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 언니

by 권성선

아침 대용으로 떡을 자주 먹던 시절이 있었다.
일터 근처 단골 떡집에서 자주 사다 보니, 떡집 사장님과도 자연스레 얼굴을 익혔고, 미소 한 번이면 서로의 안부를 짐작하는 사이가 되었다.

어느 날, 떡을 대량 주문하게 됐는데, 떡 상자 위에 적힌 메모를 보고 웃음이 났다.
‘배달장소: 스마일 언니’
사장님이 내 이름 대신 그렇게 적어두셨다.

"늘 미소가 곱다"라고 하시던 말씀이 떠올랐다.
그 말이 빈말이 아니었구나, 싶었다.

그 시절, 내 얼굴은 어딘가 늘 어두워 보인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그늘진 인상이라며, 괜히 슬퍼 보인다고도 했다.
그래서 웃는 얼굴을 짓는 게 어색했고, 그 미소조차 왠지 자신 없었다.

그런데 누군가는 그 미소를 기억해 주고, ‘스마일 언니’라는 애정 섞인 말로 불러주다니.
참 고마운 일이었다.

그 순간부터 미소에 대한 인식이 조금 달라졌다.
나도 모르게 미소 지을 때, 이제는 자신감이 생긴다.
누군가에겐, 그 웃음이 기억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

말 한마디가 오래도록 사람을 춤추게 한다는 말,
참 맞는 말이다.

그날 이후로도 한동안, 나는 ‘스마일 언니’라는 별명 속에서
한결 가벼운 얼굴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마흔 중반을 넘긴 나이는 이제 내 인상에 책임을 져야 할 시간이기도 하다.

세상의 풍파를 견디며 지나온 날들이 내 얼굴 어딘가에 자연스럽게 남았고,
그 시간들이 만든 조금은 묘한 분위기의 화사한 미소가 요즘은 나도 참 괜찮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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