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중년 여행에 적당한 숙소 고르기

by 명진 이성숙


3,4성급 호텔 실속 있다



숙소는 여행 경비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호텔과 게스트 하우스, 유스 호스텔, 텐트나 노숙 등 여러 형태의 숙박이 가능한데 무조건 경제적이어야 한다면 텐트 매고 다니는 거다.


떠나기 전, 나도 돈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아닌지라 경제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 텐트나 유스 호스텔은 젊은이들 또는 20대의 체력과 열정을 가진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텐트는 집을 매고 다니는 것과 같으니 텐트 구역을 잘 찾아서 텐트를 조립하면 된다. 유스 호스텔은 한 방에 여럿이 투숙하는 형태, 내게는 내키지 않는 방식이지만 배낭여행객들이 주로 사용하는 숙소다.

그다음이 게스트 하우스, 마지막으로 시설 이용과 함께 가장 편하게 쉴 수 있는 숙소, 호텔이다. 호텔은 규모와 시설 등을 고려해 2성급, 3성급, 4성급, 5성급 등으로 나눈다.


게스트 하우스의 장단점

장점:

게스트 하우스는 일단 호텔보다 저렴하다. 취사가 가능하므로 마트에서 장을 봐서 원하는 음식을 조리할 수 있다. 뭣보다도 동네 안에 있는 경우가 많아 그들의 사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단점:

개인이 운영하는 게스트 하우스는 개성 있고 예쁘게 꾸며져 있기는 하지만 시설이 떨어진다. 좁고 높은 계단을 올라야 하는 경우가 많고, 특히 유럽의 오래된 건물 안에는

엘리베이터도 없다. 불편을 감수하고 내가 게스트 하우스를 예약한 이유는 현지 주인을 만날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게스트 하우스에서는 사람을 만날 수가 없다! 주인을 만나기는커녕,

문을 열고 들어가느라 고생만 진탕 했다. 번호키를 쓰는 곳도 많지 않다. 대부분 수동열쇠를 사용하는데, 열쇠를 손에 쥐기까지 여간 복잡한 게 아니다. 이메일을 읽어가며 열쇠 받는 법을 따라가야 하지만 잘 안 될 때가 더 많다. 이때 주인과 전화 통화를 시도하거나 문 앞에 서서 이메일을 주고받아야 하지만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문자를 주고받을 수도 있다. 성가시긴 마찬가지다. 주인에게서 바로 답이 오지 않거나 전화를 제 때 안 받는 경우의 황당함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일단 열쇠집을 찾는다.-> 열쇠를 대문에 꽂고 비밀번호를 누른다(열쇠 등록) -> 대문이 열리면 비밀번호를 재설정한다(안전하다고 믿는다면 안 해도 된다. 나는 안 했다. 안전해서가 아니라 귀찮아서)

—> 열쇠집을 다시 닫아 둔다.


빈에서 생긴 일

린츠에서 출발해 빈 기차역에 도착한 시간은 저녁 7시, 어둑한 저녁이었다. 휴대폰은 꺼지기 직전이다.

아파트를 숙소로 얻었다.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했으므로 나는 역에서 택시를 잡았다. 택시 기사에게 메일로 받은 주소를 보여주었다. 골목을 헤매며 택시 기사가 집을 찾아주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이메일에 주인이 보내준 비밀번호를 아무리 눌러도 출입문이 열리지 않는다. 한 차례 전화통화를 했지만 비밀번호를 꾀꼬리같이 읊어댈 뿐이다. 그는 영어가 서툴다. 때맞춰 휴대폰은 방전되고 만다.

경찰서를 찾아가야 하나…? 경찰서는 어디에 있나… 이 밤에(문을 열기 위해 애먹는 동안 시간은 8시를 넘었다) 어떻게 경찰서를 찾나…? 하필 이때 폰이 맛이 갈게 뭐람.

어둠이 내려앉은 거리에는 지나가는 사람도 없다. 그때 같은 아파트에 사는 아랍인 아주머니가 외출에서 돌아온다. 나를 보더니, 이사 왔어요? 한다. 아니 나는 여행자고 이 아파트 1층 A호를 예약했다고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아주머니를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오게 된 나는 이번에는 A호 현관 앞에서 같은 비밀번호를 누르며 문 열기를 시도했다. 문은 꿈쩍도 안 했다. 밤은 깊어가고 마음은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안 되겠다. 아랍인 아주머니 집이 마침 1층 B호, 맞은편이다. 나는 B호의 문을 두드렸다. 남자가 나왔다. 나는 내 상황을 한 번 더 설명했다.

