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9) / 포르투갈
종일 리스본에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를 확인하고도 우산을 접어 가방에 넣고 작은 백팩 하나를 들고 거리에 나선다.
호텔에서 수도교 가는 길은 좀 까다롭다. 수도교는 본 걸로 치자, 고 마음 접었었는데 크게 할 일도 없는 마지막 날 다시 마음이 움직인다. 수도교, 그 역사적 가치는 둘째치고 나는 그 아스라이 높이 지어진 교각이 보고 싶다.
호텔 방에 작가 이름도 없이 수채화로 그려진 수도교가 있다. 닷새나 같은 호텔에 묵으면서 꿈같은 그림에 매료되어 있던 나다. 호텔 프런트에서 가는 길을 묻는다. 호텔 맞은편에서 711번 버스를 타라고 말하는데 말하는 폼새가 자신이 없다. 구글 지도 검색으로 가는 길을 정한다. 레스토라도레스 역에서 전철을 타고 폼발 역에서 내린 후 702번 버스로 거의 종점까지 가서 내리면 수도교가 있다. 지하철 티켓은 아직 유효하다.
철철 내리는 비에 온몸이 흠씬 젖건만 아랑곳 않고 걷는다. 수도교를 볼 생각에 들뜬 마음이다. 조약돌 같기도 하고 타일 같기도 한 리스본의 도로는 미끄럽다.
아스팔트를 돌자 수도교 전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운무에 싸인 수도교는 환상적이다.
18세기 주앙 5세에 의해, 리스본에 식수를 끌어오기 위한 시설로 건축되었다. 교각을 이루는 아치는 모두 35개, 가장 높은 아치는 65미터가량 된다. 수도교의 총길이는 58킬로미터로 알칸타라 계곡을 가로질러 놓여 있다.
수도교 가는 길에 예수상까지 다녀오기로 한다. 예수상이 있는 곳은 알마다 지구. 알파마 지구가 구시가지, 알마다는 신시가지다. 현대식 건물들이 들어서 있는 여느 도시와 같다. 폼벨 광장까지 걸은 후 702번 버스를 타고 테주강 위에 놓인 다리를 건넌다. (425 다리가 옆에 있었다는 사실만 기억한다. 정작 내가 건넌 다리 이름엔 신경도 안 썼다.)
예수상이 있는 성당 마당에서 425 다리가 가까이 보인다.
425다리는포르투갈의 비폭력 민주화운동을 기념하는 다리로 타구스 강 하구에 놓인 현수교다. 유럽에서 두 번째로 긴 다리라 한다.
702번 버스를 타고 폼벨 광장으로 돌아와 카몽이스 광장으로 향한다. 비 젖은 카몽이스 동상을 눈에 담고, 광장 끝에 앉아 있는 페르난도 페소아와 작별인사를 나눈다. 28번 트램이 멈추던 베네통 매장 앞에 물끄러미 서 있다 몸을 돌리니 멀리 테주 강이 보인다. 테주 강변과 코메르시우 광장을 떠올리며 언덕 아래로 걸어내려 간다. 쇼핑 센터 앞에서 왼쪽으로 몸을 돌려 로시오 광장까지 걸은 후 다시 왼쪽으로 돌아서 로시오 기차역을 지나 숙소로 돌아온다.
호텔 방에 걸려 있던, 수도교를 그린 그림이다. 수채화. 아무리 위치를 바꿔 사진을 찍어도 이런 각도는 나오지 않는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풍경이 변한 것인지 작가의 상상력인지 알 수 없다. 나는 이 그림에 반해 수도교를 찾아 헤맸던 것인데...
예수상 앞에서 바라다본 425 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