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걷는 얼굴이 된다

by 권성선

요즘 낮 기온이 35도를 넘는다.
햇빛은 무겁고, 바람은 뜨겁다.
걷는 건 고역이고, 나가는 건 모험이다.
그런데도 나는 자꾸 걷고 싶어진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가을에 걷고 싶은 마음’을
자꾸 떠올리게 된다.

가을이 되면 유독 많이 걷는다.
한강 공원의 단풍을 따라 걷고,
강물 위에 반짝이는 윤슬을 가만히 바라보며 걷는다.
햇살은 부드럽고, 바람은 선선하고,
걷는 내내 마음이 정돈된다.

오래전, 우연히 읽은 책에 이런 문장이 있었다.

“걸으면 세로토닌이 분비되고,
누군가와 함께 걸으면 옥시토신도 분비된다.”

그 말을 읽고 나서야
왜 나는 걷고 나면 괜찮아지는지 알 것 같았다.

걷는 사람의 얼굴에는 공통점이 있다.
느긋하고, 평화롭고, 어디선가 만족한 기운이 묻어난다.
나는 그걸 ‘세로토닌 얼굴’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지금은 한낮의 열기 속에서
그 얼굴을 상상만 할 뿐이지만,
곧 그런 표정으로 다시 걷게 되겠지.

단풍 밟는 소리를 들으며,

윤슬 위로 흩어지는 햇살을 눈에 담으며,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걷고 싶다.

지금은 여름이지만 마음은 이미 가을에 닿아 있다.
가을이 오면, 나는 또 걷는 사람이 될 것이다.

세로토닌 얼굴을 닮은 계절을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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