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다.”
10년 전, 적어 둔 문장이다.
은희경 작가의 소설 《태연한 인생》 속 한 구절이었다.
‘용의주도한 계획을 세우는 동안 일어나는 뜻밖의 일들이 바로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이며, 운명이라 주어진 운명에서 도망치려 할 때 바로 그 도망침을 통해 실현된다.’
그 말이 오래 남았던 건, 아마도 그때부터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기 때문일지 모른다.
삶은 내가 짜놓은 계획표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
중요한 일은 예상하지 못한 방향에서 벌어진다는 것.
그리고 10년이 흐른 지금, 그 문장의 의미가 더 깊이 와닿는다.
6년 넘게 해 오던 일을 그만뒀다.
고정적인 수입이 들어오는 자리였고, 익숙한 루틴과 안정감이 있는 일이었다.
당분간 그만둘 생각은 없었다.
다른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은 늘 있었지만, 월급의 무게는 생각보다 무거웠다.
그런데 인생은 또 예고 없이 틀어진다.
생각지 못한 기회가 찾아왔다.
예상치 못한 감정과 충동이 마음을 흔들었다.
처음엔 망설였지만, 결국 나는 그 길을 선택했다.
계획에 없던 방향이었고, 익숙한 삶의 패턴을 벗어나는 일이었지만, 왠지 이상하게 숨이 쉬어졌다.
돌아보면, 내 삶의 큰 전환점들은 언제나 그런 식이었다.
치밀하게 짠 계획이 아니라, 갑자기 찾아온 우연이나 마음속 깊은 질문 하나에서 시작됐다.
‘정말 이게 내가 원하는 삶일까?’
‘지금이 아니면, 과연 내가 달라질 수 있을까?’
그 질문에 정답은 없었지만, 그 질문 덕분에 멈춰 서고, 방향을 틀고, 다시 나를 살피게 되었다.
이제는 안다.
계획은 삶의 방향을 잡아주는 지도일 수는 있지만,
결국 나를 움직이게 한 건, 그 지도의 바깥에서 느껴지는 바람이었다는 걸.
예고 없이 일어난 그 바람 한 줄기에 내 삶이 움직였고, 그 움직임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그러니 이 말은 참 맞다.
“계획을 벗어난 일들이 태연하게 일어나는 것, 그것이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