나 잘해". 첫 번째 대답은, 적당한 가식이 필요한 사이일 때. 두 번째는 그 반대인 사람이다.

본마음은 "니 연애나 잘해"라는 거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나도 바보는 아니니까.


사람들은 특별함에 열광한다. 내가 그런 사람이길 원한다. 하지만 여기서 가끔 문제가 발생한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나만 아는' 특별함으로 둔갑시키기도 한다. 그것을 뽐내고 싶어서 입이 근질거린다. 하지만 '어쭙잖은 지식'은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 안 좋은 예가 '헛소문'이다. 말이 조금 샜지만, 다시 말해서 너만 아는 게 아니라는 거다.

나는 지금까지 사랑을 노력 하자, 내면을 가꾸자, 소통을 하자는 둥 실컷 떠들었다. 그런 내가 바보가 아니고서야,

"처음 뵙겠습니다. 참고로 저는 아직 전여자 친구가 그리워요", "제 소중한 추억이니까 태클은 안 사요"라는 말을 할리 있겠는가? 그러면 사랑꾼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내게 말한다. "그런 불순한 마음을 갖고 있는 거 자체가 죄이노라!" 그럼 나는 대답한다. "죽을죄를 지었사옵니다!" 그들에게 나는 '여자친구 앞에서 여사친의 깻잎을 떼준 만큼' 불순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나는 깻잎으로도 2시간은 거뜬히 떠드는 그들을 상대할 자신은 없다. 그러니까 여기에 몰래 적겠다. 내가 떳떳할 수 있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나는 하늘이 두쪽 난다고 해도 현재 애인이 무조건 1순위다.

당연한 소리 아닌가? 전 여자친구가 카리나라고 해도, 현 여자 친구를 후순위에 둘 수 있겠는가? 만약 방금 '카리나면 가능하지'라고 생각한 사람은 이전에 썼던 글을 경건한 마음으로 다시 읽고 오길 바란다.

본론으로, 나는 여자친구에게 그 어떤 남자보다 잘해줄 자신이 있다.

나는 평소에 온전한 사랑을 '의식'하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전하려고 노력한다. 마음가짐을 끊임없이 축적한다. 상대방을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다는 마음이 항상 내 안에 존재한다. 2시간 동안 깻잎 얘기를 하는 사람보다는 내가 더 잘해줄 수 있다는 건 자신한다.(여담으로 나는 떼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카리나 보다 우선순위로 둘 수 있다는 것보다 확실한 예시는 없다. 그러므로 첫 번째 이유는 여기까지다.


두 번째로는 이해 못 하는 여자는 안 만나면 그만이다.

여기서 정이 떨어지려는 사람은 조금만 더 읽어주길 바란다. 누구든 지난 사랑과 아프고 행복했던 추억이 있다. (만약 아닌 사람이 있다면 정중히 사과한다)

사람들은 전애인의 얘기를 궁금해하거나 불편해하는 부류로 나뉜다. 궁금하지만 불편한 부류 역시 많다. 그래서 나는 굳이 상대방에게 과거 얘기를 하진 않는다. 하지만 만약 과거를 말하더라도, 내가 사랑할 사람은 그 과거를 존중해 줄 것이다. 물론 내가 과거에 만났던 '사람'을 존중해 줄 거라는 건 아니다. 내가 비로소 성숙해질 수 있었던 시절, 그 시절을  존중해 줄 거라고 생각한다. 가끔 어른들도 얘기하지 않는가. 어릴때 많이 만나 보라고. 물론 지독하게 나쁜 사람은 걸러야 되지만 '적당한' 시행착호를 겪는 것은 큰 거름이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너무 아프지 않길 바랄 뿐이다.

하루는 친구가 물었다. "너는 여자친구가 과거에 1년동안 10명 만난 거랑, 1명을 10년 만난 것 중 뭐가 나아?" 출제자의 의도는 이렇다. 전자는 방탕해 보이지만 깊은 사랑은 없었다. 후자는 한결같은 사람이지만 사랑이 너무 깊었었다. 뭐가 낫냐. 처음엔 쉽다고 생각했다. 당연히 후자 아닌가? "나는 10년 만난 사람, 왜냐면 좋은 사람일 것 같아" 하지만 친구는 밸런스게임의 고수였다. "참고로 후자는, 너 계속 전 남자 친구랑 비교함" 그건 최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의 난이도가 어려워졌다. 게다가 친구는 내가 무슨 선택을 해도 조건을 하나씩 추가했다. 결국 난 결정을 하지 못했고, 친구는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내 초점이 지난 시절의 '그녀'에 맞춰져 있다면 내 잘못이 확실하다. 하지만 내가 사람을 중심으로 글을 쓴 이유는 어디까지나 '내 주관들을 면면히 전달하기 위해서' 일뿐이다. 실제 내 초점은 ‘그녀’가 아닌, 나의 '지난 시절'에 맞춰져 있다. 그리고 오롯이 그 시절을 토대로 '앞으로의' 소중한 사람을 잃지 않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다.


나는 어디까지나 앞으로의 만남을 가장 사랑할 거다. 새로운 만남에 최선을 다 할 거다. 사랑한다고 매일 고백할 거다. 나는 그전까지만 지난 시절을 종종 추념해 볼 뿐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나기 전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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