집주인과 연락이 어렵고 현재 내 폰은 방전되어 버렸다. 이들 부부는 내 영어를 이해하지 못했다. 집주인도 영어가 서툴러 보였는데,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여기까지 얘기했을 때 초등 2년쯤 되어 보이는 여자애가 얼굴을 내민다.


Can I help you?

오 허니, 영어 할 줄 아는구나!


구세주가 따로 없다. 그동안 방에서 내 얘기를 들은 아이는 내 폰을 받아 방으로 가져가서 충전기에 꽂는다.

폰이 충전되는 동안 독일어와 영어 사이에서 아랍인 부부와 나는 어려운 대화를 이어갔다. 잠시 후 아이가 내 휴대폰을 들고 나오더니 집주인에게서 받은 이메일을 보여달란다.

아이는 이메일 내용을 제 아빠에게 아랍어로 설명하고 아이 말을 이해 한 아랍인 남자는 집주인에게 전화를 건다. 이번엔 독일어다.

집주인은 내게 잘못된 주소를 줬던 것이다!!

숙소가 이곳에서 멀지 않은가 보다. 아랍인 남자는 아이들과 함께 나를 숙소까지 데려다주었다.


해프닝은 잘 마무리되었지만 나는 빈 이후 모든 숙소를 호텔로 잡았다.


그러면 호텔은?

다시는 게스트 하우스 가지 말자! 밥을 해 먹으면 식비를 줄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게스트 하우스를 예약했지만 실상 집에서 밥을 해 먹은 건 몇 번 안 되었다. 그렇다면 호텔로 가자. 적어도 방을 못 찾는 일은 없을 테니까 말이다.


여러 가지 호텔

당연한 얘기지만 호텔이라고 다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아니다. 물가가 비싼 스페인에서 나는 2성급 호텔에 묵었다. 일단 호텔은 로비에 직원이 있어서 좋다. 주변 여행지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지도를 준비해 주는 곳도 있다. 문제는 방이 너무 좁아서 스트레스 받는 지경이었다는 것. 가방을 펼칠 곳도 없었다.


3,4성급 호텔이 중년의 실속여행에는 적당하다는 결론이다. 적당한 공간과 즐길만한 시설이 제공되고 티팟이나 작은 전기쿠커를 사용하기도 좋다(호텔 측에서 권장하는 일은 아니니 참고하자.)

체코 프라하에서 만난 호텔은 4성급 아파트형 호텔. 취사 가능한 주방이 있고, 호텔 같은 룸 서비스도 받을 수 있어 좋았다. 호텔과 게스트 하우스의 장점만 모아 놓아 내 집 같은 편안함을 주는 숙소였다. 방에는 퀸 사이즈 침대와 옷장, 사이드 테이블, 소파와 책상 등 필요한 가구가 모두 구비되어 있다. 그래도 공간이 넉넉했다. 나는 그 집이 좋아서 일주일을 내리 거기서 지냈다. 동구권 물가는 서유럽에 비해 많이 쌌다. 체코와 폴란드에서의 호텔이 좋았던 것은 그런 이유도 있었다.


위치는 어디가 좋을까

목적에 맞는 위치가 최고일 테지만 처음 가는 여행지라면 시작점 선정이 쉽지만은 않다. 도심에 있는 호텔은 교통이나 편의 시설, 여행지 등에 접근하기 좋은 이점이 있지만 무거운 가방을 끌고 도착했을 때나 다시 출발할 때 조금 어려웠다. 도시마다 조금씩 다른 결정을 했지만 나는 대부분의 숙소를 기차역 가까운 곳으로 정했다. 아침 일찍 도착하거나 체크 아웃 후 늦게 도시를 떠나게 되는 경우 어딘가에 짐을 맡기고 싶을 때가 있다. 기차역 라커가 그 대안이다. 이때 짐을 맡긴 기차역이 숙소와 가까우면 이동 동선을 절약할 수 있다.



조리대와 냉장고. 짙은 색의 조합이 인상적이었던 집이다. 주소를 잘못 준 집주인에게 화가 났었지만 방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고 공간도 넉넉해서 마음이 풀리고 말았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