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길 위에서 빛나는 나를 만났다

by 권성선

한동안 나는 내가 길을 잘못 들어선 건 아닐까, 자주 의심했다.
왜 이렇게 돌아가야 했을까.
왜 이토록 늦었을까.
왜 하필 이 길이었을까.

그러다 박노해 시인의 시를 만났다.
“삶에서 잘못 들어선 길이란 없으니
삶이 온통 사람의 길이니”

그 구절에서 눈길이 멈췄다.

나만 뒤처진 것 같고,
나만 실패한 것 같던 시간들.
그 모든 순간들이 어쩌면 내 길이었는지도 모른다.

돌고 돌아 지금 이 자리에 선 나를 보면,
그때의 방황도, 선택도
모두 지금을 위한 ‘길의 일부’였다는 걸 알게 된다.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느껴질 때마다
나는 이 시를 떠올리기로 했다.

“때로 잘못 들어선 어둠 속에서
끝내 자신의 빛나는 길 하나
캄캄한 어둠만큼 밝아 노는 것이니”

지금은 어둡지만,
이 어둠만큼 또렷하고 환한 나만의 길이
곧 피어나리라는 믿음.

그 믿음 하나면,
당장 길이 보이지 않아도
조금은 안심한 채 걸어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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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들어선 길은 없다
- 박노해​

길을 잘못 들어섰다고
슬퍼하지 마라 포기하지 마라
삶에서 잘못 들어선 길이란 없으니
온 하늘이 새의 길이듯
삶이 온통 사람의 길이니

모든 새로운 길이란
잘못 들어선 발길에서 찾아졌으니
때로 잘못 들어선 어둠 속에서
끝내 자신의 빛나는 길 하나
캄캄한 어둠만큼 밝아오는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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