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작은 일 30화

20년 전보다 조금 더 천천히

by 권성선

2005년 여름.

나는 이십대 중반을 막 지나고 있었고,

20개월 된 첫아이를 키우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청소년상담사 국가자격연수’에 참여했다.

시험을 준비하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아이를 키우며 연수를 따라가는 일은 더 어려웠다.

그래도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아이를 맡기고 강의실에 들어서던 그 순간,

나는 세상의 가장 평범한 엄마였고,

동시에 가장 간절한 내가 되고 싶었다.


사진 속 나는 웃고 있다.

하지만 그 웃음엔

‘내가 이걸 해도 되나?’ 하는 미안함과

‘나는 지금 잘 가고 있는 걸까?’ 하는 조심스러운 물음이

얇은 필름처럼 겹쳐져 있다.


그리고 2015년,

나는 어느덧 세 아이의 엄마가 되어 있었다.

육아에 모든 것을 쏟아붓느라 시간도, 나도 멈춘 것만 같았다.

그 시절, 문득 오래된 사진 한 장을 꺼내보며 중얼거렸다.

“그땐, 지금쯤이면 상담전문가가 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그 말 속엔

조금의 아쉬움과 체념,

그리고 아주 작은 희망이 섞여 있었다.


그리고 지금, 2025년.

그로부터 딱 20년이 흐른 지금,

나는 다시 나를 부르고 있다.

상담사의 꿈도,

글을 쓰고 싶었던 마음도,

그 어느 것도 사라지지 않았다.


그저,

아이들이 자라기를 기다렸고

내가 나를 다시 꺼낼 준비가 되기를 기다렸을 뿐이다.


나는

20년 전보다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단단하게,

내가 되기로 한 길을 걸어가고 있다.


그러니까, 그때도 지금도

“포기하지 말아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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