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가능하게 하는 3요소, 시간 돈 체력이다.
그중에도 돈의 위력을 무시할 수 없으니 경비는 얼마나 잡아야 할까.
(시간과 체력은 개인의 몫, 경비는 커닝하는 게 좋다.)
여행사 사장 하는 친구에게 물으니 두 달 배낭여행에 젊은이들은 1천만 원 정도를 쓴다고 한다.
나더러 그 정도에 맞추라는 뜻인데, 어디 해 볼까?
떠나기 전(말 그대로 예산이다)
숙박비: 하루 10만 원 *60일 = 600만 원
식비:한 끼 15,000 원 * 3식 * 60일 = 270만 원
각종 입장료와 교통비: (하루 2만 원 넘지 않기) 2만 * 60일 = 120만 원
항공료: 인천 - 두바이 - 리스본 왕복 약 200만 원
지중해 크루즈 : 1인당 1370 달러(약 150만 원)
크루즈 기항지 옵션: 모두 다섯 군데 정박. 약 10만 원 * 5 = 50만 원
합계 : 1390만 원.
나는 여기에 예비비 200만 원을 더해서 1590만 원. 아주 넉넉히 잡아서 2천만 원이면 충분할 것으로 예상하고 떠났다.
돌아온 후(실제 지출한 내역이다)
실제로 10만 원으로 숙박 가능한 곳이 많지 않았다. 게스트 하우스도 서유럽 경우 100유로가 넘었고, 동유럽으로 가니 물가가 확실히 싸졌지만 그때 나는 4성급, 5성급 호텔에 묵었다.
식비도 생각보다 많이 들었다. 쉽게 갖지 못할 기회로 멀리까지 왔는데 햄버거만 먹으며 다닐 수는 없는 노릇, 맛있는 식당 찾아다니고 특산 음식 먹고 다니니 한 끼 15,000 원은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었다. 식탁에 술까지 얹으면 식비는 더 올라갔다.
게다가 간식 먹어야지, 거리 음식 맛봐야지. 뿐이 아니다. 당연히, 어느 광장에서는 올리브에 맥주도 마셔줬겠지? ㅎㅎ 이번 여행은 먹는데 진심을 다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여행을 마친 후 나는 체질이 바뀌어 알러지로 고생하고 있다.
입장료도 생각처럼 만만하지 않았다. 시시한 전시관에도 입장료를 내야 들여보내 준다. 너무 비싸서 관람을 포기한 곳도 있었다. 가까운 거리는 택시를 자주 이용했으므로 교통비도 크게 올라갔다. 입장료나 교통비를 비싸게 이용한 데는 내가 인터넷 취약계층이었던 이유와 턱없이 많이 싸들고 간 짐 때문이기도 했다. 나는 온라인 구매나 할인 조건의 예매 등에 매우 취약했다. 비용 아끼느라 너무 스트레스 받고 싶지 않았으므로 나는 나잇값에 해당하는 지출을 기꺼이 감당했다. 그보다 무모한 건 무거운 가방이었다. 가방 끌고 다니는 일은 정말 고역이었다.
다음 행선지 교통편 예매는 이동하는 차(버스나 기차) 안에서 하기도 했지만 절반은 현지 기차역에서 표를 구입했다. 말하자면 목적지에 도착해서 다음 목적지까지 가는 표를 사들고 숙소로 가는 식이었다.
크루즈 여행 기항지 옵션 가격은 예산과 맞았을까? 아니다.
6만 원짜리(약 50유로) 옵션은 가장 시시한(?) 프로그램이고 나는 욕심에 충실한 옵션을 선택했으니 이 또한 예산 초과다.
가는 곳마다 기념품도 사야겠지. 내가 무엇을 샀는지는 기념품 편에서 풀어놓을 생각이다.
대중교통이 닿지 않는 곳에서는 렌터카도 이용했다. 이쯤 되면 예산은 머릿속에서 일찌감치 떠난 후다.
그래서 얼마 썼냐고?
3000만 원 썼다.
적은 돈이 아니지만 객지에서 너무 초라할 필요는 없다,
당신이 중년이라면.
여행기를 읽다보면 알게 되겠지만,
예산에서 많이 초과한만큼 그리 럭셔리 여행을 한 것 같지는 않다.
두 달 2000만원은 진짜 알뜰하게 배낭여행하는 젊은이들의 경우다. 돈을 초과 지출했다는 생각보다 처음부터 내 상황과 맞지 않는 계획이었다는 생각이 더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